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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빡이

칸톨c737b
2018-03-19 19:20:23 320 0 6



내 나이 스물 둘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의 이야기이다.


원래 운동신경이 좋지 않던 나는 운전면허를

따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필기시험은 쉽게 합격했지만 실기와 주행시험은

정말 아슬아슬하게 합격했던 것 이다.

차라리 주행 시험을 몇 번 떨어졌더라면

다행이었겠지만 ...


운 좋게도 오히려 쉽게 합격해버린 것이다.

때문에 면허증이 있어도 

나는 운전에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면허를 따면 친구들에게 멋진 주행모습을 보여주겠노라 자랑해둔지라 나는 불안함을 안고도 운전을 하겠다고 결심했다.

주차장으로 향하자 면허를 취득하면 멋지게 몰아보고자 고이 모셔둔 자동차가 있었다.

기분 탓인지 오늘 따라 차가 더 깨끗하고 멋져보이는 것이


'내가 이 차를 정말 운전해도 되는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차를 타고 시동을 걸며 도로위를 질주하던 나는

역시나 얼마 가지 못해 패닉에 빠지고 말았다.


"이게 무슨 민폐냐.. 아휴 쪽팔려"


뒤에서 빵빵거리며 옆을 지나가는 차량에선

어김없이 창문을 열고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앞쪽으로 사라졌다.


친구들과 만나기로 한 시간은 진즉에 지나버렸고

주변은 어느새 어둑어둑해져서 더욱 운전하기

힘들어졌다.


나는 결국 포기하고 갓길에 차를 세운뒤 경고등을 켜고

차 뒤에 경고문구를 세워두고는 핸드폰을 꺼내들어

택시를 불렀다.(보험사에 연락도 해두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택시가 도착했다.



아차... 나는 낙담하고 말았다.

지갑을 들고 오지 않은 것 이다.


'오늘은 정말 뭐든 안되는 날이구나.'


나는 상황을 설명하고 택시아저씨에게 양해를 구했지만, 아저씨는 나무라며 한사코 거절하는 것이었다.


늦은 시간, 운전으로 인한 피로와 스트레스가 갑작스레 겹쳐서일까

 나는 평소와 달리 심하게 짜증을 부리고 말았다..


"됐어요! 민폐 끼쳐서 죄송하게 되었네요."


그렇게 택시를 뒤로하고 차로 향했다.

다시 차를 운전하는 것은 탐탁지 않았지만,

흥분한 상태여서 인지 이제까지와의 긴장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오늘 하루 최악이었지만 어쨋든 집에는 돌아갈 수 있겠구나라거나

어서 집으로 돌아가서 쉬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30분쯤 지났을까?

집으로 향하는 사거리에서 

신호등을 기다리고 있으니 뒤에서 

익숙해보이는 택시가 보였다.


내가 부른 그 택시였다. 

조금 차분해져서인지 택시아저씨께 미안한 기분이 들던 참이라 찹착한 기분이 되었다.


그런 생각을 하던 중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그 택시가 상향등을 켰다 껐다를 반복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무슨 문제가 생겼나 싶었지만 곧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택시가 상향등을 조정할 때마다 백미러에 반사되어 내 눈을 눈부시게 하려는 것이 분명했다.


이게 말로만 듣던 보복운전이라는건가?!

나는 당장 차에서 내려 화를 내고 싶었지만

더이상 피곤한 일이 생기는 것은 사양이었다.


녹색 신호가 들어오기 무섭게 엑셀을 강하게 밟았다.

택시를 떨쳐낼거라 생각했지만

거리는 좀처럼 멀어지지 않았다.

이제 막 운전을 시작한 나와는 실력부터가 달랐다. 


더욱 화가 나는 것은 주행중에도 택시가 쉼없이 상향등을 깜빡이는 것이었다.

잔득 독기가 올라 도로위에 질주가 시작되었고

사고가 날뻔한 일도 몇번이나 일어났지만

다행스럽게도 집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무섭게 달려드는 택시에 공포까지 느꼈다.

운좋게 신호등에 걸려 떨쳐낸 것은 기적에 가까웠다.

대체 무엇이었을까?


그런 걱정과 의문은

집에 도착함과 동시에 사라졌다. 

모든 것을 잊고 피곤함에 짓눌려

그저 잠에 빠져들었다.



어쨋든 당분간 운전을 하는 것은 질색이라

나는 며칠간 차를 거들떠 보지도 않기로 했다.


그렇게 이번 일은 마무리되는 듯 했다.

며칠이 지난 오후 

수업을 듣던 나는 경찰의 연락을 받았다.

과격한 운전 때문일까?

아니면 택시기사와의 불화가 문제였을까?

당황하고 있는 내게 

자신을 형사과 경사라고 소개한 경찰관은

걱정과 달리 내 안부를 묻기 시작했다.

다친곳은 없는지 집은 잘 들어갔는지 하는 것이

주된 질문 내용이었다.


대체 어찌된 영문인지 몰라하는 내게

경찰관은 충격적인 이야기를 해주었다.

경찰에 신고를 한 것은 그 때의 택시기사였다.

그리고 신고를 한 이유는 심한 말싸움 때문도

내게 보복하려 한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내 안위를 걱정한 행동이었다는 것이다.


그날 크게 싸우고 떠나는 내 차량 뒷자석에

누군가가 있었다는 것이다.

소름이 끼치고 무서워졌다.


그 날?

뒷자석에 누가 있었다고?!

나는 방치해둔 것치고 너무 깔끔하던 차의 외관이

떠올랐다.



택시기사는 처음에는 알아채지 못한 승객이 있었겠거니 싶었지만,

이상한 기분이 들어 내차를 따라왔고 사거리에 멈춰서고서야 이상함을 확신했다고 한다.


그 때부터 필사적으로 내 차를 쫓았고 멈추지 않는 

내게 전달하기위해 상향등을 깜빡였다는 것이다.


소름이 돋았다.


그 날, 내 뒤에... 대체 누가?!

나는 서둘러서 차고를 확인해봤지만

빈 차고만이 덩그러니 남아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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