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똘똘이_ 0

사람들은 오늘도
과거에 머물고
세상은 나 없이도
잘 돌아가네요
아직은 어려서 나
철이 안 드나 봐요
왜 이렇게 바보 같을까

아무것도 없이
그저 행복해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그래 너무 멀리
와버렸어 난
기억이 안 나
모든 게 처음이라 서툴고
설레이기만 해
그 시절 기억들이
아직도 꿈만 같은데 난
지금 어디로 가는지

13년 전,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들었을 무렵

빅뱅은 그 해 늦여름 데뷔했습니다

한번도 빅뱅의 팬이었던 적은 없었지만 그때부터 빅뱅은 저의 추억 속 풍경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한창 외모에 신경 쓰던 중학생 때 같은 반 여자애가 한 너 탑 닮았다는 소리에 한동안 거울 볼 때마다 '탑 표정' 지어봤던 기억도 나고

점심시간 마다 방송부에서 했던 음악방송에서 거의 매일 같이 틀어줬던 "마 헕헕헕헕 헕ㅡ브레이커!"도 지금까지 남아있는 중학생 때 기억 중 하나입니다

빅뱅이 부른 붉은 노을이 이문세를 알게 된 계기이기도 하구요(그 이후로 이문세 노래에 빠져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산 이문세 음반을 틀어놓고 공부 하기도 했었네요)

고등학교 들어선 빅뱅이 음반을 안 내다가 고삼, 재수할 때 음반을 내서 기억이 없네요

그러다 빅뱅 노래가 다시 제 기억에 남게 된 것이 이 노랩니다

기상해서 환복하고 조식이 오기 전까지의 타이밍에 항상 이 노래가 뮤비채널에 나와서 조용한 시간에 다들 조용히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뮤비도 멋있고 가사도 제대하면 복학해서 취업 걱정시작해야하는 20대 군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 때아닌 아침감성에 젖어들었던 곡이었습니다

근데 최근 이 사태가 터진 걸 보면서 이 노래가 떠올랐습니다

아무것도 없이
그저 행복해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그래 너무 멀리
와버렸어 난
기억이 안 나

그 시절 기억들이
아직도 꿈만 같은데 난
지금 어디로 가는지

이 부분이 빅뱅 멤버들의 현재 심경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요

오늘 찾아보면서 알게 된 건데 태양과 대성, 승리의 입대를 앞두고 한동안 없을 완전체로의 활동이라는 것과 제대 후에도 빅뱅이란 그룹이 잘 유지 될 수 있을까라는 불확실함을 가진 때에 만든 곡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곡 제목도 LAST DANCE이고 가사 내용에도 현재의 불안감과 과거에 대한 그리움, 미래에 대한 기약을 담았던 게 아닌가 싶네요

근데 안타깝게도 현재 빅뱅의 상황에 이 곡이 안 좋은 쪽으로 적절해져 버린 것 같습니다.

막연했던 불안감이 상상치도 못한 '게이트'구모로 현실화 되버렸네요

그 사람도 처음부터 그렇진 않았을텐데 너무 멀리 가버렸죠...

"이 노래를 부르며 너에게 돌아갈 거야" 부분은 이루어지질 못하고 LAST DANCE가 정말로 마지막 춤이 되어버릴 것 같습니다

이전의 약물복용 건은 범법행위긴 해도 자신을 해하는 행위였으니 어찌저찌 넘어왔지만

이번 건은...

지금까지의 수사결과를 완전히 뒤집어버릴 충격적인 반전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태양과 대성이 제대하기 전에 해체되지나 않으면 다행이려나 싶습니다

군대에 있던 두 사람에게는 정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겠네요...

2012년 성 스캔들 때 태양이 한 말인데 이 때 그 사람이 이 말을 들었더라면...

과거의 저와 지금의 저를 연결해주던 연결고리 중 하나가 씁쓸한 맛을 남기며 끊어져버린 것 같아서 조금 멜랑꼴리해진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