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연 0

1. 접으세요. 

롤 10주년이요? 이 게임은 20년이 넘었습니다. 지금 민증 발급받은 분들보다 역사가 오래된 게임입니다.

그동안 쌓여온 데이터와 패턴과 심리와 플레이양식이 누적되어 있는 게임이 바로 철권입니다. 하루아침에 잘 할 수도 없고, 잘 하기도 어렵습니다.

온갖 고통이 당신을 덮칠 것이고, 온갖 더러운 플레이와 역겨운 유저들이 가득할 겁니다. 튜토리얼은 불친절하고, 모르는 걸 자세히 알려주는 QnA시스템도 없습니다. 더욱이 롤처럼 남 탓을 할 수도 없습니다. 반드시 두 명 중 누군가 한 명은 불행해지는 게 바로 이 게임입니다.

이후의 내용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을 굳이 하시겠다는 분들을 위해 작성됨을 알려드립니다.

2. 스틱이 필요한가.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있어서 나쁘진 않으나 꼭 필요하진 않다. 입니다. 

캐릭터에 따라 키보드 입력이 오히려 직관적이라 쉬운 경우도 있고, 스틱이 없으면 흉내도 못 내는 커맨드도 존재합니다.(예시 : 기스의 레이징 스톰 ↙→↘↓↙←↘양손 입력)

우선 시작해보고 자신이 하려는 캐릭터의 숙련된 조작을 위해 필요한가 유무를 우선 따져보는 게 중요합니다.

실제로 천상계 유저분들 중에는 본인의 캐릭터 조작감과 편의성(빠른 퍼지가드)을 이유로 키보드를 선택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3. 어떤 캐릭을 골라야 하는가.

가장 어려운 질문입니다. 하지만 굳이 답을 하자면 "내가 하고자 하는 목적에 맞는 캐릭터" 를 고르는 게 좋습니다.

이기고 싶으면 쉽고 강한 캐릭을 하면 됩니다. 멋지고 예쁜 캐릭터를 하고 싶으면 잘생기고 예쁜 캐릭터를 고르시면 됩니다.

승패나 성능, 외모에 관계없이 상대를 화나게 하고싶다구요? 그런 캐릭 또한 실제로 존재합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본인의 플레이목적에 맞는 캐릭터를 고르는 게 이 게임을 질리지 않고 오래 즐기시는 비결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4. 뭘 해야 할까.

많은 방향들이 있을 것입니다. 웨이브와 백대시 연습, 콤보연습, 딜레이캐치연습, 횡신운영, 기본기심리, 프레임이해 등등...

하지만 저는 우선 "컴까기" 를 먼저 해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스타나 롤도 우선 컴까기를 하면서 기본적인 개념을 잡고 운영이나 플레이를 개선해 나가듯이, 이 게임도 우선 AI모드를 상대해 보면 이 캐릭으로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 어떤 걸 바꿔야 하는 지에 대한 개념이 잡힌다고 생각합니다.

컴까기가 재밋으면 그것만 즐기셔도 상관 없습니다. 최근 격투게임들이 스토리 모드를 반드시 넣는 이유는 이런 이유입니다. 

AI들은 당신을 농락하지도 않고 티어사기를 치지도 않습니다. 이긴다음 시체훼손이나 기를 모으지도 않습니다. 

컴까기가 질리셨다면 그 다음엔 플레이 방향을 잡으시면 됩니다. 흔히 말하는 "날먹"으로 이기는 감각을 쌓아올리셔도 좋고, 근본부터 차근차근 쌓아올리는 플레이를 하셔도 좋습니다. 그러다 보면 모자란 부분이 느껴질거고, 그걸 차근차근 메워나가시면 됩니다.

5. 마치며.

이 게임을 켠다는 건 카지노에 들어가는 도박중독자와 같습니다. 온갖 기대와 설렘, 계획을 안고 들어가지만, 나올 때 가지고 올 수 있는 건 후회뿐입니다. 앉을 걸, 일어설 걸, 지르지 말 걸, 지를 걸, 철권 하지 말걸...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을 계속 하시겠다면, 그 끝없는 고통의 사막 어딘가에 존재하는 오아시스같은 좋은 기억들 때문일 것입니다.

그때 멋있게 역전해서 이겼는데, 그때 콤보 잘 때렸는데, 그때 상대 심리파해 쩔었는데...

심지어 이 좋은 기억은 다른 누군가와 분배할 필요도 없습니다. 너 같은 놈 데리고 이기기 힘들었다고 나를 깎아내리는 팀원도 없고, 집에서 주무시던 부모님을 없던 분으로 만드는 트롤러도 없습니다. 고통이 모두 나만의 것이듯, 기쁨 또한 오로지 나만의 것입니다.

그 모든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이런 행복을 찾아 이 게임을 선택하신 모든 유저 분들을 존경하고 또 환영합니다. 

언제나 사랑과 존중을 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