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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장문주의] 디지몬 어드벤처가 어린시절 최고의 만화라고 생각하는 이유

쫀득_인절미
2019-04-08 21:27:04 7728 74 19

(사진과 움짤, 영상이 다수 포함된 글이라서 한번에 다 안 뜰수도 있으니 잘 안뜨시는 분들은 새로고침을 해주시길 바랍니다.)


개인적으로 어린시절에 봤던 수많은 만화 시리즈 중에서도,

저는 디지몬 어드벤처가 최고의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인상 깊게 봤고, 가장 큰 추억이 된 만화였습니다.

조금 크고 나서, 왜 디지몬 어드벤처에 우리가 그렇게 열광했을까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실제로도 만화 황금기 시대를 살았던  90년대 초중반생들에게 그 많고 많은 역작들 중에서도

역대급 명작이라고 평가받으며  실제로도 그렇게 느꼈던 이유가 뭘까.

크게 2가지로, 조금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았습니다.


1. 평면성+입체성을 모두 지닌 캐릭터


만화나 영화, 드라마, 심지어 예능에서까지 '캐릭터성'은 흥행을 좌우할 정도로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훌륭한 캐릭터성을 부여하는데는 크게 2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평면적인 캐릭터들로 꾸준한 전형성을 부여하는 것과,

입체적인 캐릭터들로 작중에 캐릭터의 성격이 변화해나가는걸 부여하는 겁니다.


대표적으로 평면적 캐릭터들이 존재하는 만화가 원피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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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로의 길치 속성은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유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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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솝의 허풍이나 상디의 여자사랑도 이미 캐릭터의 정체성 그 자체가 되어버렸다.


이렇게 캐릭터의 전형성을 부여하면 각 캐릭터들의 성격이 명확해지면서,

각 캐릭터들간의 상호작용이 어떻게 일어날지 예상이되면서도 기대감을 품게 합니다.

예능이나 드라마나 만화나, 캐릭터성이 또렷하지 못한 캐릭터들은 그냥 묻히게 되고 사장당하게 되죠.

수십 수백번 반복해서 캐릭터의 고유한 정체성을 명확하게 만들어줌으로써 독자, 청중들에게 각인시키게 됩니다.

물론 원피스 내에도 성숙해지는 캐릭터들의 면면이 보이긴 합니다만,

대부분 아 이 캐릭터는 무조건 이렇다!라는 공식이 정해져 있는 느낌이 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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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인 예능에서도 이러한 캐릭터들의 설정과 유지가 중요하죠.

일종의 컨셉을 잡는다라는 개념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입체적인 캐릭터성을 강조하고 있는 만화는 나루토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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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에 세상에 대한 증오 뿐이었던 가아라는 세상을 지키는 수호자가 된다.


네지나 가아라, 종래에는 오비토와 사스케까지, 수많은 캐릭터들이 나루토에 의해 성격이 격하게 변화하고

다양한 감정들을 보여주는 장면들이 나옵니다.

물론 이 캐릭터들도 고유의 성격이나 특성을 유지하는 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확실히 스토리가 진행됨에 있어서 성격이 다채롭게 변화해나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대표적인 사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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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볼Z의 잔혹하기만 했던 베지터는 최후에 희생이란걸 알게 되고, 자존심과 긍지보다도 라이벌에 대한 인정을 하게 됩니다.(물론 원작 기준)

이렇게 변화해나가는 캐릭터의 성격은 작품을 더 풍부하고 깊게 만들어주며,

어떻게 스토리가 이어질지 예측을 더 힘들게 만들어줍니다.

캐릭터의 성격이 고정되어있지 않기에 초기에 팬들에게 캐릭터 자체가 각인되기는 쉽지 않지만,

한번 각인된 성격이 극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많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줍니다.

물론 잘못 건들였다간 '왜 이 캐릭이 갑자기 이딴 성격이 됨?(대표적으로 육공이나 육다 시절 루피)'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어서 조심스럽게, 납득이 되게끔 변화를 줘야하죠.

그렇다면 디지몬 어드벤처의 캐릭터들은 어떨까요?


아시겠지만 디지몬 어드벤처 캐릭터들은 각기 상징하는 고유의 문장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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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은 각 선택받은 아이들의 고유한 성격을 상징합니다.

가장 용기가 있던 태일이와 가장 순수했던 미나, 성실했던 석이 형 등..

디지몬이 정말 대단했다고 느껴졌던 이유 중 하나는 이 성격 유형을 문장 시스템이 등장하기 한참 전부터

확고하게 정해놨다는 점입니다.

지금보면 첫번째 편만 봐도 선택받은 아이들의 성격을 다 알 수 있게 됩니다.

꼴랑 망원경 하나 들고 캠프에 참여한 태일이부터,

우유부단하지만 주어진 상황을 최대한 안전하게 만들어보려고 애쓰는 정석,

의외로 침착하면서 상황을 논리적으로 분석해보는 한솔이 등.

