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동생 필승이를 처음 본 건 인천 도파대였습니다.
훈병 생활을 마치고 짧은 휴가 때 나와 처음 봤어요. 반가워 우시던 어머님 품에 두부 한모 만한 하얀말티즈였습니다.
쩌렁쩌렁하게 휴가신고를 할때 같이 짖던 필승이는 참 귀여웠습니다.
고마운 동생이었습니다.
오냐오냐 자라 저만 바라보시던 어머님은 저의 군입대와 동시에 어느 부모님들처럼 큰 슬픔과 심한 우울증으로
힘들어하셨다고 합니다. 감사하게 삼촌께서 필승이를 길러보라는 권유로 필승이와 어머님은 처음 만났고
군대에 있는 저를 가족으로 생각했으면 하는 마음에 냉장고에 제 훈병때 사진을 붙이시고 매일 교육했다고 해요.
물지 말고 짖지 말라고.. 이름은 없었는데 너희 형이 군에서 나라를 지키고 있으니 너도 같이 집을 지켜야 한다며
이름을 필승이라고 지었다고 합니다.
어머님은 웃음을 많이 되찾으셨다고 했습니다.
든든한 동생이었습니다.
필승이에 대한 사랑이 커지면서 가족도 수가 늘어났는데 둘째는 손이면 손, 발이면 발 신기하게
말을 잘 알아들었고 셋째는 빵~하면 벌러덩 누워 쓰러진 시늉을 할 정도로 애교가 많았지만
필승이는 손, 발 뭐 빵~이런 거 없었어요. 지폐를 두면 천원보단 만원을 물고왔던게 생각나네요.
이름처럼 충성심이 강한 필승이는 사회성이 없는지 제 옆에 다른 사람이 다가오는걸 싫어했어요.
물고 짖고 참 극성이었습니다. 한량댁을 본지 어느덧 5년이란 시간이 흘렀음에도 아직도 경계하더라고요.
지금 생각해보니 그냥 바보 같기도 하네요..
애증에 동생이었습니다.
저는 필승이를 보면서 제 상황을 많이 투영했던 거 같습니다.
첫째는 그런 게 있는듯해요. 부모님께 많은 사랑을 받지만 실패하는 뭐 그런거..
첫자식은 처음이니까 누구나 처음이고 모르니까 하지만 많이 사랑해서 퍼주고 또 주고 하지만 아닌것도 있잖아요.
필승이도 첫 반려견이었으니 씻기고 먹이고 재우고 산책하고 훈련시키고 다 서툴고 익숙해지면 이게 틀려도
맞는줄알고 그냥 그렇게 살고.. 첫 이가 빠질 때가 생각나는데 그렇게 노견이 아닌 나이에 빠져서 저도 어머님도
많이 딱해 했어요. 양치가 그동안 잘못됐었나 아니면 건강이 안 좋은 건가..많이 사랑해서 챙겨줘도 그게 틀리고
아니라는걸 느낄 때였습니다.
제가 처음 동생을 봤을 때 어린 나이였고 모든 사랑이 뺏기는 게 싫었고 화가 났었습니다.
필승이도 꽃님이가 처음 왔을때 옆으로 걸으며 쉬를 하는 모습을 보고 사람이구나..사람이랑 똑같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꽃님이가 몸이 약해서 많이 챙겨줬을 때 필승이는 그냥 찬밥이었으니까요.
오늘 방송 중 연락을 받고 급하게 갔을 때 무지개다리를 건넌 뒤였습니다.
병원에서 집으로 오는데 어머님은 마지막일거라는 생각을 못했다고 해요.
필승이는 집에와 동생을 보는것을 마지막으로 영화처럼 그렇게 갔다고 합니다.
차가우면서도 온기가 있는듯했고 감겨도 감겨도 눈을 떠 자꾸 저를 쳐다보았습니다.
13살인 필승이를 보면서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기도 싫었고 마지막을 함께 하지 못해 많이 미안했습니다.
처음이라 미흡해서 더 미안했습니다. 간암이라는데 이미 많이 전이가 되있었다는데 왜 자기 아프다고
티를 안 내고 그렇게 꼬리를 흔들며 안겼을까요.. 정말 미련하네요..가족도 필승이도..
돌아오는길에 함께 찍은 사진이 있으니까 사진이라도 봐야지 하며 핸드폰을 뒤지는데
마지막으로 같이 찍은 게 올해 1월이네요. 저는 뭐 하느라 그리 바빴을까요. 같이 있을때 더 많이 찍어둘껄
후회가 큽니다.
처음이라 부족했고 고맙고 그리고 가족에 항상 큰 기쁨이었던 우리 필승이 편안했으면 좋겠습니다.
슬퍼할 아버님과 어머님 동생과 하루 시간을 보내려 합니다.
8월 1일 방송은 휴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