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옆집에 정말 이쁜 골든 리트리버가 살았어요.
집에서도 짖는 소리 한번 안들리는 그 애가 주인분과 산책을 다닐때 저랑 마주치면 반가워서 짖고 배를 보여주며 드러눕고 핥고.. 주인분보다 저를 더 좋아하는 거 같다고 막 그랬던 애였어요. 얼마나 예뻤냐면 저희 엄마가 큰 개를 정말 무서워하고 털 날린다고 싫어하시는 분인데 저희 집에 그 녀석 털이 들어와도 화 한 번 안내시고 밖에서 마주치더라도 너무 이쁘다면서 쓰다듬고.. 저희 집의 대화에 그 아이의 근황은 빠지질 않았고 처음으로 엄마가 우리집도 개 키울까?라고 하게 만든 녀석이었습니다.
근데 어느날부턴가 매일 몇 번씩 산책을 시키던 분이었는데 안보이더라구요.
무슨일 있으신가.. 싶어 마주치면 여쭤봐야겠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늘 선물을 들고 저희집에 방문해주셨어요.
지난달에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고 그러더라구요. 항상 밖에서 마주치면 반갑게 대해주시고 이뻐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고 하시면서 선물을 주시는데 아.. 내가 그것만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게 현실이 됐구나 싶더라구요. 왜 무지개 다리를 건넜는지 여쭤보지도 못했어요 혹시나 잘 아물어가는 그 분의 상처를 제가 건드는게 아닐까 싶어서요.
그렇게 선물을 받고 방에 멍하니 있는데 제 개도 아닌데 눈물이 나더라구요. 몇년동안 공부하며 항상 새벽마다 산책하러 나가시는 소리에 잠에서 깨서 학원을 가고 어쩌다 나가며 마주치면 쓰다듬고 이뻐해주던 그 루틴이 제게 그 아이가 정들게 한걸지도 모르겠습니다.
한번도 반려동물을 키워보질 않아서 몰랐던 감정을 아주 잠시나마 간접적으로 느꼈는데.. 생각보다 힘든 감정인 거 같아요. 그 아이를 보면서 저도 나중에 여유가 생기게 되면 꼭 키워야지 라고 생각했었는데.. 못할 거 같아요. 왜 주인분이 그 아이와 산책나가실 때 제게 웃으시며 보는걸로 만족하세요 라고 하셨는지 아주 조금 느꼈습니다.
뭔가 어디다 속 편히 말하고 싶은데 주변엔 개 키우는 사람이 없어 이해해 줄 분이 없다보니.. 넋두리마냥 글을 써 봅니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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