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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할때 하던짓. 바로 그것

유혈목이
2019-02-09 04:47:01 182 0 0

세월이 갈수록 갬-성이 사라지나봄. 

예전에 써놨던거 뒤지다가 나온거 한번 올려봅니다.

주제는....뭐였었는지 기억도 안남 ㅋ








바람이 불었다. 낙엽이 날갯짓하듯 떨었다. 고개를 들자 물빛 하늘이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처럼 느껴졌다.

 

바람은 생각보다 쌀쌀했다. 몸을 잔뜩 웅크려 보았지만 차가운 공기는 잔뜩 성이 난 것처럼 나를 찔러댔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바람이 참 많이 부는 날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이런날이면 으레 나를 앞세워 바람을 피하던 그녀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도, 그럴 마음도 없겠지.

 

새끼 고양이처럼 몸을 부비며 그의 품으로 파고드는 그녀의 뒷모습이 나를 비웃는 것만 같다. 한발, 한발. 걸음이 반복될 때마다 세상이 점차 무너진다. 하늘은 가라앉고 낙엽은 바스러졌다. 건물들은 잿빛으로 물들고 인파는 물감처럼 번져 사라졌다.

 

나의 눈엔 그와 그녀만 남았다. 분노? 미련? 자책? 질투?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금방이라도 식도를 타고 역류할 것 같다. 견디기힘든 구토감. 나는 억지로 목을 누르고 심호흡을 했다.

 

따지고 보면 여기까지 따라온 내가 잘못이다. 아니, 그 전에 그녀와 나의 관계를 확실하게 정리하지 못한 것이 더 잘못이다. 위태하게 그녀와 나의 관계를 부둥켜 잡고 있던 내가 잘못이다. 그녀가 남자친구를 사귀는 것을 반대하거나 아쉬워할 주제가 되지 못한다는 걸 나는 잘 알고 있다. 어찌 됐든 나의 감정은 짝사랑이란 그럴싸한 포장지를 입은 단어로 설명이 되는 것이니까….

 

한숨을 흘리자 세상이 다시 피어났다. 물빛 하늘도, 날갯짓하는 낙엽도, 밝은 표정의 거리의 사람들도 그대로다.

 

마치 나만 세상에 덩그러니 놓인 기분. 행인들의 말소리가 멀게만 느껴진다. 상가에서 들리는 음악들이 귓가에서 납작해진다. 세상은 이렇게 밝은데 나만 동떨어져 있다. 그녀도 저렇게나 기쁜 표정인데 나만 온갖 고민을 떠안은 사람처럼 무력한 표정이다.

 

손만 뻗으면 닿는 거리지만 그녀가 잡히지 않는다. 자꾸만 아래로 가라앉는다. 웃음 소리. 음악 소리. 바람소리. 자동차 소리. 모든 것들이 나를 짓누른다.

 

아.... 세상은 이렇게나 즐거운 표정으로 가득한데 나는 왜?

 

내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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