단 1편만에 적지 않은 7명의 주연 캐릭터들의 성격을 각인시키는데 성공합니다.

그리고 이후 어드벤처가 완결되는 54화 시점까지도,  문장의 의미하는 아이들의 고유성격은 변하질 않습니다.

최종화에서 문장을 잃어버린 아이들은, 사실 문장은 아이템으로써 존재하는게 아니고,

선택받은 아이들의 마음이 형상화 된 것이라는걸 깨닫고,

본인들의 정체성을 다시한번 되돌아보며 결전에 임합니다.

54편에 이르는 장대한 스토리라인에서 꾸준하게 성격을 유지하고, 강화하고, 반복적으로 노출시켜줌으로써

최후의 결전에서 아이들의 문장, 즉 본인들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힘을 내는 장면이 어색하지 않게 느껴집니다.

이런 문장 시스템은 추후 디지몬 시리즈에도 파워디지몬을 제외하고는 거의 등장한바가 없고,

어드벤처가 얼마나 잘 설계한 설정인지가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캐릭터성은 스토리 전개의 개연성도 부여해줍니다.

여기서 얘가 왜 이렇게 행동할까?

여기서 이 캐릭터가 왜 이렇게 반응할까?

이런 의문들이 전부 납득이 되게 되는거죠.

융통성이 없는 정석에게는 태일의 자유분방함이 꺼려졌을 것이고,

친화력이 좋은 태일을 잘 따르는 리키를 바라보며 인간관계가 좋지 않았던 매튜는 답답을 느꼈을 것입니다.

어린 나이에도 충분히 이해가 가는 설정이었죠.

20편도 안되는 애니에서조차도 캐릭터들의 성격이 왔다리갔다리하는 모습이 많은

요즘 만화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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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등장하는 만화도 이런 캐릭터의 성격 붕괴를 쉽사리 피해가지 못한다.


거기다가 8명의 캐릭터가 각자 다른 문장(성격)을 지니고 있었기에,

캐릭터성의 다채로움 또한 증가합니다.

이는 만화 내에서 등장할 수 있는 케미또한 증가하게 된다는 것인데,

단적으로 주연이  단 2명, A와 B만 존재재하는 만화는 등장할 수 있는 케미의 경우가  A-B 1가지 밖에 없습니다.

A,B,C 3명이 등장하는 만화는 AB AC BC ABC로 총 4가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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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장하는 주연의 수가 많아질수록 만화가 보여줄수 있는 케미의 수가 급증한다.

이런식으로 했을때 주연이 8명인 디지몬 어드벤처의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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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수도 없이 많아집니다.

디지몬은 이런 케미를 살리기에 최적화 되어있는 만화였죠.

끊임 없이 등장하는 다양한 케미에 시청자들이 질리지 않고 볼 수 있는 만화였던 겁니다.

실제로 초반부 7인이 전부 함께 활동하다가 데빌몬에게 습격을당해 2인 1조(리키는 혼자)로 흩어지게 됩니다.

이때 못보던 케미를 볼 수 있었고,

태일이가 에테몬과의 결전 이후 현실세계를 다녀온 사이 나머지 6인의 선택받은 아이들은 뿔뿔히 흩어지며

다시 그전까지 접점이 많이 없던 아이들끼리 뭉치게 되죠.

근데 이런 케미가 억지로 쥐어짜낸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연출한 것이 대단합니다.


더욱 놀라운건 이렇게 등장 주연이 많아지면 누군가는 존재감이 옅어지고, 공기화되는 만화가 굉장히 많은데,

디지몬은 선택받은 아이들 8명 + 파트너 디지몬 8마리를 전부 품고도 모두의 존재감을 살렸던 만화입니다.

고유한 캐릭터 성격으로 등장인물 하나하나의 임팩트를 남겨주고, 적당한 역할분배를 나누며 진행됩니다.

묘티스몬 편에서 누구는 라디오 타워에 잠입, 누구는 한강 다리를 사수하고, 누구는 납치된 부모쪽에서 활약,

이런 식으로 골고루 역할을 갖게 되죠.

추가로 매 에피소드마다 중심이 되는 캐릭터가 지속적으로 교체되면서 모든 캐릭터들을 끝까지 끌고 갈 원동력까지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디지몬 어드벤처는 이렇게 단순히 성격이 평면적으로 고정되기만 했던 만화도 아니었습니다.

디지몬 어드벤처의 주제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환경파괴와 관련된 얘기도 나올 정도로 범위가 넓죠.

하지만 디지몬 어드벤처를 관통하는 단어를 하나 꼽으라면 전 '진화'를 뽑고 싶습니다.

