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잉_ 0

냉동고에 감금된지 거의 60일째 되어가는 오늘. 

나는 아직 이 냉동고를 탈출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있다.

그리고 이런 암울한 상황속에서 나는 내 소중한 동료이자 친구인 아멜을 딸기가 가득 쌓여있는 딸기산 깊숙한 곳에 묻어두고 왔다.

마지막 까지 희망을 놓지 않았던 녀석인데 유감스럽게도 녀석은 우리를 두고 먼저 떠나버렸다.

이제 남아있는 동료라고는 루이스 한 명 밖에 남지 않았다.

이미 많은 동료들을 떠나보내며 정신적으로 지친것인지 누군가 죽을때마다 눈물을 보이던 루이스는 이제 아무말도 하지 않게 되었다.

그 역시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는거겠지. 

나 역시 그런 그를 향해 희망적인 말을 건넬만큼 희망적이지 못했기에 나와 루이스는 아무말 없이 텐트로 돌아왔다.

그리고 문득 다음은 내 차례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훗날 이 냉동고에 들어올 이들을 위해 소소한 일지를 적어보고자 한다.

냉동고에 주인이자 트위치의 대마녀 요정여왕 멜로니를 마주한것은  5월의 어느 날.

별 생각없이 트위치 산골을 서성거리던 나는 이 깊은 숲속에서 애기소리를 듣게되었다.

나는 어린 아기가 이 깊은 숲속에 무슨 일일까 싶어 호기심을 가지고 접근했고, 그 결과 수 많은 사람들을 아기같은 목소리로 유혹하던 무서운 마녀 요정여왕 멜로니와 마주치고 말았다.

물론 처음부터 그녀는 위험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그 아기같이 사랑스러운 목소리로 대화 나누는 것을 즐기던 아리따운 여인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름다운 장미에는 가시가 있다고 하던가.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절대로 해서는 안될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슈빌군!"

"네, 멜로니님."

"슈빌군은 어째서 내 이름을 세겨주지 않는거야?"

"이름 말인가요?"

"응."

그녀는 어느날 문득 자신의 이름을 나의 이름에 세기길 원하였고, 그녀에게 친근감을 가지고 있던 나는 좋은 의미로 해석하여 그녀의 말에 따르기로 했다.

"좋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세기는게 좋을까요?"

 그러자 그녀는 귀엽게 미소짓더니 아기같이 사랑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조금만 있어봐. 금방 끝나니까~"

그 말을 끝으로 그녀의 주변은 이내 마법진으로 반짝이기 시작했고, 곧이어 마녀의 이름을 세기는 계약, 즉 '이름 구속'이 시작되었다.

"잠..이게 대체..."

그리고 이 과정에서 강렬한 위화감을 느낀 나는 서둘러 그녀에게서 거리를 벌렸고 뭔가 벌어지기 전에 서둘러 도망치기 시작했는데...

"유감이지만 이미늦은거야~"

"?!"

갑자기 커다란 빛이 반짝이며 나의 눈을 멀게하였고 사라져가는 의식속에서 그녀는 귀엽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어서와 슈빌군. 나의 이름을 세기게 된것을 축하해. 멜로니는 슈빌군이 조아조아 너무조아아~ 이제 영원히 나의 냉동고에서 행복하게 살자?" 

 그 말을 끝으로 나는 의식을 잃었고 얼마뒤 정신을 차린 나의 눈앞에는 이 끝을 알 수 없는 거대한 냉동고 속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이것은 나와 이 냉동고 속에서 만난 동지들의 이름을 되찾기 위한 목숨을 걸은 냉동고 속 대서사시.

이 목숨이 언제까지 붙어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나는 내 남은 시간을 이 일지를 작성하는 것에 쏟도록 하겠다.

부디 이 일지가 누군가의 손에 의해 읽혀져 이 냉동고 속을 헤쳐나갔던 수 많은 이들의 존재가 기억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