*주의 : 이 글은 픽션에 불과합니다. 99.9%의 상상 0.1%의 현실에 불과한 글이니 지나친 과몰입은 삼가해주시기 바랍니다.*
** 구리리 누나께 피해가 가거나 혹은 그 밖에 문제가 될 시 곧바로 삭제조치 하겠습니다. **
*** 잔잔한 노래와 함께 감상하시는 것을 권장드립니다. 추천곡 : 에일리[Heaven] or BEAST[비가 오는 날엔] ***
누나는 오랫동안 노래를 불러왔다. 대략 10여년 전이었나? 올해 29살이니까. 구리리라는 예명을 지은 게, 2009년이었으니, 그쯤 지난 것 같았다. 누나는 노래 부르는 것을 정말 좋아했고, 사람들이 자신의 노래를 들어주는 것에 항상 감사했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누나는 정말 많이 노력했다. 아쉽게도 어마어마한 유명세를 가지진 못했다. 누나가 부르는 주된 노래는 일본의 노래를 편곡해 부르는 것이 대부분이었으니까. 유명 소속사에 들어가 개인 앨범을 내지 못했지만, 누나는 자기 일에 항상 보람을 느끼고 행복해했다. 간혹 힘들어하는 시간도 분명 있었다. 그때마다 지켜보는 입장으로서 항상 너무 힘들고 미안한 마음이 들곤 했다. 그런데도 누나는 겨울을 이겨낸 꽃처럼, 다시 일어나 노래를 불렀다. 그 노력의 결과, 누나는 이제 우타이테라는 분야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명인이 되었다. 나는 작고 여린 모습으로 마이크 앞에서, 무대 앞에서 당당하게 노래하는 누나의 모습이, 그 모습이 너무 좋았다. 하지만 모든 일은 갑작스럽게 일어났다.
“비켜요 응급 환잡니다. 비켜주세요!”
“누나 정신 차려봐, 누나!”
누나는 갑작스레 큰 사고를 당했다. 뉴스에서도 흔히 접할 수 있는 사고 중 하나인 교통사고였다.
‘친구 만나고 올게.’
활기차게 웃으며 문자를 보내던 누나는 그 길로 사고를 당했다. 그리 늦은 시간도 아닌 대낮의 도심이었건만, 놀랍게도 음주운전 사고였다. 맥주 딱 한 잔 만이라며 대낮부터 술을 마신 인간이 원흉이었다. 결국 반나절 채 지나지 않아 다시 만난 누나의 모습은, 피투성이가 된 채, 응급실로 실려 가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누나의 얼굴을 다시 마주한 건 5시간이 지난 이후였다. 마스크를 벗고 수술복은 입은 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뛰쳐나가듯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에게로 향했다.
“서, 선생님. 누나는요. 누나는 어떻게 됐나요?”
“일단 큰 고비는 넘겼습니다.”
“아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드라마나 영화에서 마주하던 것처럼 절로 허리가 숙여졌다. 불행 중 천만 다행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하지만 이어지는 그의 말은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오래 버티진 못할 겁니다.”
“네? 선생님, 그게 무슨.”
“부러진 뼈로 인해 심장에 너무 큰 손상이 발생했습니다. 지금은 간신히 생명을 유지하고 있지만, 빨리 심장을 이식받지 못한다면, 일주일을 넘기기 힘들 것입니다.”
그 말과 끝으로 의식이 끊기고 말았다. 내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누나의 옆자리였다. 활기차게 웃으며 장난치던 누나는 온갖 기계장치를 덕지덕지 붙인 채, 힘없이 누워있었다.
“누나…”
눈시울이 절로 시큰해졌다. 신도 무심했다. 아직 앞날 창창한 사람을, 지금껏 열심히 살아온 사람의 인생을 이렇게 거둬가다니. 억울함에 자연히 이가 갈렸다. 소리 없는 울음을 토해내며, 누나의 옆에서 서럽게 눈물을 흘렸다. 앞으로의 일이 너무나도 막막했다. 다른 부위도 아니고 심장이다. 간단히 이식받는 게 쉬울 리가 없을뿐더러, 수술비용에 천문학적인 돈이 필요할지도 몰랐다. 머릿속이 막막해졌다.
“어떡하면 좋지?”