최종 빌런이었던 아포카리몬도 '비진화'의 의지가 모인 디지몬이었고,

모든 아이들이 설렜던 장면도 진화 장면이었으며, 기존까지의 변신물 이상의 임팩트가 있었던 설정이기도 했죠.

그런데 전 이렇게 생각합니다.

물리적으로 진화하는 건 디지몬들이지만,

정신적으로 진화하는 건 바로 선택받은 아이들이라고.

디지몬들의 진화는 전제조건으로 파트너 아이들의 정신적인 진화, 즉 성숙이 요구됩니다.


성장기에서 성숙기로 진화하는 단계에서는 아이들의 위기와 그것을 극복하고자 하는 마음정도가 진화 키워드였습니다.

처음온 낯선 세계에서 목숨조차 위협받는 위기에 굴하지 않으려는 의지.

이건 모든 아이들에게 해당하는 공통적인 정신적 성숙 과정이었습니다.

성숙기까지는 문장, 즉 아이들의 고유한 정체성이 요구되지 않았기에, 공통적인 결의만으로 진화가 가능했죠.

하지만 완전체 단계부터는 문장의 힘이 요구되었고,

각자 본인들의 성격에 결여되어 있는 컴플렉스, 트라우마를 해결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발전해나가지 못하는 장면들이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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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캐릭터들은 일종의 컴플레스나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태일이는 만용에 가까운 무모함이 스컬그레이몬을 탄생시켰습니다. 여동생에게 심하게 대했던 과거를 제대로 마주보지 못하는 결여된 용기 역시 가슴 속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소라를 지키기 위한 진정한 용기를 냈을때 메탈 그레이몬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매튜는 이혼 가정의 장남으로 인간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리키와 친하게 지내는 태일을 질투하기도 했고, 워가루몬의 등장 편에서는 정석과의 마찰도 보여줍니다.

소라 역시 여성성을 강요하는 어머니와의 마찰이 드러납니다. 엄마의 애정을 왜곡해서 해석하고, 본인이 피요몬에게 똑같이 행동하던걸 꺠달은 후에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닫게 됩니다.

입양 자식이란걸 깨달은 후 지식에 사로잡혀 모든걸 논리적으로만 해석하려고 하는 한솔도,

반대로 풍부한 감성만이 앞서서  논리성이 결핍된 미나도, 

성실이란 이름의 고지식함에 갇혀 융통성이 사라진 정석도,

각자의 에피소드에서 진정한 의미의 지식, 순수, 성실을 깨닫습니다.

각자 문장의 의미하는 성격에만 집착하던 캐릭터들은 차차 다른 성격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됩니다.

지식 확보에만 힘을 쏟던 한솔은 아이들과의 감정을 공유하는 법을 배우고,

바보같이 순수함만 풍부했던 미나는 순수함을 잃지 않은 체로 굳은 결의를 배우게 됩니다.

즉, 본인 고유의 성격을 잃지 않은체로, 오히려 그 성격으로 인해 본인에게 부족한 면을 보완하며 다음 단계로 발전해나가는 모습이 디지몬 어드벤처에는 등장합니다.

캐릭터의 성격이 단순히 입체적으로 A에서 B로 바뀌어가는게 아니라,

A에서 A+로, 발전해나가는 걸 보여준거죠.

이런 요소가 제대로 드러난 화가 개인적으로 24화라고 생각합니다.

디지몬 어드벤처의 파트너 디지몬들은 대부분 완전체 이상의 진화 이후 반동 떄문에 유년기로 퇴화되는 걸 제외하면

거의 퇴화 장면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진화만 등장하죠 거의.

하지만 24화에서는 텐타몬이 유년기, 1차 유년기까지 퇴화하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베이더몬의 세뇌에 의해 지나친 지식만의 탐구, 다른 모든걸 배제한 지식에 몰두한 결과,

한솔은 정신적으로 퇴화한 상태가 되었고, 결국 이가 파트너 디지몬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결국, 문장이 상징하는 성격은 각 캐릭터들을 대표하는 정체성이기에 캐릭터의 고유성, 전형성을 부여하는 동시에,

극복해야하는 컴플렉스로 작용하기에 보완, 개선을 통해 완성시켜나가야 할 과제로써 입체성까지 부여하는 거죠.


여기까지가 바로 디지몬 어드벤처 캐릭터들이 전형적인 성격과 입체적인 성격을 동시에 잘 보여줬다는 말입니다.

성격이나 감정은 절대 0과1의 흑백논리로 이해될 수 없습니다.

숫자로 치면 0.5가 있을수도 있고 0.2가 있을수도 있습니다.

1과 0으로만 이뤄진 디지털 세계의 모험을 통해, 아이러니하게도 숫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정신적 성숙을 이루게 되고,

이 성숙의 과정을 통해 파트너 디지몬들은

모든 것이 숫자와 데이터의 관계로 이뤄지던 디지몬 세계에서 볼 수 없는 '진화'라는 단계에 이르게 된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결국 이러한 성격적인 성숙 과정은 어린이들에게도 많은걸 알려줍니다.

