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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추천 papi & WEST - p3

푸린과천민
2021-09-23 23:01:22 359 0 1

우선 이 음반은 9월 7일에 p1p2 동시발매 후 일주일 만에 발표한 신보고, 장르는 붐뱁입니다. p1에서 처럼 파피님이 랩을, 웨스트님이 비트를 맡은 1MC 1PD 음반입니다. 저는 다른 분들과 같이 감상문을 적는 조건으로 이 음반을 먼저 들을 기회를 받았는데, 정작 글은 정식발매 후에 올리게 됐네요. 파피님은 지금은 p4 발매일정을 조율 중이고, 그 외에도 크루 단체음반, 권기백님과 합작 음반 등이 완성 됐다는 것 같습니다. p4도 p3 처럼 리뷰하길 원하는 분들 대상으로 선공개를 진행 중이고, 마음 같아선 이번 이벤트도 지원하고 싶지만, 약속한 리뷰도 이렇게 늦었는데 또 신청하는 건 양심에 어긋나는 것 같아 고민 중입니다.

아무튼, [깨지는 영웅담 들을 감수해 이젠 우리 시대니]라는 가사와 함께 p3가 시작됩니다. 저 같은 사람이 저런 구절을 뱉는다면 본인 생각엔 뭔가 최대한 강렬하게 들릴 것 같은 발성으로 작위적인 패기를 연출했을 것 같은데, 이렇게 여유로운 랩을 하니 오히려 음색의 풍부함이 잘 드러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 외에도, [Forever ever p stay in ma blue? / I'm? Your bro?] 이 부분에선 blue를 미세한 엇박에 배치하면서 플로우 구성에 변화를 준다던지, 스펙트럼이란 단어로 시작되는 구간에선 짧은 공백을 기점으로 2~3음절 챠퍼스타일과 1음절 휴스턴스타일을 번갈아 선보이는, 국내에선 키드밀리님의 Hard Touch Freestyle을 통해 대중화된 플로우를 다양하게 변주하는 등, 짧지만 뜯어듣는 재미가 있는 랩 같았어요. 랩이 끝나고 비트가 변주되면서 끝나는데, 웨스트님의 존재감이 짧지만 명료하게 드러나는 구간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웨스트님은 1집에선 드릴과 트랩, 클라우드랩 등을 주로 구사했는데, 소리를 활용해서 몽환적인 긴장감을 표현할 줄 아는 프로듀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엔 붐뱁을 선보인 만큼 단순하지만 강렬한 드럼라인이 주를 이루고, 그래서 특유의 사운드에 더 집중할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글 만 읽어보면 섞일 수 없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몽환적인 연주 속에 다채로운 연출이 드럼과 조화를 이루는 등, 서로의 감상을 해치기보단 비트에 대한 감상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 것 같았어요. 사람 마다 감상은 다르겠지만 말이죠. 아무튼 하나 잘 하는 사람들은 다른 것도 다 잘하는구나 싶었습니다.

아까 스펙트럼으로 시작하는 부분 언급할 때 지나가듯이 한 얘기지만, 파피님도 그런 다양한 면모를 잘 보여주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플로우를 구성하는 요소 중 끊어치는 챠퍼스타일 같은 경우, 트랩 특유의 하이햇 연타와 비슷한 타격감을 형성한다는 점이 주목을 받았죠. 파피님은 그 플로우의 얼개를 가져오되, 챠퍼스타일 다음 이어지는 공백과 길게 뱉는 1음절을 드럼에 어우러지도록 배치, 더욱 풍성한 타격감을 연출합니다. 트랩을 토양 삼아 발전해온 플로우를 붐뱁에 이식한 셈이죠. 그 외에도 부드럽게 흘러가는 특유의 엇박이나, 발음의 선명도를 낮춰 억양이나 강세를 강조하는 멈블랩의 방법론을 접목하는 등, 파피님 또한 붐뱁 하면 떠올릴 수 있는 경계 바깥에 있는 요소들을 녹여내고, 이는 자연스럽게 음반의 전체적인 방향성으로 화합니다. 어쩌면 붐뱁과 트랩이라는 서브장르의 퓨전이라 할 수 도, 이 시도에 따른 이질감을 어떻게 받아드리느냐에 따라 음반에 대한 감상도 달라지지 않을까도 싶네요.

엇박 관련해서 언제 한 번, 파피님은 래퍼의 의도가 느껴지지 않는 무의식적으로 형성된 듯한 엇박을 좋아한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가사를 먼저 완성하고, 플로우는 녹음할 때 즉흥적으로 구상한다고 하더라고요. 이번 음반에서도 그런 즉흥성에서 비롯된 엇박을 캐치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고, 앞서 얘기한 blue라던지, Classy P에서 [너가 약 먹고도 못 할걸 / 안 먹고도 하는데 내가 너랑 놀겠어 뭐하러], Dying Breed에서 [삼각형이나 가격표] 등등, 확연히 강조된 엇박을 유려하게 갈무리하는 묘기도 감탄하며 들었습니다. 버벌진트님이 개꼬장에서 선보인 박자감이 연상됐어요. Heineken 곡 전체에서 이런 연출이 가장 선명하게 느껴졌는데, 그러면서도 다양한 플로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사운드나 랩 면에서 충분한 통일성을 확보한 만큼, 음반 단위의 서사를 구성하려는 의도는 없는 것 같습니다. 사실 p1이나 p2에도 눈에 띄는 서사는 딱히 없었지만요. 하지만 그 와중에도 인간관계의 악순환이라던 지, 주변 사람들의 변절, 가족의 반대 등 본인의 주변 상황이 간헐적으로 조명되죠. 특히 가족의 반대는 3곡에서 언급되는데, 몽환적이면서도 격정적인 Wests Night을 지나고 Homie (Be Ya Side)에선 좀 더 구체적인 서술이 이뤄집니다. 이후 Thank You에선 변하지 않은 인간관계에 대한 감사, Dying Breed에선 시를 남기는 식으로 마무리를 하는데, 영웅담에서의 패기어린 자신감이 다양한 인간관계를 거치며 현실적인 사색으로 변화하는 과정 처럼 느껴졌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모랩에도 그 특유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한 장르적인 스킬이 있다 생각하는데, 마지막 세 곡을 들으면서 그 스킬을 붐뱁에 입히면 이런 느낌이 나는구나 싶었습니다. 국내에도 붐뱁을 무대 삼아 이모랩을 선보이는 분들이 꽤 있고, 지금은 그 중에서도 개미친구님이나 마계촌이란 크루가 생각나는데, 그 분들하곤 또다른 감성을 담아낸 것 같았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처음 들었을 때 정말 감명깊게 들었고, 느낀대로 만 적으면 좋은 글이 나올 줄 알았는데, 들으면서 느낀 점의 반도 제대로 못 적은 것 같네요. 다른 분들이 좋게 읽어줄 법한 글을 쓰는 건 어려운 일 같습니다.제 글이 오히려 감상을 해치지 않을 지, 글 때문에 오히려 음악이 듣기 싫어지는 분이 있진 않을 지 부담도 되지만, 서로의 감상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파피님과 웨스트님의 p3를 추천합니다. 부디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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