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오후에 톡이 하나 왔습니다
(그스그청이라 낮에 톡오는 사람 없음)
큰외삼촌 댁 막내 사촌누나였네요. 연락 안 하고 지낸지 1년도 넘은거 같은데...그런데 톡의 상태가 어딘가 좀 이상합니다.
우선 제가 아는 누나의 말투랑 좀 다른데다가 훅 치고 들어오는 본론이 다짜고짜 계좌번호를 보내라니...이거 뭔가 냄새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의심은 점점 더 깊어져만 가네요 결혼한 뒤로 줄곧 전업주부로만 지내던 누나가 일을 한다니...그리고 왤케 계좌번호를 재촉하는거지? 더군다나 고모(저희 어머니)에게 물어본대놓고는 고모한테는 비밀이라니 ㅋㅋㅋㅋ
계좌번호를 받은 뒤 뭔가 잘못 된게 있다면서 금융 관련 개인정보를 얻으려는 피싱이라 생각하고 우선 잠시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좀 데리고 놀다가 빅엿이라도 선사 할 겸...
가만히 놔두고 시간이 흐르니 이번엔 상품권을 보내네요
무슨 수법인지 포털사이트를 검색해보니 상품권을 보내 준 뒤 핀코드를 다시 받아서 부당이득을 취하는 피싱법이 있는 것을 확인하니 'ㅋㅋㅋ 이걸로 확실해졌다. 내가 누나한테 확인 한 뒤 넌 뚝배기를 깨주마' 라는 생각을 하고 먼저 누나에게 전화부터 해보기로 했죠
근데 왜 사촌누나 전번이 저장 되어 있지 않을까요? 출근하신 어머니께 연락해 누나 연락처를 여쭈었더니 어머니도 모른다면서 셋째 누나 연락처를 가르쳐줍니다
그래서 셋째 누나에게 전화해 자초지종을 얘기하고 막내누나 전번을 얻어내 전화를 걸었습니다
누나 : 여보세요?
나 : 응, 나야. 머해?
누나 : 지금 일 하는 중이야.
나 : (일 한다고??) 바쁜데 전화했네. 통화 괜찮아?
누나 : 좀 눈치는 보이지만 괜찮아..
나 : ...누나, 오늘 나한테 연락했었어?
누나 : ..................아까 카톡 메세지 안 받았어? 그거 너 아니야?
나 : ......
누나 : ......
나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누나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 아니 이거 ㅋㅋ 아무리 봐도 누나 아닌거 같아서 ㅋㅋ 그래서 연락했는데...누나 이렇게 사투리 안 쓰자나
누나 : ㅋㅋㅋ 날 얼마나 섬세한 사람이라고 생각한거야? 누나도 사투리 잘 쓰고 톡도 저렇게 보내
나 : 아놔 이렇게 뜬금없이 갑자기 연락해서 뭐 준다길래...진짜 피싱이라고만 생각했지
누나 : 그랬나? ㅎㅎ 잘했어 잘했어. 세상이 이러니 그럴 수도 있지...... 연락은 좀 갑작스러웠지만 우리가 뜸하게 연락한다해서 뭐 어색한 그런 사이는 아니잖니 ㅋㅋ
너무도 피싱같았던 저 내용을 보낸건 진짜 사촌누나가 맞았답니다. 요즘 교육청 권고로 휴원 중이라 일 안 나가고 있을거 같다는 생각으로 보내준 누나의 아름다운 마음씨에 제가 되려 정의구현 당해버리고 말았네요 ㅠㅠ
사실 전번이 저장되어 있지 않아서 첫 번째 두 번째 짤에는 금융거래, 보이스피싱 경고문구가 원래는 있었죠 (전번 저장 후 경고메세지는 없어져서 스샷으로 찍은 상태가 되었습니다만)
거기에다가 예전에도 큰집 사촌누나 톡으로 왔던 피싱 경험이 있다보니 의심을 안 할 수 없는 상태였지만...정말로 찐누나가 맞았을 줄이야
어째저째 통화를 마무리 짓고 톡을 마저 확인했습니다
이렇게 천사같은 누나를 의심하다니 어흑..이런 주길 넘
어릴적부터 주말에 방학에 몇십 년을 늘 함께했던 사촌누나인데
사는게 바빠 연락이 뜸해지니 이런 일도 생기네요 ㅋㅎ
야옹이 여러분들도 친척끼리 자주 소통하면서 지내시면 저 같은 웃픈 불상사는 생기지 않겠죠?! 다들 전화나 메세지로 연락 주고 받으면서 코로나 바이러스에 갇혀 얼어있던 마음이 푹 녹아내리셨으면 합니다
........와 어쨌든 6만원 용돈 감사감사 감사하다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