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レオ(Leo) 커버 | AI 연두부)
(미완성으로 올렸던 버전은 숨소리에 울먹임이 많아 좀 담백하게 다시 작업했습니다)
16년 동안 정 들었던 아이 보내주고 왔습니다
지난 화요일 안락사를 시켰고, 수요일에 화장으로 장례를 마쳤습니다.
지난 4월 우리 아이는 암 판정을 받았습니다
3개월 정도의 시한부였지만, 그래도 반년가량 잘 버텨줬네요.
나이도 이미 많이 들었고(사람으로 치면 거의 100살 정도), 이미 얼마 안 남았다는 걸 알아서
마음의 준비할 시간이 좀 되었다 보니
그래도 덜 슬픈 것 같습니다
지난 2007년 2월에 태어난 아이는
그 해 4월 제 곁에 왔습니다
당시 직전에 키웠던 아이가 있었는데,
집에 온 지 일주일도 안 되어서 하늘로 갔습니다
근데 그 아이가 너무 이뻤어서 그런지
우리 아이를 처음 봤을 당시엔 너무 못생겨 보였습니다
근데 이번에 장례 치르면서 그 당시 사진을 봤는데 너무 귀엽더군요
그 땐 주둥이가 지금처럼 길지도 않았고요
2020년엔 저 홀로 서울로 이사를 오면서
우리 아이는 부모님이랑만 같이 살게 되었습니다
근데 얘가 저 혼자 떠날건 어떻게 알았는지
원래 대소변 잘 가리던 애가
갑자기 이사 오기 몇 주전부터 계속 제 방에 와서
방 안이나 방문 앞에 자꾸 소변을 보고 가더라고요
어떻게 알고 정떼려고 한건지 참...
덕분에 당시엔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이사 올 날만 손꼽아 기다렸었네요 ㄱ-
올해 1월만 해도 같이 뛰어다니면서 산책도 하던 아이가
갑자기 폐에 종양이 생겨서 숨도 쉬기 힘들어하고
뒷다리도 연골이 나가서 제대로 걷기도 힘들어 하는 걸 보니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6키로가 넘던 아이가 4키로대가 되면서
만졌을 때 뼈밖에 안 남은 모습에도 마음이 너무 아렸습니다
멀리 살아서 아파도 얼마나 아픈 지도 잘 몰라줬어요
처음엔 걷는 것도 힘든지 누워서 일어날 생각도 안 하던 아이였는데
먹는 거 잘 먹다 보니 버틸만은 했나봅니다
일반 사료 같은 건 쳐다도 안 보고 햄 같은 것도 값싼 햄은 안 먹지만
의성마늘햄 같은 비싼 햄 주면 잘 먹었다고 해요
구운 고기도 좋은 고기 주면 잘 먹고 하면서
점차 산책도 다니고 집 구석도 돌아다니더라고요
뒷다리가 아프다면서도 제가 오랜만에 보러가면 일어나서 반기기도 했어요
그런 와중에 AI 옥냥이로 레오라는 곡을 처음 접했을 때
제 상황이랑 너무 비슷해서 그런지
노래만 들을 때나 뮤비로 볼 때마다 눈물이 너무 많이 났습니다
연두부 목소리로 레오 AI 커버를 만들기 시작할 때도
이거 만들다가 우리 아이 추모곡이 되는 건 아닌가 싶었는데
예감이 현실이 되었네요
커버 자체는 한참 전에 끝났지만 자막을 만들기 귀찮아서 미루고 있었는데
사실 귀찮은게 아니라 자막 넣으면서 또 울까봐 미뤄왔는지도 모르겠네요
화요일 밤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는 말을 듣고
수요일 새벽에 급히 부모님 댁으로 내려가
아침에 장례를 치렀습니다
사망 경위나 장례 절차 같은걸 쓰면
보는 사람도 우울해질 거 같으니 삼가겠습니다
부모님은 멀리 있는데 굳이 오지 말라고 하셨지만
같이 산 세월이 있는데 제가 어찌 마지막 모습을 안 보고 가겠나요
장례 절차를 밟으면서 부모님이 옆에서 계속 눈물을 훔치셔서
저만은 웃으면서 보내주어야겠다 싶어
마지막까지 우리 아이 눈을 보면서 웃어주었습니다
우리 아이 행복하게 잘 간거면 좋겠네요
우리 아이는 둡튜브에도 출연했답니다
그래도 뭔가 많은 사람들 기억에 조금이나마 남아있을 거 같네요
살아있는동안 못해준게 많은 거 같아서 미안해
성격이 급해서 기다려 해도 잘 못참는 너였지만
나중에 내가 따라갈 때까지는 꼭 기다려줘?
사랑해
올해는 안 좋은 일이 하나씩 왔으면 좋겠는데
자꾸 두세개씩 겹쳐서 오는군요
솔직히 세상이 왜 날 자꾸 억까하지 싶은 생각도 드네요
그래도 힘들 때 방장이 있을 땐 잊어버릴 수 있었는데
이번엔 좀 많이 힘드네요
언제가 되었든 꼭 돌아오기만 했으면 좋겠습니다
연두부님 보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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