릿코_ 0

릿코야, 이젠 무대에 오를 시간이야

예전부터 기타를 들고 있는 모습도 그리고 싶었고

베트남 사진에서 봤던 선글라스를 낀 모습도 그리고 싶었고

뭔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그림도 그리고 싶었는데,

릿게더에서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서 위의 바람들을 그림 한 장에 담아보기로 했습니다.

릿코님을 알게 되어서 좋은 점들은 차고도 넘치지만

그림을 다시 그리게 된 것도 그 중 하나가 아닐까 해요.

꼬리빗 = 15cm 짜리 '자'

우선 조금 부끄럽고 미안합니다.

한없이 길어질 수도 있는 글이지만 짧게 줄여보면

예전에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어요.

유튜브 알고리즘부터 시작해서 저를 트위치로 발을 들이게 했던

내가 보기엔 충분히 재미있고 가능성이 있는 친구인데 시청자는 도무지 늘지 않는,

어쩌면 트위치에 흔하디 흔한 스트리머가 있었습니다.

스스로 보기에 뭔가 새로운 환경에서의 돌파구가 필요했다고 생각했는지 어느날 갑자기 타 플랫폼으로 이적하겠다고 말합니다.

당시까지는 직접 경험해보지는 못했지만 뭔가 환경이 많이 다르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기에 걱정이 많았습니다.

그 친구와 몇몇의 추종자들은 조촐하게 짐을 꾸려 이적을 했고, 결과는 좋지 못했습니다.

자세히 적지는 않겠지만 여러가지 이유들로 인해 좀처럼 본인이 바라던 방향으로 방송을 이끌지 못했고. 이내 방송일을 완전히 접었습니다.

방송을 지켜주고자 저도 나름의 노력을 했지만 별로 도움이 되어주지는 못 했어요.

그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난 후, 그곳의 아이디를 삭제하고 다시는 발을 들이지 않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릿코님께서 이적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씀하셨을 때, 아무리 릿코님이 좋아도 그곳으로는 따라가지 않겠다고 했던 것은

가지 못하게 잡고 싶은 마음도 아니었고(그건 일개 트수가 할 수 있는 일도 당연히 아니고), 뭔가 불만을 표하고 싶었던 것도 아닌,

과거의 일이 떠올라 내질렀던 비명에 가까웠습니다.

영향력을 미칠 생각도, 그럴 능력도 없지만 이적에 대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현한 상황에서

방송에 나타나고 트게더에 나타나고 하는 일은 릿코님께도 다른 구성원들께도 불편하게 느껴질까 싶어 한동안 방황을 좀 했습니다.

마이크 설치하는 것을 보고는 참지 못하고 잠시 오지랖을 부리긴 했지만...

조금은 차가워진 머리로 며칠 간의 가출을, 아니 방황을 끝낸 지금은 처음과는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우선, 예전 그 친구에게는 미안하지만, 릿코님은 훨씬 더 능력이 있고 매력적이고 또한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단단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릿코님에게는 충성스럽고 믿음직한 많은 코츄들이 있습니다.

야반도주하듯 소박하게 짐을 꾸려 몸을 옮기는 이적이 아닌

언제든 힘이 되어줄 수많은 추종자들 그리고 릿코님이 진행하던 방송의 공기와 분위기까지 이식할 수 있는, 일종의 '엑소더스'가 될 수 있습니다.

인연이 끝나는게 너무 아쉬웠고 또 과거와는 다른 희망도 발견하고 해서

저는 종잇장 같았던 저의 신념을 버리고, 릿코님께 따라가고 싶다고 바짓가랑이를 잡고 매달렸고

관대하신 릿코님은 저에게 흔쾌히 짬뽕을 내려주셨습니다. 아멘.

저의 거친 언행으로 인해 불편하셨던 분들이 계시다면 이 자리를 빌어 사과합니다.

며칠 방황하는 동안 쪽지로, 댓글로 좋은 말씀 남겨주셨던 모든 다른 트수분들께도 우정어린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새로운 시작을 함께하면서 저도 1/n의 몫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우리 모두 정말 잘 해야 할겁니다. 아니, 잘 할 수 있습니다.

전에는 바니걸이 취향이냐고 하더니 오늘은 또 뭔 교복 타령을 하나 싶었지만,

뒤늦게 입덕한 트수 하나를, 처음 봤던 날까지 기억해주고 그날 입었던 옷까지 기억해준다니

트위치 생활하면서, 과거에도 현재도 미래에도, 이보다 더 큰 포상이 있을까 싶어 행복해졌습니다.

새로운 곳에서 만나요.

(제 휴가 일정하고 겹쳐서 이적 초반 방송들을 놓칠지도 모르지만...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