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리뷰 너의 이름은 간단 리뷰

Global Moderator hanarim
2019-07-28 14:48:58 418 1 0

내가 대학교 1학년때 이 영화가 개봉했을거다. 영화관을 휩쓸며 하나의 현상이 되어버린 작품을 놓칠수는 없어서 챙겨봤었고, 보고 나서 나의 감상은 '그저 그런 작품'이었다. 영화 공부를 하고 있다는 쓸데 없는 자존심 때문이었을지 단점을 더 부각해서 기억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씩 이 작품이 떠오른다. 왜일까 곰곰히 생각해보다가 결국 CGV에서 해주던 신카이 마코토 감독전 때 아이맥스로 두번이나 더 봤었다. 그 때도 뚜렷한 해답은 얻지 못했고, 뒤끝있게 끝나던 영화의 엔딩처럼 텁텁함만 남긴채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방금 한 번 더 봤다. 그때보단 더 많은 일을 겪은 때였고 지금은 나름대로의 해답을 얻었다. 자존심은 좀 걷어내 보고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이 작품 속 세계에는 큰 법칙이 존재한다. 그 세계의 구성원들은 평소에는 그걸 느끼지 못하지만, 도시 외곽으로 가면 밤하늘에 그제서야 고개를 내미는 별자리들 처럼, 애타게 필요할 때 그 사람에게 은혜를 베푸는 세계의 대전제가 있다. 바로 운명이다. 운명과 필연, 간절함은 우리가 밟고 우뚝 서있는 땅처럼 단단하고 짙게,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이 깔려있다. 너의 이름은 속의 세계에는 운명이 존재하고,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면 필연의 형태로 두 사람을 이어준다. 질투날 정도로 속 편하고 아름다운 법칙이다. 근데, 분명히 매우 로맨틱한 장치이긴 한데, 문제는 이 전제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작품 전체가 똥으로 느껴진다.

실제 우리가 사는 세상과는 다르게 운명이라는 거대한 손이 너의 이름은 속의 세상을 직조하고 있다. 그런데 그 운명이 너무 판타지적이어서 받아들이기 힘들다는게 이 작품의 가장 치명적 약점이다. "저게 말이 돼?"하는 일들이 많이 벌어진다. 그런 운명의 손길은 매우 사소한 것들 까지 뻗치는데 그게 작품의 개연성을 크게 훼손시킨다.

트집 잡자면 끝도 없이 많다. 그토록 완고하던 아버지를 대체 어떻게 설득한 것인지. 미츠하는 그 사고 전날 왜 타키를 보러 간 것인지. 꿈인지 생시인지도 모를 남자아이 때문에 변전소를 폭파하고 주민센터 방송 주파수를 하이재킹하는 테러에 가까운 짓을 저지르는 것과, 디지털 문명에서 살면서 3년이라는 시간의 간극을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점은 앞서 말한 단점에 비하면 오히려 사소해질 지경이다.

이 모든 문제를 너의 이름은은 "그것도 무스비"라며 어물쩡 해결한다. 글쎄, 난 변명이라고 본다. 속 편한 소리지. 결국 너의 이름은은 대의를 위해 (감독 본인이 느끼기에) 사소한 것들을 많이 희생한 결과물이다. 너의 이름은 속 세계에 뛰어들어 본다면 가슴 벅찬 세기의 로맨스지만, 한 걸음 물러서 보면 웃기는 짬뽕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나는 너의 이름은을 그다지 평가절하 하고싶은 마음은 없다. 사람들의 마음이 너의 이름은의 감성과 공명한 것은 분명 너의 이름은이 말하고자 했던 그 간절함이 사실은 누구나 마음 한 켠에 가지고 있는 그것이기 때문이리라. 영화가 좀 판타지적이면 어떤가. 완성도는 떨어질지언정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였다면 충분히 가치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멋진 비주얼을 만들어낸 것도 이 작품의 마법중 하나다. 다소 중대한 스토리상의 결함을 잊게 해주는 압도적인 비주얼은, 우리가 숨막히게 아름다운 풍경을 볼 때 잠시나마 근심 걱정을 내려놓을 수 있는 자가 치료 요법과 원리가 비슷할거다.

나는 이 영화에 7점을 주고 싶다. 여전히 용서할 수 없는 단점들이 지뢰처럼 이곳 저곳에 산재해 있어서 몰입 좀 하자면 터져버리니까. 하지만 내 마음 한켠에 있는 가녀린 감성은 그 옆에 소심하게 못생긴 별을 두 개 정도 더 그리고 있다. 그렇다고 9점이 되는건 아니지만, 가끔씩 너의 이름은 같은 속 편한 소리가 필요할 때 9점이 되겠지.


7/10

후원댓글 0
댓글 0개  
이전 댓글 더 보기
TWIP 잔액: 확인중
▲윗글 영화 추천해주세요 롤이좋은박종우
공지잡담영화 추천영화 정보리뷰자랑하기토론하기
1
10-15
4
리뷰
조커(2019) 개인적 후기(강스포) [2]
반쪽짜리작은별
10-06
1
잡담
반골의 성서가 될 조커를 보고 와슴다
깨끗한겨드랑이하꿈네라프
10-03
0
10-03
2
10-02
0
잡담
짧은 조커 후기 [2]
44777
10-02
2
리뷰
오랜만에 타짜1 다시 봤는데 [1]
뉴턴을부정해
10-02
0
잡담
노스포)타짜3 후기 [4]
ㅇㅇ
09-10
0
08-29
1
08-29
1
08-29
33
잡담
조커 파이널 트레일러 [12]
잘보배
08-29
1
08-11
1
08-07
1
영화 추천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현실적인 전쟁?영화 3개 [1]
방율무유튜브구독
08-04
1
잡담
영화 추천해주세요 [2]
롤이좋은박종우
08-03
»
07-28
인기글 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