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잡담 퍼옴) 록의 바로크를 완성시킨 전설적인 락벤드

후시구로_메구미
2019-03-16 16:31:20 328 5 2

가수와 기타리스트가 황량한 곳에서 길 잃은 방랑자처럼 서로를 향해 외치는 록의 바로크를 완성시킨 주인공은 1970년대 하드록계의 거물 레드 제플린이다.

 밥 딜런과 비틀스는 지식인들의 찬탄을 받았지만, 레드 제플린은 록, 포크, 델타 블루스, 인도음악을 비롯한 비서양음악, 심지어 클래식 전통에서도 일부를 가져와 음악사를 야심만만하게 공략했다. 


"Babe, I'm gonna leave you"와 "Stairway to Heaven"은 꼼꼼한 세미클래식 기타 핑거링과 정교하게 짜인 하강하는 반음계 선율로 날아오른다. 

"Your Time is Gonna Come"과 "Since I've Been Loving You"에서는 출렁거리는 바흐 풍의 오르간 연주가 교회의 느낌을 자아낸다. 레드 제플린의 가장 장중한 몇몇 곡은 노련하게 반복되는 베이스라인에 기초하고 있는데, 반음계 상행 리프가 이끄는 카슈미르Kashmir가 대표적인 예다.

레드 제플린의 초창기 대작 Dazed and Confused는 날렵한 핑거링으로 악마를 살짝 연상시키는 기타리스트 지미 페이지가 야드버즈 시절부터 연주했던 가슴 아픈 사랑 노래다. 페이지는 작품의 많은 요소를 뉴욕의 싱어송라이터 제이크 홈스로부터 빌려왔다. 1967년에 홈스가 발표한 제이크 홈스의 '디 어버브 그라운드 사운드'라는 앨범에 똑같은 제목의 노래가 있다. 연속적으로 반음씩 하강하는 선율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노래인데, 릭 랜들이라고 하는 떠돌이 베이스기타 연주자의 솜씨다. 훗날 홈스는 그가 "완전히 약에 취했고 정신이 돌았다"고 말했고, 마지막으로 보도되기를 유타 주에서 마녀와 함께 살았다고 한다.

1969년 레드 제플린의 데뷔 앨범에 실린 Dazed and confused에서 존 폴 존스는 베이스라인을 음산하게 오르간처럼 연주해서 델타 블루스 리프에 불후의 명성을 안겼다. 밴드가 1970년대 초에 스타디움을 돌며 공연했던 음반을 들어보면 같은 노래가 거의 30분간 길게 이어지는데, 여기서 베이스 선율은 호화로운 변신을 한다. 때로는 지미 페이지가 활로 켜는 기타에서 아른거리고, 때로는 로버트 플랜트가 고음으로 내지르는 가성에서 날카롭게 울어댄다. 한참 동안 베이스가 소리를 멈춘 가운데 가수와 기타리스트가 황량한 곳에서 길 잃은 방랑자처럼 서로를 향해 외쳐댄다. 마침내 클라이맥스에서 반음계 리프는 기타와 베이스로 나란히 함께 울려 음악적 공간을 뒤흔든다.

16세기 말에 차코나가 처음 유행했을 때 그것은 사회질서의 전복, 육체의 해방을 약속했다. 똑같은 무법자정신이 현대의 록과 팝 음악에도 생기를 불어넣는다. 반복적으로 소용돌이치는 베이스라인은 춤추는 팬들에게 잠시나마 판에 박힌 직선적인 일상을 잊게 해준다. 프레스코발디와 바흐는 춤곡을 엄격하고 내성적인 형식으로 다시 다듬어 애가로 만들었다. 이를 통해 이들은 다른 종류의 자유, 즉 개인이 스스로를 대중과 다른 존재로 만들 수 있는 자유를 나타냈다. 


Dazed and Confused도 따지고 보면 비슷한 자기 탐구를 암시한다. 거칠게 몰아치는 록의 활력은 여기서 약에 취해 흐느적거리는 변주로 바뀐다. 본질적으로는 거대하고 자신만만한 록의 성가지만, 바흐의 샤콘에 춤곡의 느낌이 남아 있듯이 록의 경기장에도 애가의 분위기가 아른거린다. 무엇보다 이 곡은 똑같은 심층적인 음악 구조가 수백 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어떻게 생명력을 계속 이어가는지 보여준다. 타임머신이 16세기 말 스페인의 음악가들과 바흐가 이끌던 콘티누오 섹션, 1940년대 듀크 엘링턴 밴드에서 연주하던 음악가들을 모두 불러온다면, 그리고 존폴존스가 옆에서 Dazed and Confused의 베이스라인을 연주하기 시작하면 처음에는 혼란스럽겠지만 몇 분 지나지 않아 모두들 공통의 지점을 찾게 될 것이다. 차코나의 춤은 바다보다 더 광대하다.


알렉스 로스 - <리슨 투 디스> 中에서

후원댓글 2
댓글 2개  
이전 댓글 더 보기
TWIP 잔액: 확인중
▲윗글 Black Sabbath - Heaven And Hell 후시구로_메구미
▼아랫글 The kinks-waterloo sunset 물대신몬스터마시는사람
추천잡담공지
1
추천
Black Sabbath - Heaven And Hell
후시구로_메구미
03-16
0
추천
The kinks-waterloo sunset
물대신몬스터마시는사람
03-16
0
추천
The Who - I cant' Explain
후시구로_메구미
03-16
0
추천
Radiohead - Burn The Witch
후시구로_메구미
03-16
2
추천
Led Zeppelin - Good times Bad times [2]
후시구로_메구미
03-16
2
잡담
락장르 구분지도 [1]
후시구로_메구미
03-16
0
추천
Twenty One Pilots - ride [1]
후시구로_메구미
03-16
3
03-16
1
추천
너도? U2
물대신몬스터마시는사람
03-16
4
추천
Aerosmith- Dream on [1]
물대신몬스터마시는사람
03-16
0
03-16
1
추천
안자면 이거 보셈
만야곰
03-16
1
03-16
3
잡담
와 락게더ㄷㄷ
핑키센세
03-15
1
03-15
0
03-15
1
추천
와 락게더 ㄷㄷ
물대신몬스터마시는사람
03-15
1
03-15
1
추천
일렉트로니카임
RocKat_7
03-15
1
추천
Dragon Ash - Fantasista [1]
Earthguest
03-15
0
추천곡
karu0915
03-15
2
03-14
인기글 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