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리아 - 미망성(未忘聲)]
더 이상 그대, 이곳에 들르시지 않을지언정, 내가 먼저 이곳에 와, 그저 미망을 읊조렸을 뿐이기만을 바란다.
흐려진 향기는 무엇보다 짙게 추억을 담고 있지만, 맡을 수가 없고.
먼지도 내려앉을 수 없는, 아담한 그 공간의 잔상을 쫓기도 서서히 지쳐만 가니.
이제 그만, 추억조차도 발하지 못하게, 눈 한번 질끈 감고, 마침표를 찍어볼까.
그렇게, 고단히도 찍어누른 이야기의 말로를, 아스라이 귓가에 맴도는 아우성 하나 못 이겨, 끝끝내 갈고리를 걸어, 붙잡아 본다.
끝없이 되뇌이는 시간의 쇄도 속에서, 나는 도대체 어디에 머물러야 하는 것일까.
도대체 나는 무얼 바라, 그토록 슬피 서글픔을 토해내어도, 처절히 그리움을 한탄하여도, 그곳에서 오롯이, 메아리를 벗 삼아 밤을 넘기던, 한 아이의 외로운 모습만이, 기억을 살짝 스치우곤, 또다시 하루를 살아가야 했나.
늦은 밤, 밤하늘에 맺힌 별빛이, 바라보기론 참으로 아름답던데.
혹여, 함께 땅에 맺힌 등불이 그대 넋을 괴롭혀, 나와는 다른 번뇌에 속을 그을려, 속절없이 하루를 밀어내지는 않는지.
혹여, 안다미로 보이지 못할 거란 비관에 사로잡혀, 시나브로 물시하고파, 마주하지도 않는지, 걱정하기도 한다.
무엇으로든, 돌아오는 길이 너무 멀고 험해서, 나 그대 보이지 않아도, 내 어린 아집으로, 망상을 밀어낼 테니, 그저 시간이 무심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