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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한 친구들에게 고전인 SF 단편 소설 하나 (장문 주의)

무닌
2017-04-21 17:09:21 4355 2 2

오래전부터 인터넷에서 떠돌고 있어서 이미 읽은 친구들도 있겠지만 올려본다.

컴터라 가독성이 떨어지긴 하지만 짧은 글이고, 잠깐 집중해서 볼 재미가 있는 소설이다.

글씨가 작으니 확대해서 봐라.

 

 

아서 C. 클라크 단편작  <신들의 음식>

 

의장님, 미리 경고 드리는 게 좋겠군요. 제 증언은 아주 역겨울 겁니다. 제 증언은 공석상에서는 논의될 일이 거의 없고, 하물며 의회 위원회에서는 감히 거론하지 못할 인간 본성의 여러 면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저로서도 이를 마주해야 하는 것이 두렵지만 때로는 위선의 가면을 걷어치워야 할 때도 있는 법입니다. 지금이 바로 그럴 때죠.

 

신사 여러분, 여러분과 저는 기나긴 육식 동물의 혈통을 따라 내려온 후계자들입니다. 여러분들이 이 용어를 잘 이해하지 못하시는 것 같군요. 아, 놀랄 일은 아닙니다. 2 백 년도 더 전에 사라진 단어니까요.

하지만 이 문제는 완곡어법을 쓰기보다는 상류사회에서는 결코 사용하지 않을 야만스러운 단어를 사용해서라도 직설적으로 표현해야 할 일 같습니다. 기분을 상하게 할 것 같으니 미리 사과드리겠습니다.

 

수 백 년 전까지 전 인류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육류였습니다. 한때 살아있던 생물의 살점 말입니다. 저는 여러분에게 역겨운 이야기를 하려고 이러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여러분이 어느 역사책에서나 확인할 수 있는 단순한 사실일 뿐이지요.

 

무슨- 아, 괜찮습니다 의장님. 어빙 의원님이 기분이 나아지실 때까지 기다리도록 하지요. 우리 같은 전문가들은 가끔 가다 비전문가들이 이런 진술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잊어버리곤 하지 뭡니까. 이와 함께 위원회 여러분께 더 끔찍한 이야기가 뒤따를 거라고 경고 드려야겠군요. 만일 비위가 상하신다면 너무 늦기 전에 의원님을 따를 것을 권해드리지요.

 

그럼 계속하겠습니다. 현대에 이르기까지 모든 음식은 두 가지 종류로 나뉘었습니다. 대부분은 식물로 만든 것이지요. 곡물, 과일, 플랑크톤, 해조류나 여타 종류의 식물종들 말입니다. 현대의 우리들로서는 우리 조상들 중 많은 이들이 땅이나 바다에서 원시적인 방식으로 허리가 부러지도록 일하던 농부들이었다는 사실이 잘 이해가 가지 않지요. 하지만 이는 분명한 사실입니다.

 

다시 불쾌한 주제로 돌아가겠습니다다만, 다른 종류의 음식은 고기였습니다. 비교적 적은 종류의 동물들로부터 생산되는 것이지요. 이 중 일부는 여러분에게도 익숙한 동물입니다. 소나 돼지, 양, 고래 같은 짐승들 말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계속 강조하게 돼서 죄송합니다만, 이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사실입니다- 다른 음식보다 고기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오로지 가장 부유한 사람이나 고기 맛을 볼 수 있었는데도 말입니다. 인류의 먹거리는 90%가 식물성 재료로 만들어졌고, 고기는 귀해서 가끔씩이나 먹어볼 수 있는 별미였습니다.

 

침착하고 냉정하게 이 문제를 살펴보면-어빙 의원님이 이제 좀 진정이 되셨으면 좋겠군요-고기는 그 극도로 비효율적인 생산 방식 때문에 귀하고 비쌌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1킬로그램의 고기를 얻기 위해서는 해당 동물에게 최소한 10킬로 그램의 식물성 사료를 먹여야 했습니다. 그 사료 대부분이 인간이 바로 섭취할 수 있는 음식이었죠. 그 어떠한 심미적 측면을 고려하더라도 사리에 맞지 않는 일인 뿐더러, 20세기의 폭발적 인구 증가 이후의 상황을 생각하면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고기를 먹는 사람 하나마다 다른 열 명의 사람을 굶주리게 만드는 셈이니까요.

