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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씨룬님에게 보내는 편지 (비밀글 해제)

pplely
2020-01-09 02:40:22 90 1 0



씨룬님이 비밀글로 안올려도 되겠다고 하신걸 방송 초반 얘기하신거 확인해서 해제합니다. 다른 분들 생각은 물론 다를 수 있겠지요.


씨룬님 방송을 보면서 최근 생각하고 있던 점을 적었습니다.

제가 방송시스템을 몰라 잘못 알고 있는 게 있을 수 있습니다. 

워낙 길어서 줄이기 위해 하게체를 썼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 글을 읽고 씨룬님이 속상해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씨룬님의 방송을 본지 몇 달이 되어간다. 10월쯤부터인가. 가르게흑 하고 계셨으니 대략 100일 좀 안되었을 듯 싶다. 


나는 씨룬님의 사람들이 더 많이 찾아오는 방송이 되길 바란다. 솔직히 시청자가 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씨룬님은 정말 부지런하다. 방송도 거의 매일 킨다. 게임도 매우 잘한다. 그런데 왜 이리 사람들이 안오나...최근 몇 가지 생각한 것과 씨룬님에게 바라는 점을 조금 써보려 한다.



1. 방송의 컨셉을 하나로 잡으시라.


씨룬님 방송 보면 보통 하루는 하스스톤, 이틀은 롤 하신다. 그 외에 다른 게임도 병행해서. 나 역시 지금 씨룬님 방송은 거의 롤 방송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씨룬님의 방송은 하스도 아니고 롤도 아니고, 한마디로 이도저도 아니다. 그러니 하스스톤 방송 보러 온 사람들은 그 다음 번엔 롤 하시는 거 보고 발길 돌리고, 반대로 롤 방송 보러온 사람들도 마찬가지일거다. 딱 정해놓은 게임 없이 컨셉이 불명확하니 항상 찾아와주시는 고마운 시청자 몇 분 제외하면 늘어나지를 않는다. 


트위치 씨룬님 자기소개글을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여러 가지 게임을 다 잘하고 싶은 씨룬이 되어서는 안된다. 롤이나 하스 둘 중 하나만 딱 선택해서 이 게임에 열정을 다 바치겠습니다 라는 다짐이 필요해 보인다. 


스트리머 순이 보면, 딱히 방송하면서 개인기나 대단한 스킬이 있는 거 같지는 않다. 특히나 인기 하스스트리머 넘쳐나던 시절 내 기억에 시청자는 150명 정도였던 거 같다. 그런데 지금은 800~1000명이 되어간다. 물론 대회에 나가서 상금을 타오는 실력이 첫 번째 이유지만, 인기 스트리머가 하스 재미없어졌다며 다른 게임 하는 동안 순이는 꾸준히 돌겜을 하며 하스스톤이라는 게임과 방송을 보는 유저에게 충성심을 보였기 때문이다.


씨룬님도 시청자를 늘리기 위해선 선택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지금은 하스스톤(야생) 방송을 보는 시청자도, 롤을 보는 시청자도 씨룬님의 방송을 굳이 찾아볼 이유가 없다. 분명한 하나의 컨셉을 잡으시라. 지금은 한우물을 파야할 때라는 것이다.


오해 없도록 말하자면 롤이나 하스 둘 중 한 게임을 접으시라는 얘기가 아니다. 하나를 선택하고 다른 게임은 방송 안키고 개인적으로 즐기시면 되는 거다.




2. 어그로덱 하지 마시라.


솔직히 말하면, 최근 씨룬님 방송을 보는 게 최근 힘들다는 느낌을 받았다. 

씨룬님의 방송 일정을 보면 패턴이 매달 비슷비슷하다. 월초에 빠르게 승부 보는 어그로덱 등으로 빠르게 전설을 다시고, 그 뒤에는 롤이나 마인크래프트, 레인보우식스 등의 다른 게임을 하신다. 그 이후 틈틈이 하스 등수를 올리시거나 북미, 유럽계정을 하신다.


