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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도화지와 A4

자키씨
2019-03-18 15:16:24 155 1 2

어렸을적 내 방에 있던 새하얀 도화지

그 위에 나는 조그맣게 그림을 그렸다

하지만 도화지는 너무나 컸기에

하나 둘씩 나만의 그림을 채워나갔다.

도화지가 나의 그림으로 넘칠 때

도화지는 비로소 나의 세계가 되었다.


"누구나 어렸을 적에 한번 쯤은 그런 적이 있겠죠"


감상에 젖은 듯한 모습으로 쓰디쓴 술을 넘기는 직장 후배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잔에 남은 술을 조금의 슬픔과 함께 삼켰다.

아직은 슬프면 안된다.


"크흐..후우.."


나를 조금 걱정하는 눈치였지만 나는 무시하곤 말을 이어갔다.



나이가 들어서 고등학생 즈음이 되니

그 컸던 도화지의 크기가 작게 느껴졌다.

내 몸이 커진 만큼이나, 내 그림 또한 커졌다.

그 작은 도화지를 하나 둘 채우다보니

어느 새인가 나는 현실에 던져져버렸다.


"...그래도 펜을 들고계셨나요?"


어느새 먹는 것도 마시는 것도 잊어버린 걸까

이젠 식어서 먹음직스럽진 않은 안주를 입안에 털어넣는다.

짭조름한 슬픔의 맛이 느껴졌다.


".."


후배의 말을 그냥 듣고 넘기는 듯 하고는 뒷 이야기를 해줬다.



20대에도 펜을 놓지않았다.

다른 일을 하면서도 집에만 오면 펜을 들고서

작은 도화지를 채워나갔다.

하지만 갈수록 내 그림이 맘에들지 않았고

하나 둘 그리던 그림을 그리지 않기시작했다.

점점 더 도화지는 커져만 갔고

커져버린 도화지를 채우기엔 내 그림들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래서 도화지를 책상위에 둔 채

펜을 내려놓고 침대로 뛰어들었다.

그게 내가 본 책상 위에 마지막 모습이었다



'들어가세요'


그 말을 마지막으로 시간이 늦었다며 돌아가버린 후배녀석

그런 녀석의 말을 들어주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계산을 마치고는 집으로 향했다.

밤의 거리는 너무나도 조용하다.

마치 검정색 도화지와 같은 느낌이다.

아이들은 상상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고,

어른들은 술과 놀음으로 이 곳의 그림을 완성시켜나가겠지.

집에 들어와 침대에 누워 책상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도화지는 너무 크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A4용지 한장과 색연필을 챙겼다.

이제 슬슬 책상 위 쌓인 먼지를 치울 때가 된 것 같다.









퐁당님도 슬슬 피아노에 쌓인 먼지 치울 때 되어버린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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