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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는 막말도 서슴치 않았는가?

일리피오
2020-05-15 23:14:09 292 1 0

그 회사의 대표는 항상하는 말버릇이 있습니다.

"우리는 벤처니깐 벤처스러워야 해!"

10년째 벤처인 이 회사의 대표는 벤처스러운 것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이 벤처라는 회사에는 벤처스러운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아니, 어떤 면에서는 꽤나 (어드)벤처스러운 회사죠.


그 회사에도 한 때는 젊음과 이상이 가득한 젊은이들이 있었습니다.

그 젊은이들이 10년이 지난 후에 꼰대가 된 것이냐고요?

아니, 처음부터 그런 꼰대들은 있었습니다.

수많은 의욕 넘치는 젊은이들은 이 꼰대들에게 짓밟혀 회사를 떠났죠.

인맥으로 이루어진 회사의 핵심 조직은

대표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고서는 천하태평 무위도식하는 인간들 뿐이었습니다.


지인으로부터 그 회사에서 일해보지 않겠냐는 추천이 있었죠.

하지만, 저는 그 회사에서 하는 일들이 그다지 탐탁치 않았습니다.

회사가 세워진 지 한참이 지났음에도 뭐 하나라도 이룬 게 없는 회사.

당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많이 지쳐있던 저는

그 회사에 가느니 차라리 1년 정도 쉬면서 내 공부를 하고 싶다고 하며 거절했습니다.

하지만, 계속되는 추천에 어떤 회사인지나 보자는 심정으로 그 회사에 다니게 되었죠.


그 회사의 밑천을 다 보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습니다.

겨우 석 달, 그 시간이 지난 후에 저는 퇴사를 하기로 결심을 했습니다.

"이 회사는 하고자 하는 의욕들이 없고, 대표라는 사람은 회사를 경영하는 게 아니라 소꿉놀이를 하고 있다."


동료라는 것이 무엇일까요?

동료라는 것은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며 서로의 발을 맞추는 사람들입니다.

동료는 내가 힘든 일이 있을 때 믿고 의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 회사에는 그런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 회사에 오래 다닌 한 직원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예전에는 열정적인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다들 떠났다."


그 회사는 열심히 일하려는 사람들은 버틸 수가 없는 회사였습니다.

열심히 일해서 자신이 할 일을 끝내면 다른 사람의 일을 떠맡아야 했습니다.

일을 하기 싫은 사람들은 당당하게 태업을 했고,

태업을 한 사람이 일을 못하면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다 해야 했습니다.

그렇다면 그 회사는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일을 하지 않는 사람에게 어떻게 대했을까요?


"우리 회사는 사람과 사람을 소중히 하는 회사야!"

일을 하지 않고 태업을 일삼는 사람에 대해 해고 등의 징계가 필요하다고 요청했을 때 들은 이야기입니다.

네, 이 회사는 아무리 일을 안하고 놀아도 해고는 커녕 감봉이나 그 어떤 징계 조치가 없는 회사였습니다.

일을 안하는 사람이 책임자로 있으니 일이 진행이 안되기에 직책 해임을 해달라고 했으나,

오히려 돌아온 대답은 "우리 회사는 창사 이래 그런 징계를 한 적이 없다!" 였습니다.


그런 제게 닥친 일은 어이가 없는 일이었죠.

회사가 도저히 진행할 역량이 안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기에

회사에 꽤 큰 리스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상황 파악을 해보고 진행하라고 했음에도

그냥 하라면 하라는 식으로 밀어부쳤습니다.

저는 회사가 망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내가 회사를 떠나겠다고 했으나,

제가 말한 위험 요소는 전혀 없다며, 일을 진행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다짐을 받았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부서장에서 부서장 대행으로 격하 당했습니다.

창사 이래 단 한번도 없었다는 강등이라는 조치를 당한 것이죠.

당연히 왜 내가 징계성 인사를 당해야 하냐며 따졌지만,

그 대표라는 작자가 한 말은 "직책이 무어 중요하냐? 직책이 그리 중요한 줄 몰랐네? 아이고 미안해요 미안해"

라는 비아냥이었습니다.


부서의 장이 해임 당하는 것이 아니라 격하 당한다는 것은

부서 전체에 대한 징계성 인사라고 봐야하는 매우 중차대한 일이죠.

하지만, 그 당시 사업부의 매출을 견인하는 1등 공신이었던 부서의 부서원들은

"아니, 인센티브를 받아도 모자랄 판에 왜 강등이냐?"며 매우 격양되기도 했습니다.

부서장이 못난 탓이죠.

일이 바빠 이 일도 그냥 묻혀 지나갔습니다.


자랑이지만, 일을 잘하는 부서, 아니 이제 팀이다보니

다른 회사에서 팀 전체로 넘어와달라는 요청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팀원들은 회사의 운명이 달린 중대한 프로젝트라는 일념으로

열심히 고생하며 일을 해왔죠.


