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성 0

니건밴은 지금까지 두 곳의 커뮤니티를 오랫동안 잡았습니다

그 중 하나는 이글루스였고, 그 중 하나는 바로 여기, 트위치와 트게더였습니다

이글루스는 사회 초년생부터 시작해 코로나 한참 창궐한 초반까지 니건밴을 지탱해줬다면, 트게더는 코로나 창궐부터 트위치 코리아가 끝나기 전까지 니건밴을 지탱해줬습니다.

약 4년 동안 니건밴은 1440개의 글을 썼습니다

약 4년 동안 니건밴은 무수한 덧글들을 달았습니다

약 4년 동안 니건밴은 많은 개추들과 많은 기만들과 많은 정보를 접했습니다

1440개, 연 평균 360개, 그리고 니건밴은 하루에 한 번 꼴로 글을 작성했습니다

사실상 니건밴의 20대 중반을 책임진 커뮤니티였습니다

그리고 내일, 니건밴의 하나의 기억이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려 합니다

그렇다고 좌절만 할 수도 없지요. 내일을 봐야죠. 트위치와 트게더는 역사 속으로 사라져도 아직 치지직과 네이버 카페.... 

...솔직히 카페 기능이 트게더마냥 뿅 하고 변하지 않겠지만, 이제 트위치와 트게더의 아련한 추억은 치지직과 네이버 카페로 이어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기에, 니건밴은 아련함과 기쁨이 함께 공존합니다. 

이에, 니건밴이 트위치 코리아 철수를 기억하기 위해 부족하나마 졸기(卒記)를 작성했습니다.

졸기라고 함은, 돌아가신 분에 대한 마지막 평가를 의미합니다. 실록에서도 나오는 기록이죠.

비록 짧다고 한다면 짧은 트위치 코리아지만, 한국 인터넷 방송 역사에 아름다운 흔적을 남겼다는 걸 기억하며,

갑진년(서력 2024년) 2월 27일 맑음

미국 동영상 누리집 트위치의 한국지사가 졸(卒)하였다. 부음이 이르니, 뭇 사람들이 심히 슬퍼하여 눈물을 흘리고 각자 다양한 방법으로 사제하기에 이르렀으며, 한국지사가 졸하게 된 망사용료에 대해 이를 갈지 않은 자가 없었다.

트위치는 신묘년(서력 2011년) 미국 가주 금산에서 시작한 회사로, 이후 을미년(서력 2015년)부터 한국 땅에 상륙하여 기존의 다음에서 방송하던 방송인들을 하나 둘 데려오기 시작하였으며 병신년(서력 2016년) 10월 말이 되어 갑자기 한국 인터넷 방송의 주축인 대륙이 요동치는 일이 발생하여 대륙에서 많은 이들이 건너와 부흥을 맞이하였다. 

그러다 기해년(서력 2019년)에 이르러 한국지사의 내부에서 일대의 소란이 일게 되어 사람들이 이를 기이하게 여겼고, 소란의 실체가 알려지자 몇 사람들이 한국지사에 등을 돌렸으며, 이 내부 소란에 공정위가 시정을 지시하는 일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러한 소동을 정리한 한국지사였으나, 이번에는 경자년(서력 2020년) 10월 본사인 미국에서 전자 저작물에 대한 일련의 소동이 벌어지고 임인년(서력 2022년)에는 시청자들에게 제공되던 영상 화질이 갑자기 제한되는 사건이 일어나더니, 얼마 못 가 한국지사에서 다시보기와 조각영상 제공을 중단하는 초유의 사태마저 일어났다. 이에 대해 많은 이들이 당황해하며 이에 대한 원인을 찾기 시작했고, 곧 원인은 한국의 높은 망사용료가 지목되어 많은 이들이 탄식과 분노를 금치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영업을 이어나간 한국지사였으나, 계묘년(서력 2023년) 12월 6일, 미국 본사에서 한국지사를 갑진년 2월 27일에 졸(卒)하겠다고 하였다. 이에 사람들이 일제히 통곡하였고, 우연으로 한국의 초록집에서 인터넷 방송 누리집인 '치지직'을 열겠다고 선언하여 사람들은 이에 의구심을 가졌으나, 초록집에서는 하늘이 점지하듯 갑작스런 우연이라는 해명을 하여 이내 의심은 줄어들었다. 

비록 짧은 생애동안 한국에 있었으나 한국의 인터넷 문화를 다양하게 하였으며, 비록 내부 문제로 인한 소동이 있었으나 많은 이들을 끌어들여 인터넷 방송 문화를 꽃피우게 한 것은 한국지사의 업적이라 하여도 될 것이다. 그러나 외부 문제, 특히 한국지사를 발목잡게 한 망사용료의 문제로 인해 결국 한국지사가 졸하였으니, 어찌 슬퍼하지 않겠는가.

이에 방 한 켠의 사관은 감히 논한다. 미국 가주 금문에서 태동하여 야심을 품고 한국지사에서 뜻을 펼쳐보려 하였으나, 내부의 문제보다는 외부에 발목이 잡혀 결국 아름다운 유산을 남기고 졸하였으니, 결국은 통신 삼대감의 망사용료 수호라는 기치 아래에서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가는 한국 인터넷의 슬픈 현실에 그저 한국지사의 흔적에 술만 뿌릴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고마웠다, 트위치.

나의 지주이자 나의 또 다른 인생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