 

우리 모두에게 다행스럽게도, 생화학자들이 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그 대답은 우주 연구에서 나온 수많은 부산물 중 하나였지요. 식물과 식용-동물 모두는 거의 똑같은 원소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탄소, 수소, 산소, 질소, 약간의 황과 인, 이 여섯 원소에 다른 물질 약간을 조합하면 지금껏 인간이 먹어온 것과 먹어본 적도 없는 것을 모두 포함한 거의 무한한 다양성을 즐길 수 있습니다.

달과 다른 행성을 개척해야 한다는 문제에 부딪치자 21세기의 생화학자들은 공기나 물과 바위에 담긴 기본적인 원재료로 원하는 음식을 합성하는 방법을 알아냈습니다. 이는 과학의 역사에서 이룩한 가장 거대한 승리이고, 아마 가장 중요한 성취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너무 우쭐해서는 안될 일입니다. 식물들에게는 10억년 전부터 계속 해오던 일이니까요.

 

이제 화학자들은 자연에 그 대체제가 존재하든 말든 상관없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음식을 합성할 수 있습니다.

말할 필요도 없지만 이 과정 중에 실수를 일으키기도 했고, 재앙이 벌어지기까지 했습니다. 여러 거대 경제권들이 부상하다 추락했지요. 기존의 농업과 축산업이 오늘날의 거대한 자동 공정 시설과 만능 변환기로 변화하는 과정은 종종 고통을 수반했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그 대가로 굶주림의 위협은 영원히 사라졌습니다. 우리는 다른 시대의 사람들은 결코 알지 못했을 다양하고 풍족한 음식들을 손에 넣었습니다.

 

덧붙이자면 물론, 여기에는 도덕적인 이점도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수 백 만의 살아있는 생명체를 살해할 필요가 없습니다. 도살장이나 정육점 같은 역겨운 시설들도 지구 표면에서 깨끗이 사라졌지요. 우리 조상들이 아무리 거칠고 야만스러웠다 한들 지금 우리로서는 이런 추잡스러운 짓거리가 어찌 용납됐는지 믿어 지지가 않는 일입니다만.

 

그리고 우리는 아직도 이런 과거를 깨끗이 끊는게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제가 미리 주지시켜드렸듯, 우리는 육식 동물입니다. 우리는 백만년의 시간에 걸쳐 내려온 입맛과 취향을 물려 받았습니다. 우리가 좋던 싫던 간에 고작 얼마 전만 해도 우리의 고조부들은 기회만 되면 소와 양과 돼지들의 살점을 맛보는 걸 즐기려 들었습니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 역시 즐기고 있지요.

 

아 이런, 어빙 의원님은 지금부터는 나가 계시는 게 더 나을듯 합니다. 이렇게 대놓고 말하지 말걸 그랬군요. 물론 제 말은 지금 우리가 먹는 여러 합성 음식들이 옛 자연산 식품과 같은 화학식에 따라 구성된다는 뜻이었습니다.

그 중 일부는 물론 정말 완벽한 복제품이라 화학적 시험이나 다른 시험을 동원하더라도 아무런 차이점을 발견할 수 없지요. 이 상황은 논리적이고 피할 수 없는 일입니다. 저희 생산자들은 그저 가장 인기있던 합성 시대 이전의 음식을 모델로 삼아 그 맛과 질감을 재현할 뿐입니다.

 

물론 새 제품을 만들 때는 그 해부학적이나 동물학적 기원과는 관련이 없는 새로운 이름을 붙입니다. 그래서 삶의 불쾌한 진실을 상기하지 못하도록 방지하지요. 여러분이 식당 메뉴에서 볼 수 있는 단어들은 21세기 초반에 창조된 단어거나 프랑스어로부터 따와 일부 사람들이나 알아볼 수 있는 단어입니다.

만일 여러분이 자기 관용의 한계를 시험하고 싶으시다면 흥미롭지만 아주 불쾌한 실험을 시도해볼 수 있을 겁니다. 의회도서관의 검열된 구역에는 5백년 전 유명 식당-네, 백악관도 포함되어 있습니다-들의 메뉴들을 여럿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 메뉴들은 해부실이라도 연 듯이 무지막지하게 솔직히 적혀 있어서 읽는 것조차 힘들지요. 불과 몇 세기 전의 선조들과 우리 사이의 간극을 이처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도 없을 겁니다.

