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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제목 미정의 퇴마?물 1화

지지아저씨
2023-10-23 00:35:49 42 1 0

귀신 혹시 좋아해? 아니다, 귀신을 믿는가? 나는 귀신을 믿는 편은 아니었어. 어제까지는 말이지.

나는 어제 교통사고를 당했어, 트럭이 치이면 이세계로 갈 줄 알았는데 갈비뼈에 금이 가고 문제는 오른 다리가 골절되었다는 거지. 그것보다 더 문제는 내가 입원한 이 병원이 귀신 천지야, 내가 정신병이 아니라면 말이야.

면회 온 친구들이 사 온 과자를 옆에서 계속 집어먹는 꼬마 아이가 있는데, 아무리 과자를 집어 먹어도 안 줄어들어, 휠체어를 끼익 끼익 끌고 다니는 저 할머니는 문 앞을 300번은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30초마다 지나가, 미쳐버릴 것 같아.

하지만 나를 더 미치게 하는 건 천장 위에서 나를 노려보고 있는 여자, 거미처럼 천장에 붙어 있는데 팔과 다리가 비정상적으로 길고 머리를 꺾어서 나를 노려보는 눈동자는 붉게 충혈되어 있어, 머리카락은 산발에 깁스를 하고있는 내 다리까지 내려와.

어제의 사고가 원인 것 같아, 이런 귀신들이 보이는 건 그리고 그 사고의 원인 저 천장에 귀신이고, 옆에서 과자를 먹은 꼬마 말고 다른 귀신들은 다 저 귀신을 피해.

내가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면 저 거미 귀신도 따라와 그러면 주변에 널려 있던 귀신들이 슬금슬금 피해가, 아마 내가 이런 사고를 당한 것도 저 거미 때문이겠지.

이철중 인생의 최대 위기다. 아이씨 얼굴도 평범하고 모쏠인 내가 저런 여자한테 원한을 살 일도 없을 거고 처음 보는 얼굴인데 어떻게 나한테 이러는 거냐고, 나 아직 연애도 취직도 못 했어. 방구석에서 2년째 공무원 준비하는 내가 오랜만에 외출했더니 이런 일을 당하는 게 말이 되냐고.

“이철중 환자분 혈압 측정하러 왔습니다.”

“간호사 선생님, 저 혹시 퇴원할 수 있을까요?”

“환자분 왜 그러시죠?”

보통 모두가 알지 교통사고는 오래 입원하는 것이 좋다는 걸 나는 적어도 일주일 이상은 입원 할 수 있는 상태이기도 하고, 하지만 여기 무서워서 못 있겠단 말이야.

“집에 가고 싶어서요, 저 공부해야 해요.”

“나중에 주치의 오시면 따로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퇴원은 수요일에 하기로 했다. 지금이 월요일이니깐 여기서 두 밤은 더 자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건 6시 이후에는 엄마가 오신다는 건데, 나는 밤이 무섭다.

시간이 지나간다. 옛날에도 입원을 해봤던 적이 있는데 그때는 정말 시간이 느리게 흘러갔었는데, 꼭 귀신이 시간을 조정하는 것처럼 빠르게 해가 떨어지고 있다.

씨익 하고 웃는 것 같다. 빌어먹을 나는 어쩌다가 저런 게 붙은 거야? 겨울은 밤이 길고 해는 빨리 떨어진다. 1월은 더더욱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아직 5시인데 벌써 해가 떨어지고 어두워졌다.

[!$%#!@##$!@$!%!#%]

뭐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소리가 들린다. 어느 나라 말이지? 이런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입원실이 어두워졌다. 6인실에 꽉차 있었던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춥다.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이 춥다. 이가 딱딱딱 하고 부딪친다. 아아

1초가 영겁 같다.

끼이익

‘환자분 혈압 측정하러 왔습니다’

“간호사님 저 좀 이 방에서 내보내 주세요.”

‘환자분 혈압 측정하러 왔습니다’

“네 제 말 안 들리세요?”

‘환자분 혈압 측정하러 왔습니다’

이 사람은 간호사가 아니다. 차마 얼굴을 올려다볼 수가 없다.

‘환자분 혈압 측정하러 왔습니다환자분 혈압 측정하러 왔습니다환자분 혈압 측정하러 왔습니다환자분 혈압 측정하러 왔습니다환자분 혈압 측정하러 왔습니다환자분 혈압 측정하러 왔습니다환자분 혈압 측정하러 왔습니다환자분 혈압 측정하러 왔습니다’

병원 침대가 마구마구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 엄마 빨리 좀 와 살려줘.

“헉”

덥석 내 팔을 잡는 간호사 귀신

‘환자분 혈압 측정하러 왔습니다’

혈압 측정은 개뿔 내 팔이 으스러질 것 같다. 뭔가 무언의 압박이 느껴진다. 내 얼굴을 봐 하는 그런 느낌. 까라 그래 절대 안 쳐다봐.

“아들 엄마 왔다.”

헉 헉 헉 주변이 확 밝아진 것 같다. 잠깐의 시간이었는데 이미 한 시간이 지난 것인가?

“엄마 어마 믿을 수 없겠지만, 지금 병원에 귀.. 귀신이 있어.”

“아들 왜 그래? 어머 이 땀좀 봐”

“내일 당장 퇴원하자.”

“지금 이 다리로 어디를 가려고, 엄마가 새 환자복 가져올게, 갈아입자”

“아니야 가지마!”

