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도 없이 조용히 문이 열린다.
"네 오늘도 저희 렌탈 세탁업소를 주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활기차게 웃으며 열린문을 향해 이야기를 건넨다.
문뒤에서 발로 슥하고 내밀어지는 상자에 가득 담긴 여성용 속옷과 양말, 그리고 눈이 부신 옷들.
직업이 뭔지 대충 예상은 간다. 하지만 말로표현하지 않는게 이 바닥의 암묵적인 룰이다
"예 그럼 세탁 끝나는 대로 바로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열릴 때와 마찬가지로 조용히 닫히는 문을 바라보다 발밑에 있는 상자를 조용히 덮어 내용물을 가린채로 오피스텔을 떠난다.
"그래서 이번엔 몇벌쯤 되냐?"
"글쎄요"
"이리줘봐"
하나둘 셋넷... 세탁소 주인의 목소리가 잔잔히 울려퍼진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서글픔과 회한 그리고 기쁨과 짜릿함이 등골을 스쳐 지나간다.
항상 주인의 저 속옷을 세는 소리에 나는 그런 느낌들을 느낀다.
그러면서 스쳐가는 그녀의 얼핏 보이는 반쪽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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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은 최고의 산물이라고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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