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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인터넷 없이 방안에서 혼자 한달살기’ 얼마 주면 가능?

익명feb17
2021-12-17 19:09:26 145 1 0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시작하겠습니다.

 

" 당신에게 허락된 공간은 오로지 화장실 딸린 당신의 방 안.

어디로도 갈 수 없이, 출근과 퇴근의 구분 없이, 다른 사람과의 교류도 없이,

인터넷은 커녕 전화나 문자조차도 할 수 없는 채로, 당신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습니까? "

 

인터넷에서는 이와 비슷한 주제가 꽤 오래된 이야깃거리입니다.

보통은 인터넷은 된다는 전제 하에, 성공 시 상당한 댓가가 기다리고 있는 조건으로,

짧게는 1달에서 길게는 1년 정도 독방생활을 할 수 있냐는 식의 토론인데요.

 

인터넷만 된다면야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사람도 있고,

자신은 바깥에 못 나가면 답답해서 미쳐버릴텐데 아무리 돈을 많이 줘도 못 한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한술 더 떠서 인터넷이 안 되더라도 컴퓨터에 게임과 영화, 예능 같은 오락거리만 넣어주면 어느 정도 버틸 수 있다는 사람,

나머지는 다 괜찮은데 바깥에서 햇볕이 들어오고 공기가 통하는 창문 하나는 꼭 있어야 된다는 사람,

 

그야말로 별의 별 상황이 다 나오다가 그 게시글이 묻혀버릴 즈음과 함께 떡밥이 식고 나면

한참 지나 또 언젠가 비슷한 내용의 게시글을 통해 '나라면 ~하면 ~까지 버틴다' 식의 토론 글로 다뤄지곤 합니다.

 

정말 당신들을 가둬버린다는 것도 아닌데, 진짜로 성공에 따른 댓가를 줄 것도 아닌데,

'나는 버틸 수 있다'는 의견에 '넌 절대 그럴 수 없어,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라서 안 돼'라며 태클을 거는 사람,

'그래도 식사나 간식 같은 것만 잘 제공되면 지금 사는 것보다 더 나을 것 같다'라며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는 사람,

수많은 사람, 사람, 사람ㅡ. 저마다의 가치관, 사고방식, 그리고 합의점.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어떠신가요?

지금 그 방 안에서, 어떤 조건에 따라, 언제까지 '버틸' 수 있으신가요?

 

상상은 자유입니다. 

월급을 받으며 할 수도 있고, 인터넷이나 위성방송, 균형 잡힌 식사, 헬스기구, 정말 외로움을 깊이 타는 분들을 위해

귀여운 강아지 한 마리가 허락될 수도 있죠, 원하신다면 한 달이 아니라 백 년 버티기도 가능합니다.

 

상상은 자유니까요,

발칙한 상상만으로는 책임이 따르진 않으니까요.

" 좁은 방 안, 창문도 없고, 밥도 형편없고, 인터넷도 안 되는데ㅡ... 여기서 산다고? 안 돼... 안 돼! 난 그렇게 못 살아, 뿅! "

 

축하합니다.

안락한 현실로 돌아오셨습니다.

당장 문만 열고 나가면 편의점도 있고, PC방도 있고, 보기 싫은 놈들도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은 멀쩡히 잘 돌아가고 있네요.

 

여기서 잠깐 정리.

아무리 그럴싸한 조건을 제시하고 나 자신과 합의해본들, 실제 그렇게 살아볼 일은 없겠죠.

당장 다가오는 시험이 급하고, 취업도 해야하고, 연애도 해야하고, 말 그대로 '사회' 속에 살아가야 하는 우리가

그렇게 단절된 채로 방 안에 오래 박혀있을 시간도 없을 뿐더러 정말 성공했을 때 보수를 줄 만한 누군가도 없는걸요.

 

그래서 보통은 적당한 순간에 게시글이 묻히고, 사람들은 자러가고, 며칠 지나고 나면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조차도 까먹은 채

다들 살다가, 또 누군가 '야! 방 안에서 혼자 언제까지 버틸 수 있냐? 대신 이런 조건이라면 말야!' 라며 떡밥을 투척하죠.

 

저도 참신한 조건을 던지며 여러분들의 답변을 유도해볼까요?

 

창문이 있다 없다, 월급은 삼백? 아니면 오백? 밥은 양식? 중식? 아니면 배달 앱을 사용하는 건 어때요.

이런 질문이 엄청 식상한가 보네요, 심드렁해하는 여러분들의 표정이 느껴집니다.

 

본론으로 들어가는 과정이 길었습니다만,

오늘 저는 그런 'IF' 류의 질문을 던지려고 이 글을 쓴 건 아닙니다.

전 그 '실험'의 '결과'에 대해 제가 본 것을 말씀드리기 위해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십 년 전의 일입니다.

 

'그 곳'은 인터넷은 커녕, TV도 실시간으로 나오지 않는 먼 바다였습니다.

당연히 핸드폰은 먹통이라 전화도 문자도 되지 않았습니다.

망망대해 위를 떠다니는 '그 곳'은 다름 아닌  '배'였습니다.

 

먼 바다를 항해하는 배였으니 작은 통통배와는 차원을 달리 하는 거대한 배였죠.

서른 명 남짓한 승조원들이 타고 있는 그 배는 지구 반대편을 향해 항해할 예정이었고,

중국에서 출항하기에 앞서 새로 승선한 선원들 가운데 저도 있었습니다.

 

저와 함께 승선한 모 선원은 출항한지 몇 일 되지 않아 선장과 크게 싸우고는

중간에 보급을 받기 위해 입항한 동남아시아 모 항구에서 배를 떠나버렸습니다.

그리고, 급히 수배된 'S'라는 선원이 그를 대신하여 승선했습니다.

 

'S'는 처음으로 뱃일을 하러온 사람답게 기대감 넘치는 모습이었습니다.

주방에서 일하게 된 그는 호텔조리학과 출신이라는 타이틀답게

조리장을 도와 맛있는 밥을 선원들에게 매끼 제공했습니다.

 

헌데 동남아시아의 따가운 소나기가 드물어질 즈음,

'S'의 모습은 처음과 같지 않았습니다.

그가 꿈꾸던 항해가 아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배라는 좁고 폐쇄된 공간 안에서 군대보다 더 한 위계질서,

좌우로, 앞뒤로 흔들리는 쇳덩이에 몸을 실은 채 가족과의 연락도 끊긴 채로,

철지난 비디오를 돌려보며, 하염없이 가도 또 가도 바다 밖에 보이지 않는 생활,

그 안에서 마치 하인 대하듯이 자신을 대하는 소위 '꼰대' 같은 간부들.

 

그러나 뱃머리는 이미 대양에 들어섰습니다.

우리가 탄 배는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지구 반대편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최소한 한 달간은 육지를 밟지 못 할 터였습니다.

몇주안에 지구 반대편에 도착한들 항구에 입항하려면 당국의 허가가 있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전임자가 그랬듯이 'S'도 선장과 크게 싸웠습니다.

그럴듯한 합의가 날 리 없었습니다, 배에는 근로감독관도 없고 변호사도 없습니다,

갑판 위에서 선장은 곧 국왕이었습니다.

 

'S'는 자신이 받는 대우를 참을 수 없었던지 그에 지지않고 파업을 선언했습니다.

선장은 마음대로 하라며 대신 근로하지 않은 기간만큼 본사에 보고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S'는 그 이후부터 출근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곳은 망망대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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