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고땡채널에서 본 일이다.
고땡님이 한 시청자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하이즈 1등 하는 클립 영상을 보여주면서
“황송하지만, 이 클립 영상이 못 쓰는 것인지 아닌지 좀 보아주십시오.”
하고 고땡님은 마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과 같이 채팅이 올라오기를 마음을 졸이며 기다린다.
시청자는 클립 영상을 물끄러미 보고는, 클립 영상 링크를 확인하고
“좋소.”
하고 채팅이 올라왔다. 고땡님은 ‘좋소’라는 말에 기쁜 얼굴로 링크 영상을 소중히 직박구리 폴더에 저장시키고는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라며 몇 번이나 감사 인사를 전한다. 고땡님은 자꾸만 폴더를 확인하면서 시청자들의 닉네임을
훑어보더니 또 다른 시청자를 찾았다. 폴더 속에서 얼른 링크를 마우스 드래그로 파랗게 만들고는
한참 꾸물거리다가 그 클립 영상을 보여주면서
“이 영상이 정말로 1등 하는 영상입니까?” 하고 묻는다.
그 시청자는 호기심 있는 눈으로 바라보더니.
“이 링크 영상 어디서 훔쳤어?” 고땡님은 떨리는 목소리로
“아닙니다. 아니에요.”
“그러면 트위치에서 주웠단 말이냐?”
“누가 그렇게 자기 영상 아닌 클립을 틀어준단 말입니까? 다른 스트리머 클립 영상 틀면 눈치 못 채나요?
어서 몰래 복사한 영상링크를 삭제해 주십시오.”
고땡님이 간곡하게 부탁했다. 시청자는 웃으면서
“좋소.”
하고 몰래 복사한 영상링크를 삭제했다. 고땡님은 황급히 영상링크를 다른 폴더에 재빨리 숨기고는
황망히 닫았다. 시청자목록을 흘끔흘끔 쳐다보면서 얼마를 허덕이며 멈추더니 별안간 동작을 멈추었다.
다시 그 영상링크가 저장이 잘 되어있나 확인해 보는 것이다. 거친 손가락이 마우스를 움직여
마우스 포인터가 그 영상링크를 가리키자 다시 웃는다. 그리고 또 얼마 안 가 다른 폴더 으슥한 곳에
찾아 복사된 영상링크를 실행시키더니 의자 밑에 쪼그리고 앉아서 1등 하는 영상을 보고
있었다. 고땡님이 얼마나 열중해 있었는지 내가 채팅창을 쳐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누가 그렇게 많이 도와줍디까?”
하고 나는 물었다. 고땡님은 내 채팅에 움찔하면서 마우스에서 손을 뗐다. 그리고는 떨리는 다리로
일어서서 캠 화면 밖으로 달아나려고 했다.
“염려 마십시오. 뺏어가지는 않소.”
하고 나는 고땡님을 안심시키려 하였다. 한참 머뭇거리다가 고땡님은 나를 쳐다보고 이야기하였다.
“이것은 훔친 것이 아닙니다. 트위치에서 얻은 것도 아닙니다. 누가 노력 없이 하이즈에서 1등을 합니까?
암에 걸려 죽어가는 시청자들이 많아 조언도 백에 한 분이 쉽지 않습니다.
아이템을 찾아 이집 저집 다녀봤습니다. 숨어도 다녀봤습니다. 황금고블린도 수없이 되어봤습
니다. 드라이브하는 게임이라고 오해도 받아봤습니다. 길을 못 찾아 가스에 갇혀 죽어도 봤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도움도 받아봤습니다. 그러는 동안 플레이 시간을 모았습니다. 60분을 모아
1시간을 만들고 그 1시간을 열 번을 모아 10시간을 만들었습니다. 그러기를 수십일 10시간씩을
열 한번 모아 110시간을 만들어 겨우 1등 하는 클립 영상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그 영상클립을 만들었단 말이오? 그 영상클립으로 무얼 하려오?”
하고 물었다. 고땡님은 다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그저 1등을 꼭 한번 해보고 싶었습니다.”
원작 <피천득의 은전 한 닢>
고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