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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귀신 본 사연

쥬팍5bcb6
2020-02-08 06:02:30 104 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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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진행에 앞서 실화이기 때문에 맛깔나는 엔딩이 있지 않다는걸 미리 말씀 드리겠습니다.


어렸을때 저는 한국현대 아파트 4층에 살았습니다. 라떼는 말이야 같은 아파트 사는 애들 끼리 모여서 놀이터에서 놀고 말이야, 어? 비비탄도 쏘고 말이야, 어? 내가 느그 사장이랑 롤러블레이드도 탔어, 어? 그랬습니다. 그랬다구요. 그렇습니다.

대다수의 아파트가 그렇듯 계단과 엘레베이터가 둘다 있고 대다수의 초딩들이 그렇듯 인내심이 부족한 저와 친구들은 계단으로 뛰어내려가며 아파트 소음의 주원인이 되곤했습니다. 계단은 두개가 있었는데 하나는 건물 밖이 보이는 계단과 다른 하나는 엘레베이터 옆에 있는 층마다 창문하나 간신히 있는 계단이었습니다. 센서등도 고장이 나서 안들어오고 계단에 있는 창문은 복도로 이어지기에 해가 뜬 날에도 항상 상당히 어두웠죠.

하루는 다섯 친구들과 롤러블레이드를 타러 6층 엘레베이터 앞에서 모였습니다. 때마침 엘레베이터는 6층을 지나서 15층으로 올라가고 있었고 엘레베이터를 기다리기 귀찮았던 저희는 롤러블레이드를 신고 계단을 달려 내려가기로 했습니다. 롤러블레이드를 제대로 신지 않고 있었던 저는 계단을 내려가는 고난이도 작업에 앞서 장비를 체크하고 애들을 뒤따랐습니다. 어두운 계단에 들어서자 쿵쾅 거리며 앞서 내려가는 친구들의 소음이 들려왔고 저는 애들을 따라잡기위해 그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계단 2개씩 쿵쾅 거리며 내려갔습니다.

얼추 소음의 위치로 추정하기에 가장 뒤에 있는 애는 저와 1층 차이. 코리안 탑클래스 힙합 모범 노블래스 롤러블레이더 였던 저는 금방 꼴찌를 따라잡았습니다. 넘어질 경우를 대비하여 난간을 붙잡고 그 밑을 힐끔힐끔 쳐다 보며 내려가던 저는 가장 뒤에 가는 애가 조금 이상한것 같다 생각했습니다.  조금 더 따라잡자 꼴찌에 있는 애가 시야에 들어왔고 이상한 이유를 깨달았습니다. 어두침침한 계단에 희미한 햇빛이 층마다 가끔 들오는 계단에서 그 앞에 있는 애는 분명히 주변의 밝기에 따라 밝아졌다 어두워졌다 했지만 그 뒤를 따라가는 정체모를 희뿌연 무언가는 자체발광을 하듯 주변의 밝기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으며 내려갔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눈꼽인가 하며 눈을 열심히 비볐습니다. 아무리 눈을 비벼도 희뿌연 무언가는 없어지지 않았고, 어렸을때 부터 충실한 이과 충이었던 저는 만약 눈꼽이라면 제 눈에 붙어있고 제 고개와 눈의 움직임에 맞춰서 같이 움직여야하기에 그걸 확인하기위해 일부러 고개를 좌우상하로 돌리고 눈알도 열심히 굴려봤습니다. 하지만 제 시점과는 무관하게 그 무언가는 정확히 계단을 따라 아이들과 함께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다른 애들보다 빠르게 내려가던 저는 그 흰 물체에 점점 가까워졌지만 아무리 가까워져도 그 앞에 애는 또렷하게 보이게 되어도 그 물체는 초점이 맞지않더군요.
순간 공포에 휩싸이지 않은 저는 속도를 유지한체 그 물체와 그 앞을 가는 애를 계속 비교관찰 하였습니다. 1층에 다 다를때까지 계속 관찰하여도 저 물체가 무엇인지 파악할 수 없었던 저에게 선택의 순간이 다가 왔습니다. 그 앞을 가던 아이는 계단을 나가 아파트 밖으로 향하는것이 보였고 이 알수 없는 흰 물체는 계속 지하로 내려가버리는 것이었습니다. 1층 계단 창문으로 들어오는 희미한 빛속에 서서 저는 고민 했습니다. 저 물체를 따라 지하로 내려갈것인지 애들을 따라 밖으로 나갈것인지.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은 정말 빛이 한점도 들어오지 않는 어둠에 휩쌓여있었고 그 흰 물체는 이미 한 층 이상 내려간듯 시야에서 사라져있었죠. 혹시 그냥 잘못 본걸까 애들 머릿수 부터 확인해보자는 생각에 애들을 따라나와서 헤드카운트를 해봤지만 모든 애들은 밖으로 나와있었고 단 한명의 누락자도 없었습니다.
그제서야 공포감에 휩쌓이지않은 저는 애들한테 지하로 내려가는거 희끄무레한 무언가를 못봤냐고 물어봤지만 역시 아무도 못봤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그로 부터 10일후 그 물체 바로 앞에 가던 진국이는 롤러블레이드를 타다가 차에 치여서 죽는 일 따윈 없었습니다.


그치만 뇌과학을 공부해도 프로그래밍을 공부해도 수학을 공부해도 물리를 공부해도 심리학을 공부해도 인지과학을 공부해도 해병대를 갔다와도 저에게 풀리지않는 미스테리로 남았습니다. 귀신을 믿냐고 물어보면 여전히 믿지않는다고 하겠지만 뭘 봤던거냐 물어보면 귀신을 봤다고 말고는 할말이 없는 경험담이 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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