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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일기

자키씨
2019-01-15 04:05:14 164 1 0

내 앞에선 사자는 내게 말을 걸어주었지

옆을 지나가던 기린은 사자에게 관심을 가졌고

그 둘은 잘됐어.


그리곤 하이에나가 왔어.

애써 무시했더니 금방 사라지더군


지나가던 두더지는 나를 측은하게 바라보곤 땅을 파댔어.


하나 둘 나를 아는 것들이 늘어났어


하나 둘 나를 마주하는 것들이 줄어갔어


햇빛이 좋아진다면 그늘은 필요없어지니까.


그게 좋았어.


그냥 그냥

그늘 사이로 나를 비추는 따가운 햇살이 싫었어.

1년 365일 눈이 쌓여있는 곳이  좋았어.


그런데 그늘을 주던 나무가 썩어갔어

바람이 불던 날 썩은 가지들이 날아갔어


그늘에 머물 수 없다는 것이 너무나 무서웠어

따가운 햇살이 그 속의 내가 떠오르지 않았어.


며칠이가도 해는 뜨지 않았어

부러진 나무 속 구데기들만 늘어갔어


그런데 내가 나무를 바라보는게 아니라

나무가 나를 바라보고 있더라


내 배가 썩어들어가 구더기가 넘쳤어

상상하지마 그렇게 유쾌한 일은 아니야

해가 들고서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어


두더지, 사자, 기린.. 하이에나는 오지않았지

올 수 없었을지도 몰라


내가 죽는걸 보러온건 아니었어

다음 나무를 뽑으러 온 것이었어.


원망스럽진 않더라.

그늘은 편했고, 구더기는 아름다웠으니까.

햇살은 따가웠고, 그늘은 상냥했으니까.


그래도

그렇지만

네가 다음 나무는 아니었으면 좋겠네.

자진해서 나무가 되진 않았으면 좋겠네.

이 상냥함을 벗어났으면 좋겠네.


너무 이기적일까

내가 말할 처지는 아니겠지.

선택은 너의 몫이니까.


나는 이 말을 누군가에게 들은 것 같거든.



p.s. 해석은 자유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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