 

예, 의장님. 요점을 이야기하겠습니다. 관계없어 보이는 일일지는 몰라도 이 모든 건 아주 깊게 관련된 일입니다. 저는 여러분 식욕을 떨어뜨리려고 이러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저희 경쟁자인 트라이플래니터리 식품 회사를 고발하기 전에 미리 알아야 할 정보를 알려드리는 겁니다. 여러분이 그 배경을 이해하지 못하신다면 제 말도 그저 암브로시아 플러스가 시장에 나온 뒤 저희 회사가 입은 손해 때문에 천박하게 불평하는 걸로 들릴테니 말입니다.

 

여러분, 매 주마다 새로운 음식이 발명됩니다. 일일히 따라가기도 힘들 정도지요. 음식들은 마치 여성들의 패션처럼 불어 닥치다 사라집니다. 메뉴에 영구적으로 보존되는 건 겨우 천에 하나 정도 뿐이죠. 하룻밤 새에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는 메뉴는 아주 희귀합니다. 그래서 저는 암브로시아 플러스 제품들은 식품 생산의 역사를 통틀어 최고의 성공을 거두었다 말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나머지 제품들은 모조리 시장에서 구축되었지요.

 

보통은 저희도 그저 도전을 받아들였을 겁니다. 저희 조직의 생화학자들은 태양계의 여느 다른 생화학자들 만큼이나 뛰어난 이들입니다. 그들은 지체없이 암브로시아 플러스를 분석했지요. 저희는 합성식이든 자연식이든 간에 상관없이 사실상 모든 음식들에 대한 목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류가 지금껏 먹어보지 못한 것까지 말입니다. 여기에는 튀긴 오징어, 꿀에 재운 메뚜기, 공작의 혀, 금성 다지류처럼 여러분이 들어보지도 못하셨을 이국적인 음식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가진 맛과 질감에 대한 방대한 자료실은 우리 영업의 기초적인 자산입니다. 이 업계 기업 모두가 이런 걸 가지고 있지요. 우리는 여기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조합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경쟁사에서 출시한 제품을 복제하는 것도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암브로시아 플러스 때문에 꽤 오랫동안 당혹스러워했습니다. 암브로시아 플러스는 지방과 단백질로 분해되는 종류의 단순한 고기였습니다. 복잡한 부분도 거의 없었죠. 허나 저희는 그게 정확히 무엇인지 알아낼 수 없었습니다. 제 아래 고용된 화학자들이 실패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화학자 누구도 무엇이 암브로시아 플러스가 풍기는 그 아주 특별한 매력의 근원인지 설명하지 못했죠. 그게, 여러분 모두가 아시다시피, 다른 음식들 모두가 견주어봐도 암브로시아 플러스에 비하면 맛이 떨어지지 않습니까? 그건 아마도... 아, 제가 너무 앞서 나갔군요.

 

아주 간략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의장님. 그다지 내키는 일은 아닙니다만, 이제 트라이플래니터리 식품의 회장이 여러분 앞에 출석할 겁니다. 그는 여러분께 암브로시아 플러스는 공기, 물, 석회, 황, 인, 기타 물질로 합성된 음식이라고 증언할 겁니다. 완벽히 옳은 진실입니다. 허나 문제의 극도로 사소한 일부일 뿐이지요. 지금 저희는 그의 비밀이 무엇인지 밝혀냈습니다. 다른 비밀들이 다 그렇듯이 일단 알고 나면 아주 간단한 사실이긴 합니다만.

 

우선 저희 경쟁사에 축하부터 해야만 할 것 같군요. 마침내 인간에게 가장 이상적인 음식을 무제한으로 공급하는 공을 이루었으니 당연히 축하하는 것이 도리겠지요. 지금까지 이 음식은 공급이 극도로 제한되어 있었고, 오로지 소수의 미식가들이나 손에 넣을 수 있었습니다. 먹어본 모두가 예외없이 다른 음식들은 이 음식의 발치도 뒤따르지 못한다고 맹세하곤 했지요.

 

예, 트라이플래니터리의 생화학자들은 기술적으로는 최고의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이제 여러분이 도덕적이고 철학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차례입니다. 제가 증언을 시작하면서 "육식"이라는 오래된 단어를 사용했지요? 이제 다른 단어 하나를 더 소개해야만 하겠군요. 저도 입밖으로 내어 발음하기는 처음입니다.

ㅅ-ㅣ-ㄱ-ㅇ-ㅣ-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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