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 으레 청소를 하곤 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채 하루를 가지 않을 정연함을 위해 많은 시간을 쓴다는 게 아깝게 느껴졌고
새해맞이 대청소 의식은 그렇게 중단됐다.
청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쓰지 않는, 낡은 것들을 버리는 것이다. 1년 내내 단 한 번도 쳐다보지 않다가
버리려고 그것들을 찬찬히 돌아보고 있노라면 시간이 쏜살같이 달아난다.
처분을 기다리는 물건들 앞에서 나는 한참을 서슴거린다. 1년 내내 한 번도 쓰지 않았고, 쳐다보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의미 없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어디 물건들 뿐이랴.
사람도 시간이 스쳐갈수록 해지고 낡아간다.
매일 아침마다 마주하는 얼굴이지만 새삼스럽게 거울 앞에 서서 세월의 흔적을 찾아본다.
한 세기도 살지 못하는 사람이 이렇게나 짧은 시간에 낡아간다는 게 서럽지만
낡은 게 아니라 익어간다는 생각을 하면 한결 기분이 나아진다.
사람은 시간으로 익어간다.
2022년에는 나다움으로 채우고 싶다.
늙은 사람이 아니라 익은 사람이 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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