씨룬님은 입버릇처럼 하시는 얘기가 어그로가 실력덱이라는 이론인데, 내 생각은 다르다. 모든 타입의 덱은 잘 굴리려면 실력이야 기본으로 필요한 거다. 개중에서 어그로는 가장 쉽다. 뭐, 어그로가 실력덱인가 아닌가 얘기하고 싶은 건 아니다. 이런 건 개인의 판단이니까.


하지만 분명한 건, 어그로는 절대적으로 보는 재미가 없다는 거다. 씨룬님 하스 방송을 보면서 느낀 건, 저녁에 재미있는 예능을 기대하고 방송을 켰는데 패널이 세네시간 동안 계속 가위바위보만 하는 거다. 5턴 6턴에 상대를 죽이거나 죽거나. 씨룬님의 어그로덱은 내가 보기에 가위바위보나 같았다.


물론 씨룬님의 플레이가 의미 없다는 것은 아니다. 특정직업 어그로덱의 운영을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문제는, 그게 사실상 씨룬님의 하스스톤 컨텐츠의 전부라는 것이다.


빠르게 명치를 때려서 이기는 거, 씨룬님은 역시 자신한테는 어그로가 잘 맞는다며 만족스러워 했지만 보는 사람에게 그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씨룬님의 하스스톤은 보는 사람이 재미있는 게 아니고 스스로만 재미있다. 6턴 정도까지 상대가 못 막으면 씨룬님이 이기고 상대가 막으면 상대가 이기는 가위바위보. 


전설을 빠르게 다시는 게 의미가 없다는 거다. 아시다시피 야생의 전설은 인정을 받지 못한다. 빠르게 야생전설을 달고 한 자리 수를 찍었다고 해도, 우리 같은 야생유저는 대회도 없이 블리자드에게 버림 받은 위치일 뿐이다.



최근 복귀한 스트리머 쥬팬더 방송을 몇 번 봤는데, 여전히 재미있더라. 그 사람 씨룬님보다 잘하나?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못한다. 매 게임 실수연발에, 월말에 겨우겨우 5급 찍는다. 

욕심 가득 넣은 덱으로, 사기치는 뽕맛으로 게임한다. 그러니 한 판 한 판 대단히 오래 걸리고, 이길 때는 어렵게, 지는건 또 쉽게 지는 편도 잦다.  그러니 이기면 시청자들은 이게 게임이지! ㅋㅋㅋ 하고 지면 엌ㅋㅋㅋㅋㅋ 이게 게임이다!ㅋㅋㅋㅋ 같은 반응이 나온다.


야생 유저들에게 왜 정규를 안하고 야생을 하느냐 라고 묻는다면, 십중팔구는 정규에서 쓸 수 없는 야생카드와의 콤보와 시너지 등, 야생만의 매력 때문에 한다고 말할 거다. 그러면 야생방송을 보는 시청자는 그 매력을 방송에서 느끼고 싶어할거다. 


보면서 이야! 이게 게임이다!ㅋㅋㅋ 라고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을 씨룬님 방송에서는 찾기 어렵다. 결국 씨룬님 방송 보면서 어그로덱에게 강한 리노덱을 카운터치는, 핸파도적 플레이 한 번 보는걸 기대할 수가 없는 것이다. 야생 방송 보는 사람 씨룬님의 거의 지지 않는 대단한 승률과 어그로덱 플레이 보며 경탄하려고 오는 것 아니다. 방문한 시청자 대부분은 다양한 야생의 덱 플레이와 야생의 재미를 느끼려 왔을 것이다.



다른 시청자분은 나와 생각이 다를 수 있겠지만 아무튼 내 생각은 그렇다. 어그로덱 하시지 말라고 하는게 아니다. 방송에서 볼 이유가 없다는 거다. 어그로덱은 방송 안하실 때 빠르게 등급 올리실 때 사용하시면 된다. 

정규 야생 어그로덱의 파워차이는 있겠지만, 혹시나해서 본 정규방들에서 어그로 하는 스트리머는 아무도 없었다.



3. 투자가 어려우시면 확실한 방향을 잡고 방법을 찾으시라.


씨룬님이 월초 전설 달고 돌겜 안하시는 거, 당연하다. 어그로로 전설을 달고 다른 덱은 없다. 그러면 그 뒤로도 하스 하시고 싶겠나. 나라도 안한다. 재미가 없는데.

