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작은 시골 마을에 살고 있어요. 인구도 작고, 동네도 작아서 매일매일이 똑같은 조용한 곳이지요. 그런데 얼마전 마을이 뒤집어지는 일이 터졌어요. 코로나 때문에요.
마을 입구에 있는 요양원에서 확진자가 우루루 쏟아진것입니다. 확진자 동선 확인할 필요도 없는, 동선이 겹치지 않고서는 생활이 불가능한 작은 동네에 전염병이 퍼졌으니 난리가 난거죠.
온 마을이 소독약을 뒤집어 쓰고, 모든 상점은 문을 닫고, 사람들은 집안으로 숨어버렸어요. 심지어 관공서와 은행도 방역이 끝날 때까지는 출입을 할 수도 없었구요.
두려움에 떨며 전화로 안부를 묻던중에 마을도서관 단톡방에 공지가 하나 떴어요. 지금 격리되어 있는 요양원에 생필품이 부족하부족하다구요. 입소자를 위한 약간의 물품만 있는 상태에서 갑자기 직원들까지 모두 격리되어버려서 당장 내일 끼니부터 걱정이라구요. 급한대로 물품을 구입하고 싶어도 인근 상점들은 모두 방역중이라 갈 수도 없고하니 각 가정에 여유있는 것들 십시일반 모아서 요양원에 가져갔으면 한다는 것이었죠.
다음날 아침 지난 겨울 여유있게 담아 두었던 김장김치 한통을 들고 주민센터로 달려갔죠. 9시가 조금 지났는데 벌써 여러분들이 다녀가셨더군요. 직접 대면을 피하기 위해 지정된 장소에 물건만 모아두기로 했는데 동네 어른 몇분이 나와계셨구요. 모다둔 물건들을 보니 진짜 집안을 털어나오셨더라구요. 주먹밥부터 각종 밑반찬, 간식거리에 누룽지까지 냉장고 털어오신 분들. 휴지, 수건, 비누, 치약 등 생필품에 소독에 필요한 락스랑 고무장갑, 정말 간절하게 필요한 요즘 돈주고도 못구하는 마스크랑 방제복까지. 세시간 만에 트럭 한대 분량이 모였다네요.
요양원에 입원해 계신 어르신들도, 일하고 있는 직원들도 한다리만 건너면 다 알 수 있는 작은 동네라서 가능했던 일일까요? 아닐거예요. 우리나라 국민성이 힘들일이 있으면 뭉치는 거잖아요. 자랑할만한 이웃들이지요. 한가득 차오른 트럭 사진을 보면서 좀 울컥했어요. 괜히 나 스스로가 자랑스런 마음이랄까.....
우리 힘내서 바이러스를 이겨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