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린다,달린다
세계가 망하는 한복판인데도
나는 지금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상쾌하다.
◆
"예언의 아이를 부탁할게,■■■■・■■■.
당신이 계속 붙어다니며 지켜줘.
아아,그리고―――매일,하루가 끝날때마다,어떤 여행이었는지,
나한테 들려줄래?
입장상,나는 같이 못다니니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는걸로,적어도 같은 기분은 느끼고싶어.
처음에는 자랑스러웠다.
하지만 점차,그 행위가 무슨 의미인건지,어렴풋이 깨닫게되었다.
깨닫고나서도 보고를 계속하며,전장에는 나가지말라는 명령을 지키고,그리고―――
저 멀리,옥스포드에서.
론디니움이 불타는것을 보았다.
「―――아아―――」
내가 갚아야할 이유는 없다.애초에 내 책임도 아닌걸.
진짜로 여왕군의 습격일지도 모르잖아.
그렇게 자신을 타이르면서
"기회만 된다면 론디니움 놈들한테 본때를 보여주겠어"
"뭐가 원탁의 해방군이냐,공장에서 버려진 3류품들 주제에,
선택받은 인간(나) 들앞에 비빌 생각인가"
솔즈베리의 인간들의 목소리가
그렇게 그들을 불태운 요정들의 목소리가,머리에서 떠나지않았다.
불길이 잡힌 론디니움을 봤을때 뒷다리가 무뎌졌다.
이제 다시는 자유롭게 달리지 못한다.
아무한테도 말하지않고,나는 그 사실을 받아들였다.
애초에 요정국의 방식은 나한테 너무나 어려웠다.
좀 더 단순하게,있는 그대로,자신의 성능을 행사하는 세계가 좋았다.
말도 없고,차별도없으며,경쟁도없다.
야생인채로,평원을 달리던 생물이 되고싶었다.
바람처럼 달리고싶었다.
짐승처럼 달리고싶었다.
내 목적은 그거뿐.
단지 그거뿐인 목적마저 그 불을 봤을때 산산조각 났다.
하지만,마지막에 기회가 왔다.
해야만 한다고 타이르며 전력으로 땅을 박찼다.
격통이 있었다.
육체가,정신이,"이제와서 뭔 생각이야"라고 호소한다.
나는 거기에 대답할 말도 없다.그 용감하며 용맹한 소녀기사를 애도할 자격도 없다.
거기에 쓴웃음을 짓는다.뭔 생각같은건 없다고.
아무것도 아니라면 남은건 지금 할수있는걸 할뿐이라고.
◆
달린다,달린다.
격통이 있었다.
환희가 있었다.
세계가 멸망하는 와중인데도 지금 가장 자유로운 내가 있었다.
다리가 부러지면 요정마는 생을 마감한다.
그 강렬한 고통이 영혼을 찢어내고있다.
1일 반,마차를 이끈 전력질주로,어떤 다리건 분쇄되겠지.
그 고통을,환희로 바꾸며 달린다.
그들을 해안까지 데려다 주기위해서만 달린다.
아무리 더럽다 할지라도
자신을 낳아주고,길러주고 기쁘게 해주던 세계를,사랑하던 브리튼의 대지를 달린다.
바퀴는 부서지고,짐칸은 떨어지고나니,나는 홀로 남아 숲을 달렸다.
달리면서 몸이 잘려나가는 소리를 듣는다.
이 무슨 행복한 일인가
이 무슨 용서인가
나는,내가 사라지는 그 순간(때)까지 기쁨 속에 있다.
―――마지막까지,바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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