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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게시판 괴물 후기(바로 스포임 안봤으면 누르지마셈) by 구슬픈

구슬픈리코더
2023-12-09 23:43:36 107 2 7

서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을 전부 본 건 아니지만, 굉장히 좋아하는 감독임.

원더풀 라이프,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이거 ㅈ댐 꼭보셈), 어느 가족, 브로커를 봤는데

특히 최근 작(뒤에 두 개)에서 가족의 개념에 대한 질문과 그 본질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했고

따라서 이번 작품도 가족적인 얘기가 아닐까 했음.. 근데 한 발짝 더 나간 거 같네

---------------

1. 영화의 서술 구조에 대해
: 한 사건을 세 번의 시점으로 반복해서 조명함으로 인식의 변화를 강제함.

첫 번째로 싱글맘인 엄마의 시점에서 아들의 기행을 목격, 학교를 찾아가지만 답답한 대처를 연이어 보여주며 아이 vs 학교의 대립구도를 부각함.
호리 선생에 대해 부정적인 인상을 의도적으로 만들어 '괴물'로 느끼게 함. (교장 포함)

두 번째로 호리 선생의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시키며 사실 나쁜 놈은 아니야.. 같은 세탁기를 존내 돌림.
그리고 사실 진짜 나쁜 놈이 아니었음..  그렇다면 괴물이 되는 건 주인공이었음. 교사 vs 학부모의 구도와, 문제아 vs 교사의 구도.

세 번째에서야 주인공의 시점에서 모든 진실이 드러나며 결국 오해가 겹치고 겹치며 낳은 비극이었다는 걸 알게 됨.
주인공을 찾으러 가는 차 안에서 이미 엄마와 호리 선생의 갈등은 해결되었음을 알았음.(아이에 대한 사랑은 둘 다 같았기 때문에)

세 개의 시점을 겪으며 관객은 스스로 빌런을 만들고 또 용서하는 과정을 거치고,
그 경험에서 괴물을 규정하고 욕하려는 태도 자체가 가장 괴물답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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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동성애 코드에 대해

 본인은 그런 코드에 큰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편이긴 하지만, 동성애보다는 소수자.
솔직할 수 없고 마음을 숨겨야하는 존재의 입장으로 느껴지는 바가 많았음.

주인공이 평범한 삶을 살길 바라는 엄마에게 아빠같은 사람(다른 여자랑 온천갔다가 죽어버린)은 될 수 없다고 말한 것도 그런 존재인 것에 대해 회의를 느끼고 죄의식을 가지는 걸로 보였음(난 왜 태어났어? 같은)

후반에 가서 말할 수 없는 죄를 가진 교장과 주인공의 유대가 생기는 지점도 그러한 맥락이라고 생각함.

전할 수 없는 마음이 관악기를 불며 터져나왔고, 가장 비밀이 많은 두 명이 유일하게 진심을 보이는 장면임.

세 개의 시점에서의 주인공들 모두 가장 큰 감정의 변화를 느끼는 장면마다 관악기 소리가 들어갔던 것도 의미하는 바가 많은게 유일하게 서로 소통을 한 장면이랄까. 엄마는 주인공의 자살을 걱정하고, 호리 선생은 자살 직전까지 가고.. 사실 나도 거기서 울 뻔 했다. 뿌우우~앵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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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소통에 대해
:소통의 홍수에 살고 있는 요즘 시대에 비롯하여

영화에서 드러나는 모든 갈등은 소통과 이해의 부족에서 비롯됨.
이해받지 못할 걸 알기에 소통하려 하지 않았고, 오해만 수없이 쌓이며 애꿎은 사람들만 죽어나감.

sns에 익숙한 신세대와 신문으로 사건을 파악하는 구세대의 인식 차이도 보여지고
학교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슈에서도 주호민 사건이 떠오르면서 되게 무거운 마음으로 보았음.
동성애를 병으로 규정하는 요리 아빠, (참 폭력적인 돼지의 뇌라는 워딩), 실제로 병에 걸렸다고 믿고 있는 요리.
전부 소통과 이해심이 부족함, 그리고 그런 상황으로 내몰림..

혐오의 시대. sns와 함께 마녀사냥은 부활되었고, 익명성과 정의감에 누구나 괴물이 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캔슬컬쳐에 대한 경각심도 나는 좀 느껴지더라.. 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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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엔딩에 대해

모든 오해를 관객들이 깨닫고 난 뒤 요리를 만나러 가는 주인공..
요리는 이미 등에 멍이 가득했고(난 사실 이미 죽은 줄 알았다), 그 둘은 세상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는 아지트이자, 그들의 온전한 세상인 버려진 열차로 돌아감. 그 속에서 세상의 끝을 마주하며 "열차가 출발하는가보다..!" 하는 장면은 너무나 순수하고 환상적일 정도로 아름다워 더욱 아팠다.

영화 속에서도 죽은 뒤에 새로운 시작을 한다는 말이 많이 나왔기도 하고, 그 장면에서 죽음으로 가는 비유가 너무나 많았음.

열차에서 나온 뒤의 하늘이 너무나 맑았다는 점과 기찻길로 가는 길을 막는 울타리가 사라졌다는 점에서
그러한 소통의 벽이 사라진 세상으로 갔다는 생각이 들었음. 이때 사카모토 류이치의 아쿠아가 배경음악으로 나오는데
물에 잠긴 터널을 기어가 빛의 세상으로 건너가는 아이들에게 너무나 걸맞는 음악이었다는 것이다.. 또 한 번 울 뻔 했다 아쿠아앙~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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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기타 등등

사카모토 류이치 노래 너무 좋음

소수자들이 겨우 전하는 진심의 수단이 음악인 것도 인상적임, 튜바를 배워볼까?..

산 속을 뛰어다니는 초록색 가득한 장면들이 너무 예뻤다. 시골 출신인 나에게 노스텔지아를 느끼게 했다.

생각해보면 나오는 인물들이 너무나 현실적임,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다.. 주인공 외모만 빼고

괴물은 누구게~? 라는 대사는 굉장히 분명한 메세지. 애기들이 해서 더 그런 듯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요리가 사이코패스처럼 보일 때가 많았는데 이건 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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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소감

: 이해받지 못하는 삶이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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