그러는 와중에 다른 사업부들은 역대급 적자를 내고 있었습니다.

애당초 사업성이 없다며 사업성 재검토를 건의했으나 묵살하고 시작했던 타 사업부의 서비스는

투입 인건비 대비 매출이 1%라는 어마어마한 성적을 냈죠.

즉, 투입 인건비가 14억 이라면 적자가 13억 8600만원이라는 괴랄한 영업 성적이죠.

다른 사업부도 만만치 않습니다.

투입 인건비 대비 매출이 10%로 앞서 말한 사업부보다는 나은 상황이지만,

뭐 투입 인건비 12억 대비 적자가 10억 8000만원이라는 성적을 냈죠.


우리 팀이요?

우리 팀은 매우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적자를 냈지요.

경영진들과 사업팀이 정보를 조작한 덕에

결국 어디다 팔 수도 없는 것을 만들었거든요.

분명 이 프로젝트는 사업성이 없어보인다고 했으나,

사업성 있다며 다 계획이 있다던 대표는

세워둔 계획이 없으니 그 계획을 가져오라며 태세를 전환했죠.

심지어.. 이 프로젝트는 어느 해외 국가의 전자 정부 사업에 납품하려던 프로젝트인데 말입니다.

비록 납품은 어려워진 상황이지만 어느 정도의 성과냐면

우리 나라에 약 1조원 들여 10년간 진행한 프로젝트를

고작 10억을 들여 1년만에 공정률 50%를 달성한 프로젝트입니다.

단순히 비교하면 1조짜리를 20억에 10년 걸린 걸 2년 만에 만드는 프로젝트였던 거죠.


다른 회사의 대표님들도 저희 팀이 만드는 걸 보며 극찬을 하셨습니다.

어느 분은 같은 분야의 프로젝트를 하시는데

3개월 만에 나온 프로토타입을 보고는 "이걸 3개월만에 만들었다고?"라고 할 정도였죠.


그런 우리 팀이

지금 회사에서는 떨거지 취급을 당하고 있죠.

다들 하기 싫어했던 프로젝트를

회사에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떠맡겨져서

1년간 10억의 적자를 냈다고는 하나...

남들이 모두 인정할 정도의 결과물을 냈으며,

사업의 실패의 책임은

애당초 시작하기 전 현황 파악을 하라고 요청했음에도

그것을 묵살하고 진행한 사업팀과 대표인데도

조직을 해산하고 다른 병신들 같은 부서로 흩어져서

돈이나 벌어오라는 취급을 당하고 있습니다.


회사가 힘들다? 알고 있습니다.

우리 팀이 일을 정말 잘한다? 알고 있습니다.

우리 팀은 항상 회사에 사고 프로젝트가 생기면 해결해 왔다? 네, 다 알고 있습니다.

지금 상황에서도 우리 팀을 써서 돌려막기를 할 수 있다? 물론 그렇긴 하죠.


하지만, 우리들이 받는 대우라는 게,

해외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어학 능력이 필요하니 회사에서 지원해달라고 했으나,

전사 지원이 아니면 안된다, 모두에게 공평하게 기회를 줘야 한다더니

결국 다들 사비로 어학 공부를 하게 했습니다.

해외 출장이 잦아 노트북이 필요하니 구매를 요청했으나,

다들 컴퓨터 1대씩 쓰는데 누구한테만 2대를 줄 수 없다고 하여

제 사비를 써서 그냥 하나 샀습니다.

연봉이라도 많이 달라고 했더니

그래도 회사에는 가이드라인이 있고 형평성이라는 게 있으니...


최근 4개월만 봐도

결과물로 보자면 2천억 정도의 성과를 단돈 3억원으로 만든 조직에 대한 평가가

14억, 11억씩 적자를 낸 부서보다 더 못한 대우를 당하고 있다는 게 너무 화가 나는 겁니다.

이 엉터리 같은 프로젝트를 맡기 전에는

제경비 포함 총 운영비 대비 매출을 200% 내던 부서에 대한 대우가 고작 이 정도인 겁니다.

흑자를 계속 낼 수 있는 부서에 모두가 하기 싫어하는 위험한 프로젝트를 집어 던지고 말입니다.


1년 동안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달린 팀원들이라

요즘은 주말에라도 좀 쉬고, 주중에는 정시 퇴근을 하라고 배려를 하고 있지만,

진짜 다들 잡담 한마디, 헛짓 한번 안하며 일만 해온 사람들입니다.

"인간성이 없다. 친화적이지 못하다. 일 중독자들이다."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말이죠.


제가 막말이 안 나오겠습니까?


퇴사를 결심하고도 2년 1개월을 참으며 회사를 다녔는데 돌아오는 거라고는... 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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