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랜만에 글 남기려니 첫줄만 몇 번을 지웠다 썼다 하는 지..ㅎㅎ
항상 글은 써야지 써야지 했는데 염치가 없어서 미루고, 미룬 게 염치없어서 점점 더 미루게 되는
그런 악순환을 반복하다가,
보통은 새해에 뭔가를 다짐하거나 시작하곤 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새해보다는 오히려 해가 지나기 전에 미뤄뒀던 일이나, 해결되지 못한 일들을 해야 한다! 는 주의여서
올해가 지나기 전에 용기내서 미뤄뒀던 일을 해 보려 합니다.
제가 버튜버를 하면서 정말 많이 들었던 이야기 중 하나가, "버튜버 같지 않다" 였습니다.
방송에서 트는 BGM이나 관심사, 취향 때문도 있겠지만
보통은 버튜버 하면 게임을 즐겨한다 거나, 애니를 좋아한다 거나, RP를 한다거나.. 셋 다 충족한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저는 그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았기에 유독 그런 말을 많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제 캐릭터를 저를 표현해 줄 수단 그 이상 그 이하로도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처음에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버튜버면 씹덕 공부 좀 해라", "버튜버면 기본적으로 뭐뭐는 해야지, 알아야지"
라는 소리를 계속 듣다보니 정말 공부라도 해 봐야겠다, 싶더라고요.
여러분은 모르셨겠지만 제 나름대로 혼자 노력 많이 했습니다..하하
겨울왕국,아바타도 본 적 없는 제가 여러분이랑 나름 공감대 형성 해 보려고 체인소맨도 보고(제 첫 일본애니 였음..)
애니 좋아하는 친구(먼지님)한테 요즘은 뭐가 유행이냐, 어떤 캐릭터가 인기가 많냐 물어보고
구글에 검색해서 이름도 외워오고..
그리고 여러분은 제가 나이가 많아서 밈을 모른다는 둥 하셨지만 저는 놀랍게도 10대 때부터 이랬습니다...
방송에서도 말 안 한 이야긴데 일화 하나를 말씀 드리자면,
저 10대 때도 한창 급식체가 유행이었는데 친구한테 "말 끝 마다 인정이랑 각은 왜 붙이는 거야..?"
했다가 친구가 친절하게 급식체 하나하나 알려줬던 기억이 있네요. 과장 하나 안 보탠 실홥니다.
오히려 하데나 방송하면서 노력하고 공부해서 밈도 많이 알게된 게 그나마 이정도예요..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고 하던가요, 그 말이 딱 이었습니다.
아무리 제가 노력하고 공부해도 진심으로 애니를 좋아하고 밈을 즐거워하는 여러분한테는
새발의 피도 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어쭙잖게 아는 척 하다가 뭇매를 맞기 일수였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ㅠ
지금은 이렇게 이야기 하지만, 그 당시에는 그게 저에게 너무 큰 스트레스 였고
하데나를 부정 당하는 느낌 마저 들었습니다.
저는 그저 K-POP을 좋아하고, 힙합 및 여러장르를 좋아하고, 꾸미는 걸 좋아하는 평범한 사람일 뿐 인데,
힙합 개싫다 그만 좀 틀어라, K-POP을 누가 듣냐 J-POP이 최고지 등..
제가 좋아하는 것들은 모두 무시 당하고 "내가 너 싹 바꿔놓을 거다" 라는 소리를 들었을 땐
내 취향 같은 건 인정 받을 수 없구나...나는 그저 내가 좋아하는 것, 관심있는 것, 또 여러분이 좋아하는 것,
관심있는 것을 이야기 하면서 소소하게 소통하고 싶었을 뿐인데 싸그리 무시 당하고
다수가 좋아하는 이야기만 해야한다면 나는 도대체 뭘 위해 방송 하고 있는 거지?
내 방송의 정체성은 뭘까? 하는 생각을 끊임없이 해 왔습니다.
느끼셨을 진 모르겠지만 언제부턴가 저는 최대한 다수가 좋아할 법한 이야기만 골라서, 혹은 다수가
반응이 좋았던 이야기만 골라서 하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학창시절 저의 이야기나 모두가 관심있어 할 만한 주제(연애,먹거리 등)만 방송에서
이야기 하게 되었죠.
그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매일 같은 얘기만 한다, 매일 방송이 같은 패턴이다 라는 비판은 물론이고
제 방송을 꾸준히 봐주시는 분들을 조롱하고, 저를 비난하기 까지 했습니다.
제 방송을 초창기 부터 봐주신 분까지 저를 비난하고 떠나셨기에 그 충격은 더 컸습니다.
그렇게 위태위태한 방송을 지속하던 중 저는 코로나에 걸리게 되었고
쉬면서 정말 많은 생각과 고민을 했습니다.
내가 뭘 해도 응원해 주시는 팬 분들, 부족한 방송 봐주시는 시청자 분들을 위해서라도
내가 더 성장하고 바뀌어야 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뭘 어떻게 바뀌어야 할 지, 정말 바꾸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더군요.
해결 안되는 일 고민만 하느니 일단 약속 드린 굿즈부터 얼른 작업하자! 하고 유니티랑 블렌더 작업을 하는데
갑자기 컴퓨터가 툭 꺼지더니 그 이후로 아예 안 켜집니다. 진짜 여기서 그냥 멘탈이 나가버렸어요.
제 컴퓨터가 미니타워도 아니고 미들타워라서 엄청 크고 제가 들 수 없을 정도로 무거운데
수리점은 대중교통으로 1시간 반이 넘게 걸리는 거리였거든요.
결국 아버지께서 차로 실어서 다녀오셨는데 컴퓨터를 꽤 오랜 시간 못 써서 답답하고 우울하기 까지 했었네요.
사실 돌이켜보면 그렇게 큰 일도 아니었는데 멘탈이 계속 금이 가고 있던 상태라 그런 지 쉽게 깨져버린 것 같아요.
멘탈 나간 이후로 그냥 다 하기싫고 무기력하고 우울하고 그렇더라구요.
쓰다보니 글이 엄청 길어졌는데 어떻게 마무리를 해야할 지 모르겠네요...
이렇게까지 솔직하게 말씀드리는 게 맞는 건가? 싶기도하고 괜히 애먼 핫바분들이 죄책감 느끼시는 건
아닐 지 걱정도 되고...
고민하면서 썼다 지웠다 하다보니 12시 되자마자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벌써 세벽 네 시를 향하고 있네요.
오해하실까 걱정이 되어 드리는 말씀이지만, 저를 존중해 주신 팬 분들도 정말 많다는 거 저도 알고있고
팬 분들께는 항상 감사한 마음입니다.
그리고 사실..존중해 주지 않으셨다고 해도 그 분들을 탓하거나 질책하려고 쓴 글은 절대 아니예요.
제가 왜 이렇게까지 오래 복귀하지 못 하는 지, 그동안 느꼈던 회의감이나 힘들었던 점에 대해서
솔직하게 털어놓다보니 나온 이야기이고 그 분들을 원망하거나 탓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글 다 써놓고도 그냥 올리지 말까..싶긴한데 어차피 언젠가는 설명드려야 할 거 그냥 시원하게
털어놓고 갑니다..! 그리고 항상 고마운 우리 핫바들, 보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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