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아버지의 등을 밀며

름이방터렛채굴맨
2023-05-08 16:27:19 180 0 0

b6c440c1240d08122d21fc37af9a0615.jpg

아버지는 단 한 번도 아들을 데리고 목욕탕엘 가지 않았다
여덟 살 무렵까지 나는 할 수 없이
누이들과 함께 어머니 손을 잡고 여탕엘 들어가야 했다
누가 물으면 어머니가 미리 일러준 대로
다섯 살이라고 거짓말을 하곤 했는데
언젠가 한 번은 입 속에 준비해둔 다섯 살 대신
일곱 살이 튀어나와 곤욕을 치르기도 하였다
나이보다 실하게 여물었구나, 누가 고추를 만지기라도 하면
어쩔 줄 모르고 물속으로 텀벙 뛰어들던 목욕탕
어머니를 따라갈 수 없으리만치 커버린 뒤론
함께 와서 서로 등을 밀어주는 부자들을
은근히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곤 하였다
그때마다 혼자서 원망했고, 좀 더 철이 들어서는
돈이 무서워서 목욕탕도 가지 않는 걸 거라고
아무렇게나 함부로 비난했던 아버지
등짝에 살이 시커멓게 죽은 지게자국을 본 건
당신이 쓰러지고 난 뒤의 일이다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까지 실려온 뒤의 일이다
그렇게 밀어 드리고 싶었지만, 부끄러워서 차마
자식에게도 보여줄 수 없었던 등
해 지면 달 지고, 달 지면 해를 지고 걸어온 길 끝
적막하디 적막한 등짝에 낙인처럼 찍혀 지워지지 않는 지게자국
아버지는 병원 욕실에 업혀 들어와서야 비로소
자식의 소원 하나를 들어주신 것이었다

-손택수의 시, <아버지의 등을 밀며>

나를 위해 바쳤던 당신의 등, 이제는 나에게 기대어주세요.
아버지, 어머니,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후원댓글 0
댓글 0개  
이전 댓글 더 보기
TWIP 잔액: 확인중
▲윗글 프사 추천 드립니다 홀로섬에
0
01-20
»
아버지의 등을 밀며
름이방터렛채굴맨
05-08
0
02-10
0
뱅뮌헨
준수하다
02-01
0
02-01
0
02-01
0
무난한 뮌헨
홀맨기환
02-01
0
새로운 슛 패턴
수박귤오렌지딸기
01-30
0
01-28
0
훈코 티어정리
멋있는사나이
01-28
0
레알 시너지 맛도리
멋있는사나이
01-27
0
01-27
0
7천억 레알 최종
아이우에오
01-27
0
6천900억 레알
오이오이
01-27
0
01-27
인기글 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