“어우 아들이 아직 아기네 엄마를 아주 좋아해”

옆자리 환자의 보호자 아줌마의 말에 환자실이 웃음바다가 되었다. 엄마는 민망했는지 ‘옷 가지러 갈게’라고 말씀하시고는 급하게 방을 나가셨다.

끼기긱긱하고 목이 비틀리는 소리가 천장에서 들린다. 어우 환장하겠네. 당장 바로 나를 다시 덮칠 것 같지는 않지만, 나를 노려보는 눈이 더욱더 충혈되고 붉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내가 여자한테 원한을 산 적이 있던가? 초등학생 때 좋아했던 여자아이를 놀리다 울린거?, 중학교 2한년때 유도부 여자랑 진지하게 1대1 맞짱뜬거? 아니 그건 내가 처 발렸다고...

“누구세요? 누구신데 저에게 이러시는 건가요?”

[...]

“민정이야? 혜린이? 벌써 죽어서 귀신이 된거야?”

“미안해 내가 그때 잘못했어, 네가 민정이라면 그때는 내가 너를 좋아했었어, 변명이고 내 잘못이지만 너에게 관심받고 싶어서 그랬었어 진심으로 미안해”

[...]

“아 혜린이야? 솔직히 너랑 맞짱깐건 네가 정아를 괴롭혀서 그런 거잖아? 그때 나는 정아를 좋아했다고, 생각하니깐 열받... 아니 미안해, 너도 남자랑 싸워서 좋은 거 없었고 나를 이긴 다음에 헐크라는 별명이 생겨서 힘들어했었지”

“아들 뭐라고 그렇게 혼자 중얼거려?”

언제 어머니가 오셨는지 침대의 커튼을 치고 새 환자복을 나에게 내밀었다. 내가 처음에 입고 있는 환자복은 짜면 물 한 컵은 될 것처럼 축축해져 있었다.

“이거 시트도 바꿔 달라고 해야겠다. 뭔 애가 이렇게 땀을 흘렸니?”

“엄마 진짜 귀신 나온다니깐.”

“잠깐만 너 팔이 왜 그래? 어머 어머”

팔? 어? 내 왼팔에 선명하게 남은 사람 손 모양의 피멍이 들어 있었다. 아까 그 간호사 귀신이 잡았던 그곳이었다. 갑작스럽게 팔에 고통이 느껴진다.

아야야 걱정 어린 어머니의 시선을 받고 있자 너무 맛이 없는 진심 건강한 맛의 정수를 보여주는 병원 밥이 나왔다.

죽기 전에 최후의 식사가 설마 이 병원 밥이 아니길 간절히 기도해야 할 판이다.

그래도 엄마랑 같이 있을 때는 잠잠한 건가?

“환자분 혈압 측정하러 왔습니다”

“으악!”

“어머! 깜짝이야 간호사 선생님 죄송합니다. 우리 애가 예민하네요.”

“아닙니다. 그럼 혈압 측정할게요.”

“아아 아아 아파요. 반대 팔로 측정해주세요”

간호사가 혈압기를 감은 곳이 아까 귀신이 잡았던 곳이라, 방심하고 있다가 진짜 골로 갈 뻔했다.

천상에 귀신이 있어도 잠은 잔다. 오늘 하루 침대에 누워만 있었는데 너무 피곤하고 힘들었어.

[저주하고 죽으리라, 죽어서 저주하리라]

뭔 소리지? 여기는 어디지? 눈을 뜬 곳은 아 그냥 입원실이구나 옆에는 잠들어 있는 엄마가 보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어두운 입원실에서 붉게 타오르는 두 개의 눈동자 아까는 알아들을 수 없던 말이 이제는 알아들을 수 있게 되었다.

딱딱딱 다시 한번 몰려오는 한기 아 결국 오늘을 넘기지 못하는 구나

[내가 도와줄까?]

지금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 어린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아까 과자를 집어 먹던 꼬맹이 귀신이었다. 단발머리에 흰색 개량한복을 입고 있는 이쁘장하고 귀여운 이 아이가 나를 도와준단 말인가?

[귀신이 아니다. 나는 이 병원의 터주신(主神)이니라]

“터주신? 잘은 모르겠지만 도와주세요”

귀신은 음습하게 웃으며 계속하여 말을 이어 나간다.

[저주한다 저주해]

[내 너와 저 잡귀에 연(緣)이 없어, 그냥 두려고 했으나 네가 나에게 올린 공양과 감히 터주신이 두 눈을 똑똑히 뜨고 있는 터에서 감히 두 번이나 장난질을 하는 것으로 작은 연이 생겨 이렇게 도와주게 되었다]

터주신이 거미 귀신을 향해서 손을 뻗자 거미 귀신이 비명을 지르며 구겨지기 시작했다.

이제 나의 종교는 터주신이다. 터주신이 정확하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대단한 것은 분명하다.

거미 귀신은 비명을 지르며 발광하기 시작했다.

[죽일 거야! 죽인다! 죽여!]

종이작 처럼 구겨지는 거미 귀신은 어느새 축구공만 해졌다. 그리고 드르륵 병원 창문이 열리려고 터주신은 그 귀신을 밖으로 던져버렸다.

[다시는 이 병원에 저것이 들어오지 못할 것이다. 네가 이곳을 떠난다고 하여도 힘이 많이 빠졌을 거니 바로 너를 찾지는 못할 것이고]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나는 그렇게 터주신에게 절을 올리며 감사를 표했다. 그다음부터는 병실에 온갖 귀신들이 넘쳐나게 되었지만, 나는 무사히 금요일에 수요일에 퇴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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