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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인터뷰] [MULTI] 탐정 진구지 사부로 올디스와 정태룡 : 나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화이트데이스완송
2017-12-16 12:08:05 1290 0 0

1987년 닌텐도 패미컴으로 처음 출시된 데이터 이스트의 추리 어드벤처 게임 '탐정 진구지 사부로' 시리즈는 몇 번 개발사가 바뀌는 와중에도 30년 동안 명맥을 이어온 작품입니다. 특히 국내에는 일명 '불의 편집자'로 유명했던 정태룡 기자가 열렬히 게임에 대해 알리기도 했고, 심지어는 게임문화를 통해 두 개의 타이틀을 직접 한글화해서 정식 발매하기도 했습니다. 시리즈 30주년이 되는 올해에는 아크시스템웍스가 IP를 인수해서 '복수의 윤무' 이후 5년 만에 '고스트 오브 더 더스크'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국내에서도 iOS 버전과 안드로이드 버전으로 탐정 진구지 사부로 시리즈를 만나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세시소프트가 아크시스템웍스와 협력해서 모바일로 출시된 20개의 에피소드 중에서 3개의 타이틀을 하나로 묶은 '탐정 진구지 사부로 올디스'를 출시했기 때문입니다. 신주쿠 가부키쵸를 배경으로 탐정 진구지 사부로가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진구지 사부로 올디스는 2003년에서 2010년까지 출시된 휴대폰 버전의 게임을 스마트폰용으로 리뉴얼한 게임입니다. 수록             타이틀은 '키토의 밤', '쉐도우체이서', '죽은 아이의 초상'까지 3개 타이틀입니다. 게다가             탐정 진구지 사부로 올디스 발매와 함께 국내 게이머들에게 반가운 이름을 다시 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번역의 완성도를 위해 정태룡 전 게임 전문             기자가 감수를 담당했기 때문입니다. 루리웹은 탐정 진구지 사부로 올디스의 번역 감수를 맡은 정태룡 담당자를 만나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탐정  진구지 사부로 올디스와 함께 오랜만에 소식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루리웹  : 안녕하세요, 먼저 간단한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정태룡  : 안녕하세요, 재미있는 것을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정태룡입니다.  그 중에서는 역시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을 가장 좋아합니다. 예전에는  게임지 편집을 하면서 기사를 쓰다가 게이머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TV 게임 방송에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게임을 직접 만들고 싶어서 피처폰 시대에 모바일 게임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피처폰은 아무래도 조작하기도 어렵고 반응도 느린데, 이러한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왼쪽 방향 버튼을 누르면 왼쪽으로 가면서  바로 공격하는 식으로 한 프레임에 이동과 공격 개념을 섞어서 휙휙  빠르게 조작하는 느낌을 구현했습니다. 당시 소규모로 만든 게임이 잘 되어서  온라인 게임 제작에 도전해보기도 했고 최근에는 스마트폰용 모바일  게임 제작에도 참여했습니다. 

 

  

 루리웹  : 한동안 소식이 뜸해서 근황을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정태룡  : 그동안 여러 게임 개발사에서 일하면서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예전에는 잡지나 방송 등 매체를 통해서 외부 활동을 하기도 했지만  개발 작업을 할 때는 그런 활동을 다 접고 두문불출 게임 제작에만 매달리다  보니 대외적으로 얼굴을 많이 비추지 못했습니다. 

 

  

 루리웹  : 최근 iOS와 안드로이드로 출시된 탐정 진구지 사부로 올디스의 번역을 감수하셨는데  어떤 계기로 참여하게 된 건가요. 

 

 정태룡  : 탐정 진구지 사부로 올디스를 출시한 세시소프트 대표님과는 제가 기자였을  당시에 알게 된 사이였습니다. 예전에 제가 워낙 진구지 사부로 시리즈를 많이 언급하고 PS2 버전은 로컬라이즈도  직접 했던 전적이 있다 보니 이번에 세시소프트에서 탐정 진구지 사부로 타이틀을  가지고 오시면서  제 생각이 나셨나봐요. 텍스트가 무척 중요한 시리즈이다  보니 번역 자체는 세시소프트에서 자체적으로 다 끝내놓은 상태에서 번역  감수를 부탁하셨습니다. 당시에 저는 개발사 카본아이드를 그만두고  여행도 다니고 하던 시기였는데, 워낙 좋아하는 시리즈라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PS2  시절 게임문화를 통해 국내에 정식 출시된 탐정 진구지  사부로 시리즈.             

