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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무서운 이야기

게솔이
2018-07-20 15:47:55 339 1 0

우리 동네에는 가발 공장이 있었다.

한창 산업화가 이루어질 때 아주 잘 나갔다고 한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사업이 시들시들해졌고,

경영난에 시달리던 가발공장 사장은 결국 공장을 폐쇠하기에 이르렀다.


버려진 공장에는 

사유지, 출입금지라는 시뻘건 글자가 큼지막하게 적혀있었지만

어린 나이의 우리들은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어른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나와 친구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문이 굳게 잠긴 가발 공장 근처에서 밤새도록 숨바꼭질을 하며 놀았다.


여느날과 같이 숨바꼭질을 하던 어느날

나는 끝까지 잡히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공장 안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공장 문은 단단히 잠겨 있었지만, 옆으로 통하는 창문이 하나가 있었다.

창문 아래 널린 나무 상자들을 밟고 공장 안으로 들어가 숨었다.

역시나 술래는 나를 찾지 못했다.


그러다 깜빡 잠이 들었다.

그날 유난히 해가 빨리 졌는지

아니면 내가 꽤나 오래 졸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꽤나 깜깜했다.

구름 틈 사이로 비치는 조그마한 달빛이 

공장 내의 가발을 올려두는 그 플라스틱 머리들을 어스름히 비추고 있었다.


나는 조금씩 겁이 났다.


플라스틱 머리들은 모두 창문쪽으로 얼굴을 향하고 있었고

나는 그 머리들의 뒤통수만을 보고 있었다.

나는 공장 밖으로 나가기 위해 뒤를 돌아보았다.


기분이 이상했다.

등 뒤의 기분이 이상했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살짝만 뒤를 보았다.

창문을 보고 있어야 할 플라스틱 머리 중 하나가 나를 보고 있다.

























순간 놀랬지만 

워낙 어두웠던 탓에 잘 못 본 것이 틀림 없었다.

다시 보니 역시나 그 머리는 창문을 보고 있었고 나는 그 머리의 뒤통수를 보고 있다.


안도의 한숨을 쉬며 다시 창문을 넘으려고 하는데

아까의 그 싸늘한 기분이 나의 등을 쓸어내렸다.


나는 용기를 내어 다시 뒤를 돌아보았다.

그 머리가 또 나를 보고 있다.




내가 잘 못 본 것이 아니었다.

분명히 나를 보고 있다.


그 때 구름이 걷히면서 밝은 보름달빛이 공장 안을 비추었다.


그리고 나는 보았다.


그것은 가발을 올려두는 머리가 아니었다.

목을 매달아 자살한 가발 공장의 사장이 

줄에 매달려 빙글빙글 돌고 있었던 것이다.



다음날 공장 주변으로 싸이렌이 달린 차란 차는 다 모였고

한동안 온 동네가 시끄러웠다.


지금은 어린 날의 추억이 되었지만

가끔


아주 가끔



지금도 뒤에서 누군가 나를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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