하스스톤은 돈 들어가는 게임이다. 씨룬님도 하스스톤 스트리머라면, 게임과 방송 양쪽 모두에 돈이 들어간다. 이 게임 돈 안들이고는 할 수 없다. 값싼 어그로덱 두세가지 만들어서 돌리는 것은,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금방 따분해진다.


씨룬님은 하스스톤 야생 굉장히 잘하신다. 월초 빠르게 전설 찍으시면서 스스로의 하스스톤 실력에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계시는 걸 엿볼 수 있다. 씨룬님의 실력은 정말 의심할 여지가 없다. 진정으로 잘한다. 그런데, 야생이라 인정받으실 길이 없다.


게임에 많은 돈 투자가 어렵고 잘하는 사람으로 어필을 하시고 싶다면, 정규로 가시라. 그래서 대회를 노리시라. 아실거다. 야생은 대회 안열린다. 

씨룬님 실력이면 정규에서 빠르게 전설 달고 실력으로 사람들이 보러와줄 가능성이 야생보다 크다. 거기다 대회까지 노려서 입상한다면 닉네임이 유저들 사이에서 알려지니, 그 다음부터는 정말로 성공한 돌겜 스트리머가 될 수 있다. 인기 스트리머가 되면 그 때부터는 트위치 정산도, 도네도 크게 늘어날 것이다.



위에 적은 내용과 겹치지만, 만약 야생을 사랑해서 야생유저로 남으실거라면 어그로덱은 딱 관심 끊으시고, 무조건 한 판 당 최소 10분 이상 걸리는 컨덱 위주만 하시라. 벽덱이든 콤보덱이든 상관은 없지만, 재미있는 플레이가 가능한 덱들을 돌리시라. 물론 카드가 없다는 걸 안다. 


정말 미안하고 냉정한 말씀을 드리자면, 이 게임은 돈이 들어가야 하는 게임인데 너무 투자가 없다. 올카드 비슷하게 있어야 시청자에게 여러 가지 덱을 돌리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야하는 것 아닌가. 그리고 그 재원은 몇 안되는 시청자가 마련해주지 못한다. 

물론 나도 선물을 나중에 또 할 예정이지만, 그 전에 씨룬님이 개인적으로 자원을 마련해 게임에 투자를 하는 것이 맞는 것이다. 지금 계정은 사실 제대로 원하는 덱 항상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카드팩 구축하려면 지금부터 최소 100만원은 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르헨티나 얘기 그래서 했다. 60팩에 2만원이라니, 보고만 있어도 무슨 카드가 있는지 모르겠는 씨룬님의 계정을 굳이 고집하실 이유가 없다. 보니까 20만원이면 어지간한 정규덱은 다 돌릴 수 있겠고, 30만원이면 거진 정규 올카드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다음 확팩 나오면 또 가지고 계신 카드 대부분을 갈아서 겨우겨우 어그로용 덱 하나 만드실거고 그게 전부일거다. 진지하게 아르헨티나 하자. 물론 이것도 30만원은 모아서 시도해야할 부분이다. 

나는 게임에 돈 투자 100만원은커녕 5만원도 힘들다라고 난색을 표하실거면 그것도 좋다. 그러면 위에 적은 것처럼 주 컨텐츠를 롤로 잡으시라고 더 권해드리고 싶다. 


현재 씨룬님 방은 하루는 하스, 이틀은 롤, 시청자들은 있는 사람들이 매일 자기 듣고 싶은 노래 쉴새없이 틀어대는 일종의 음악방송 느낌이다. 나는 야생 방송이라는 씨룬님 방송을 보고 온 후 거의 매일 씨룬님 방송을 시청했다. 나는 여러 가지를 건드는 성격은 아니지만, 하나를 선택하면 보통 끝까지 함께한다. 다른 게임 안하는 내가 하스스톤을 하게되고 수백만원 현질을 하고 아직도 하는 것처럼.