  

 

 루리웹  : 탐정 진구지 사부로 올디스의 번역 감수를 할 때 특히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 

 

 정태룡  : 탐정 진구지 사부로 시리즈는 분위기가 매우 중요한 게임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분위기를 잘 살려주는 번역이 필요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려웠던  부분은 구어체와 문어체의 밸런스였습니다. 최근에는 라이트 노벨이나  웹소설이 유행하고 많은 분들이 그런 문체에 익숙해지다 보니 너무 문어체로만  번역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하드보일드 장르인데 구어체로만 번역하는  것도 곤란하니까요. 밸런스를 잡는 것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그리고  탐정 진구지 사부로 시리즈 자체가 일본 게임이고, 주인공 진구지 사부로가  일본인이다 보니 생기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한국어와 일본어는 비슷한  언어라 생각하기 쉽지만, 말하는 주체가 한국 사람이냐 일본 사람이냐에 따라 시각이 달라집니다. 한국인은  자기 자신을 주체로 생각합니다. 자신이 바로 주인공이며 그런 관점으로 세상을 해석하고 바라보는  반면, 일본인은 조금 다릅니다. 자신을 둘러싼 환경이 주체이며, 자기  자신은 조연이라는 느낌으로 접근합니다. 그런 것이 사고 방식과 언어에도  반영됩니다. 그리고 한국어에 비해 말없음표(무언부호)와 쉼표가 굉장히 많이 들어갑니다. 

 

 그러한  표현은 일본인이 일본어로 읽을 때는 자연스럽겠지만 한국어로 그대로 옮기면 한국인이  읽기에 그리 하드보일드하지 않게 다가옵니다. 자신감이 없는 듯한 말투로  인식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드보일드라고 해서 읽어봤더니 주인공이  왜 이리 소심하지? 같은 감상이 나올만한 텍스트가 굉장히 많습니다.  그런 부분을 감안해서 우리말로 번역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너무 심하게 막 나가진 않았습니다. 일본어를 할 줄 알고  탐정 진구지 사부로 시리즈를 잘 아는 한국 분이 플레이해보셨을  때 꽤 노력했구나 라고 느낄 정도의 완성도를 목표로 작업했습니다. 

 

 사실  번역 감수라고 해서 처음에는 플레이하며 보는 식으로 편하게 접근했다가  분량이 장난 아니게 많아서 결국 각 잡고 액셀 파일 켜서 작업했습니다. 

 

  

 루리웹  : 생각한 것보다 작업량이 많다고 하셨는데 텍스트 분량이 어느 정도였나요. 

 

 정태룡  : 에피소드 3개 분량을 모두 합쳐서 엑셀 파일 기준으로 3만 2천행  정도였습니다. 10년도 더 된 일이라 정확하게는 기억이 안 나지만, 예전에  PS2 버전을 한글화할 때도 정말 텍스트 분량이 많다고 느꼈는데  그때와 비슷하거나 더 많은 수준인 것 같습니다. 모바일 게임이지만 텍스트  분량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첫 타이틀이 8천행 정도여서 그럭저럭 할만하다  생각했는데 두 번째와 세 번째 타이틀은 분량이 확 늘어났습니다. 

 

  

 루리웹  : 번역 감수 작업을 맡은 타이틀이 무사히 출시되었는데 감상이 궁금합니다. 

 

 정태룡  : 진구지 사부로가 정말 나와 계속 가는구나 하고 운명 같은 것을  느꼈어요. 한 달 정도만 일찍 제안이 왔어도 제가 맡지 못할  뻔 했는데, 정말 딱 타이밍이 맞았어요. 여행을 다녀오고 휴식도  했으니 자 이제 어쩌지? 하던 차에 연락이 온 거에요. 칼 융의 동시성  이론란  게 이런 건가 싶었어요. 텍스트 작업을 할 때는 너무 분량이 방대해서  아이고 큰일났구나 싶었는데 작업을 하다 보니 새삼 제가 정말 글쓰기와 관련된 일을 좋아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간만에 텍스트 작업을 하니까 자세가  어색해서 몸도 아프고 했는데, 슬슬 익숙해지고 아침 일찍 일어나서 작업하면서  많은 것을 되돌아 보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예전에 업무차 일본  도쿄에 자주  들락날락하던 시절에 저는 언제나 신주쿠 가부키쵸에 숙소를 잡았습니다.  탐정  진구지 시리즈에도 자주 나오는  신주쿠 코마 극장 앞 작은 광장. 거기에 켄트 호텔이라는 작은 비즈니스 호텔이 있는데,  주로 그곳에 묵었죠. 신주쿠가 물론 교통도 편하고  좋은 점이 많지만, 도쿄에 그런 지점으로 꼭 신주쿠만 있는 건 아니거든요. 그런데 왜 하필 신주쿠였을까...  하고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역시 진구지 사부로 때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첫 번째 일본 출장을 준비하면서,  앞으로 두고두고 이용할 숙소와 거점을 하나 잡아둬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그때 무의식적으로 "아,  도쿄에 묵는다면 신주쿠." 하고 정해버린 것 같아요. 탐정 진구지 사부로 시리즈의 주된 무대가  신주쿠 가부키쵸고, 진구지 탐정 사무소도 그곳에 있으니까요. 그렇게 도쿄 신주쿠에 도착해서는  '여기 어디 쯤에 진구지 탐정 사무소가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가부키쵸 일번가의  아치 문 아래를 걸어들어갔던 것 같습니다. 그곳에서 우연히 세시소프트  대표님 및 일행 분들과 마주치기도 하고 그랬어요. 당시엔 삼성전자 게임사업부  소속이셨죠. 그것이 대략 2002년 언저리의  일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굉장히 옛날 일처럼도 느껴지고, 바로 어제 일처럼도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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