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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게시판 스즈메의 문단속 스포 후기

복숭아니다
2023-03-19 19:40:30 118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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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에 서사가 없고, 인물은 평면적이며 작위적이다.

그래서 무너질 것도 없이, 첫 삽도 못 뜨고 영화가 끝난다.


작화에만 힘을 들인 공리주의적 선전 영화

1.5/5


+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비롯해 여러 가지 영화가 떠올랐는데, 그 모든 걸 합쳐서 이런 게 탄생한 걸 보고, 예쁜 색도 합쳐 놓으면 탁한 검정색 뿐이 안 된다는 진리를 확인하고 옴.


스즈메가 ‘문단속’을 하는 이유는 소타를 향한 사랑인데, 소타에게 사랑에 빠지는 데에 정당성이 없으니, 스즈메의 목숨이 한없이 가볍게 느껴진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전작부터 이야기의 개연성보다는 주인공의 감정 ‘자체’에만 포커스를 맞추었으나, 이번 작품은 심각할 정도로 작위적이다. 게다가 작품 가장 초반, 스즈메가 소타에게 기시감을 느끼는 것은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와 같이 시간 루프로 떼우려고 했지만, 처음부터 당위성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으니 깊이가 비교하기도 민망할 만큼이나 얕다. 결국 가장 감동적이어야 하는 부분이 허탈할 뿐이다.


작품의 재미를 이야기하자면, 쪼개진 에피소드와 저마다 주어지는 반복된 임무를 늘어놓는 데 그쳐 2시간 짜리 영화가 마치 4시간 처럼 느껴진다. 영화라는 매체를 이용할 이유를 하등 찾아볼 수 없다. 차라리 넷플릭스 8부작 애니메이션으로 공개했더라면, 짧은 호흡과 더불어 위에서 언급한 인물의 감정 또한 어느 정도 자세히 다룰 수 있었으리라.


그러면 스토리도 별로고 재미도 없다면, 작품의 메시지라도 좋아야할 텐데. 작품은 일본의 관동대지진 트라우마와 전체를 위해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일본의 ‘교쿠사이’ 문화를 여실히 보여준다. 사토의 할아버지가 스즈메에게 “한 명(사토)의 희생으로 백 만을 살렸으면 영광인 줄 알라!”는 대사가 이 영화를 관통하는 메시지인 것이다. 그리고 집단적 트라우마를 위로하는 일본인 감독의 방법이기도 하고. ‘너의 이름은.’이 잘 돼서 그런 걸까,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이제 재난에 관한 건 그만 만들 때가 된 것 같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이 영화에서 남는 건 오로지 작화와 음악 뿐이다. 사실 음악도 다 쓸 데 없이 스케일만 크고, RADWIMPS의 엔딩곡만 남는다. 감독이 유일하게 잘한 선택은 계속 RADWIMPS와 협력하는 것이다. ‘너의 이름은.’에서도 느꼈지만, RADWIMPS의 음악 스타일이 신카이 마코토 감독 특유의 반짝거리는 작화와 퍽 어울린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지브리’는 더이상 없다. 누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을 제2의 미야자키 하야오라고 평했는가? 그의 작화와 소리 등에 관한 완성도와 집착은 흠잡을 데 없지만, 다음 작품부터는 따로 스토리 작가를 구하는 편이 낫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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