내가 그간 재미있게 봐오던 인기스트리머들의 방송도 다 포기하고 씨룬님 방송을 보았다. 라이엇 소리하면 욕부터 퍼붓는 내가 롤 방송도 씨룬님 방송이기에 열심히 보았다. 미약하지만 그것도 내 입장에서는 일정부분의 희생이다. 그런데, 그게 이제는 많이 힘들더라.



여기까지 쓰고 있는데 씨룬님이 방송 종료하시면서 비법 빠르긴 진짜 빠르다, 이게 꿀잼이라고 하신다. 씨룬님은 재미있었을거다. 나는 재미없었다. 빠르게 끝나는 덱 재미없고, 운빨이라고 불리는 아무튼 생성됨 하나 없는 것도 재미없었다. 

어그로의 여기서 내가 죽나 상대가 죽나의 그 한턴 싸움 아슬아슬한 재미를 물론 모르지 않지만, 아쉽게도 씨룬님이 느끼는 어그로덱의 즐거움은 방송에서는 잘 나오는 것이 아니다. 알렉이 알렉을 낳고 그 알렉이 오리지널 알렉을 낳아서 역전하는 그런 무작위성이 하스방송의 재미로는 비교도 안되게 낫다.



정리한다.


1. 적은 투자로 실력을 자랑하는 유저가 되고 싶다면 정규로 옮기시라. 대회도 노릴 수 있으며 실력자로 이름나면 방송 보러 오는 유저가 많이 늘어날테니 일석이조이다.


2. 야생유저로 남아 방송하고 싶으시다면 야생만의 매력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스트리머가 되시라. 내가 생각하고 있는 야생의 매력은 당연히 정규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넓은 폭에서 나오는 다양성이다. 그리고 이는 그만한 고액의 현질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3. 가능하면 아르헨티나로 새롭게 계정을 만드시는 걸 추천해드리고 싶다. 방법 검색 좀 해보시라. 다만 이 경우는 정규 대회를 영원히 나갈 수 없을 것이다.


4. 하스나 롤 둘 중 하나만 확실하게 한다는 컨셉을 잡아주시라. 하루는 돌겜, 하루는 롤 이런 방송은 두 게임의 시청자 모두 끌어들일 수가 없다. 하나를 선택하고, 다른 모든 게임은 방송에서 플레이 안할 각오도 하실 수 있어야 한다.


5. 어그로덱 하지 마시라. 이유불문하고 하지 마시라. 재미 없다. 하루 몇 판 못해도 괜찮으니 한 판 당 최소 10분 이상 걸리는 오래 걸리는 컨덱들 좀 하시라. 야생 뽕맛을 시청자들에게 좀 보여달라고 부탁드리고 싶다. 

어그로덱은 방송 끄고 하시라. 월초에 어그로로 빠르게 전설 다는게 씨룬님의 자존심일지 몰라도, 보는 사람은 씨룬님이 야생 손가락 안에 드는 고수라는 것에 큰 관심이 없다는 걸 아셔야한다. 어차피 야생 기록은 공식으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상이 씨룬님에게 하고 싶은 말이었다.

이 글을 그간 생각하면서, 그리고 쓰면서도 너무나 많은 고민을 했다. 

왜 이런 상처 주는 얘기를 해야하나, 내가 뭐가 잘났고 무슨 이런 말 할 자격이 있다고, 정 보기 어려우면 슬슬 조금씩 보는 걸 줄이면 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씨룬님이 미워서 이런 얘기 하는거 아니라는 거 아실거다. 그러면 진지하게 이렇게 장문의 글도 쓰지 못한다.

씨룬님의 방송을 보며 항상 씨룬님이 얼마나 아는게 많고, 사람이 얼마나 착하고 선한지 느꼈다. 그래서 방송도 지금까지 보았던 것이다.


너무 불편하고 힘드신 상황이라면 이 글을 그냥 기억에서 지우셔도 괜찮다.

방송에 큰 뜻 없고, 시청자들 숫자도 큰 관심 없이 씨룬님 스스로 취미삼아 즐기는 방송을 하시는 거였다면 그냥 싹 무시해주시라. 괜한 소리를 한 것이니.


마지막으로...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올해는 시청자수가 대폭 늘어난 해가 되길 기원합니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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