시간은 자꾸만 흘러갔다. 벌써 사흘이 지났건만, 누나는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이 상황을 타파할 뾰족한 방법도 떠오르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딱 하나 있긴 했다. 정확히는 최후의 수단이긴 했지만, 지금 이 상황에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과연 누나가 이 방법을 받아들일지 모르겠지만.
“누나를 위해서.”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방법이 유일한 해결책이었다. 나는 곧바로 담당 의사에게로 향했다.
“네? 미쳤습니까. 절대 안 됩니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말이다. 하지만 의사랑 말씨름하기엔 누나에게 허락된 시간이 많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방법뿐입니다. 누나를 살릴 방법은.”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의사의 말꼬리가 흐려졌다. 역시 그 역시도 내심 짐작하고 있던 것일까? 나는 더욱 목소리에 힘을 더했다.
“괜찮습니다. 누나가 다시 노래를 부를 수만 있다면. 전 그거면 충분합니다.”
끝내 침묵을 지키는 의사를 뒤로하고 나는 다시금 누나에게로 시선을 향했다. 역시 혼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누나도 용서해주지 않을까? 누나가 다시 노래를 부르는 것이 나에게는 훨씬 더 소중했다. 병실 창 너머 깨어나지 못한 누나의 모습이 눈에 가득 찼다.
‘누나 행복해야해.’
***
“구하, 안녕하세요, ‘구리리’입니다.”
“와아아, 구모!”
“언니 사랑해요!”
라이브 공연장을 가득 채운 관객들로부터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단순한 무대 인사에 불과했지만, 무대 위에서 보이는 풍경은 언제나 감회가 새로웠다. 다시 한번 살아있음에 감사함이 들었다. 괜히 그 녀석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이모 몸은 괜찮아요?”
“누나 무리하면 안 돼요!”
아직 한 달 전쯤의 사고 때문에 안부를 묻는 목소리가 유독 더 귀에 파고들었다. 하긴 며칠 전에 인터넷 방송 때도 그랬다. 무려 한 달 만에 방송이며 라이브여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물론 자신을 신경 써주는 그들의 마음이 싫은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 고마웠다. 생각지도 못한 그들의 배려심에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애써 장난스러운 말투로 그들의 마음에 대답했다.
“이모 아니거든! 그래도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이제 정말 괜찮아요.”
“와아아!”
“이모 아프지 마!”
“구모, 구모, 구모!”
연신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역시 그 녀석도 있으면 좋으련만. 왼쪽 가슴이 뜨거워졌다. 더불어 눈시울도.
“울지 마, 울지 마!”
“언니 울지 말아요.”
결국 눈물이 흐르고야 말았다. 시작도 전에 이러면 목 상하는데. 기껏 여기까지 와주신 분들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울고만 있을 순 없었다. 나는 황급히 눈물을 닦아냈다.
“걱정해주신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저 안 우니까 걱정 안 하셔도 돼요. 그보다 오늘 라이브 이제 시작해야겠죠?”
공연장을 가득 채운 객석에서 쏟아지는 환호성이란. 마약과도 같은 쾌감이었다. 그 녀석도 이 모습을 같이 봤으면 좋았으련만. 이제 없는 그 녀석을 위해서라도 할 말이 있었다.
“여러분 본격적인 라이브 시작 전에, 제가 개인적으로 부르고 싶은 노래가 있는데 혹시 그 노래 먼저 부르고 해도 될까요?”
지금껏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환호성이 공연장을 뒤덮었다. 팬들의 대답에 나는 재빨리 무대 옆에 진행팀에 신호를 보냈다. 진행팀에는 미리 말을 전했으니 아마 이대로 신호 한다면 음악이 흘러나올 터였다.
“이 노래는 제가 라이브를 준비하면서 직접 만든 자작곡입니다. 이 자리에 절 있게 해준 그 사람을 생각하면 쓴 곡이에요. 그러니 부디 예쁘게 봐주세요.”
곧바로 마이크를 잡자 쏟아지는 환호성을 뒤로하고 반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잔잔하면서도 애틋한 음악 소리. 너에게도 제대로 전해질까? 그 녀석의 환한 웃음을 떠올리며 나지막이 입술을 달싹였다.
<이 노래를 그대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