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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포선라이즈 후기

곰탕엔깍두기지
2019-07-22 23:29:58 114 3 0

누군가 내 글을 읽어주길 바라면서도

내가 쓴 글인지를 모르기를 바라기 때문에


이곳에다가 후기를 남긴다.


영화 비포선라이즈, 소위 비포 시리즈로 불리는 영화들의 1편이다.

처음 얘기를 들은 건 언제였을까? 작년 여름쯤이었을 것이다. 자주 가는 카페에 우연히 사장님 지인들과 한 잔 하게 되었을 때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봤느냐, 비포 시리즈를 봤느냐 하며 이 얘기가 나온 것이다. 

한 번의 썸 비스무리한 것을 끝으로 스무살 이후 지금까지 그렇다할 일도 없이 지나온 내 삶에서

이 영화는 내게 여러 아쉬움을 남겨주었다. 

좀 더 일찍 봤다면 다시 한번 설레임을 느꼈을텐데.

이 영화를 보고 아직도 심장이 뛰는가 하는 의구심에 그 다음편을 못볼 것 같은 아쉬움.

영화 속 짧은 사랑과 내 3일간의 썸을 비교하며 과연 날 무엇을 놓쳤고 어떤 걸 오해했었나.

그땐 옳았고 지금은 틀린가? 


제시와 셀린은 끊임없이 대화를 나눈다. 놀랍게도 그 대화는 현대에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만큼

인간 본질을 관통하는 질문이었고 영화를 보는 입장에선 축복이었다. 구시대적 사고라며 흥미를 잃을 일은 전혀 없었고

오히려 인물들이 던지는 질문엔 나조차 대답해야할 의무가 느껴졌다.


여성과 남성, 사랑, 인생, 인간.

어느 하나 빼놓을 수 없고 이것들 중 어느 한 가지를 골라도 밤을 새워도 모자랄만큼 이야깃거리가 넘치는 것들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 무엇보다도. 그들의 감정을 분명 연기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서로의 말에 반응하는 그 모습들은 연기가 아니라 현실을 보는 듯 적나라하게 느껴졌다.

낯선 이와 사랑에 빠지는 감정에서 비롯되는 그 긴장감을 난 느끼고 있었다.


대리만족이라는 단어는 맞지 않는다. 난 그저 느꼈을 뿐이니까. 간접체험이란 말이 적합하다.

 

떠나가는 인연이란 너무나도 아쉽다. 회자정리 거자필반이라는 말이 있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고 떠난 사람은 반드시 돌아온다는 말이다.

인연이 길면 길수록 쌓아온 정이 있어 이별할 때의 아쉬움이 클 것 같지만

놀랍게도 살아온 바, 인연이 짧을수록 더 아쉽다. 그것은 미처 못 쌓은 연 때문인지 아니면 제한된 시간이 주는 달콤함인지.


끊어진 인연에 다시 만남을 기약하는 건 어리숙함일까? 제시와 셀린은 그저 이것뿐이라며 선을 긋지만 결국 그들은 그 선을 지웠다.

내뱉은 말을 철회하고 다시 만날 날을 기약했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고 각자 귀향길에 올라 생각에 잠겼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지는 법이거늘, 그들은 이걸 알고 후회하고 있었을까? 시간이 지나도 그 마음 변치 않았을까?

변할 것을 알아도 후회하지 않았을까? 후회했을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하지만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도, 어느 쪽으로 생각이 나아가 어떤 행동을 하게 되더라도.

그 순간은 진짜였다. 그들은 터무니없이 진실했고 둘 사이는 어지간해서는 끊어지지 않을 유대가 존재했다.

그것이 하룻밤 풋내기 사랑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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