용기와 우정, 사랑 등 각 성격이 지닌 진정한 의미를 생각하게 만들면서,

한쪽으로 치우쳐진 감정이나 성격은 전혀 좋지 못하다는걸 말이죠.

자제력이 없는 용기는 무모함일 뿐이고,

방향성이 없는 지식 탐구는 타인과의 관계 단절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모든 성격은 상호보완적이며, 정신적인 성숙을 위해서는 결국 자신의 고유 성격을 키워나감과 동시에,

다른 성격들까지 이해 해야한다는 걸 저희에게 보여줍니다.

 



2. 아동 만화 수준을 뛰어넘은 서사 스토리


저희가 어린 시절 봐왔던 만화들은 대부분의 아동만화는 '옴니버스'식의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즉 매화 매화 주로 다루는 에피소드가 달라지며, 독립적인 구성을 지니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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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시절에 본 대부분의 만화가 옴니버스식이 많았다.


하지만 디지몬은 1화부터 54화까지의 서사구조가 전부 종속되어 있습니다.

즉, 이전편이 다음편에 영향을 미치며, 상당한 복선, 암시를 내포하고 있다는 얘기죠.

이렇게 장기적인 스토리라인을 구축하고 있는 디지몬은은 자연스럽게 어린 시절 디지몬을 시청하던 어린이들에게 

다음 이야기가 어떻게 될까, 

데블몬은 어떻게 이길 것이며, 

8번째 선택받은 아이는 누구이며, 

다음에 완전체로 진화할 파트너는 누구일까,

이런 궁금증을 야기하게 됩니다.

마치 일종의 추리물을 읽듯이, 다음에는 뭐가 어떻게 될까하는 상상의 나래를 펴게 만들어줍니다.

독립 구성을 지니고 있는 옴니버스식 만화에서는 볼 수 없는 요소죠.

마치 드라마를 볼때 다음 회에 어떻게 진행될까 하는 궁금증을 느끼듯이,

어린 아이들에게는 마약같은 중독성이 있었던 이유였습니다.


거기다가 아동들이 보기에는 버거울 수 있는 54화짜리 장편 애니메이션인데도, 

개연성의 끊어짐이 없어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많은 아동 만화가 옴니버스 구조를 지니고 있는 이유가 아동들에게 쉽게 다가가고 진입장벽을 없애기 위함이었는데,

그런 것들을 통째로 뛰어넘을만한 개연성을 지니고 있었죠.


디지털 세계에 끌려들어가게 된 이유도 극장판 1기에서 떡밥을 풀었으며,

가트몬이 왜 다른 파트너들과 분리되었는지,

묘티스몬 성의 게이트를 통해 현실세계로 복귀하고, 다시 디지털 세계로 오는 등 배경 전환까지도 

모두 납득이 될 정도의 개연성을 자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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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대사, '그래서 내가 왔다'의 의미를 알게 해준 극장판 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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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동만화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떡밥회수와 배경설정까지 등장한다.



거기다가

대부분의 아동만화는 밝기만하고 긍정적인 요소가 많습니다.

디지몬 역시 긍정적인 에너지를 뿜뿜하지만, 사실 굉장히 현실적으로 와닿고, 

어둡고 심각한 요소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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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들에게 쉽게 다가오지 못하는 이혼 가정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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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로 무거운 주제인 입양된 자식이라는 설정의 한솔이.


이런 무거운 주제를 너무 무겁지도 않게 잘 녹여내었습니다.

한없이 어두워질 수 있는 주제지만, 아동만화답게 적절히 풀어내면서

결국에는 이혼가정과 입양 자식도 모두 가족이다, 라는 해피엔딩으로 귀결합니다.

이혼한 부부는 다시금 부부간의 사랑을 깨닫고,

입양된 자식도 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살아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죠.

이렇게 각자 문장에 대한 성격적인 교훈을 제외하고도 디지몬 어드벤처는 저희에게 전하려는 메시지가 많았습니다.



거기다가 아동만화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긴장감을 극대화 시키는 공포적인 요소도 여럿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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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많은 디지몬의 희생이 동반된 아이들의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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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지어 주인공의 파트너 디지몬마저 사망한다.


항상 정의는, 주인공은 승리한다라는 공식 아닌 공식에 사로잡혀있던 어린이들에게

주인공편 조력자들의 죽음은 엄청난 충격이었습니다.

실제로 작중에서 미나가 이런 죽음에 민감하게 반응하기도 하죠.

주인공들도 패배하기도 하며, 누군가를 잃기도 하지만, 그 어떤 디지몬들도 헛된 희생은 없었습니다.

죽음 하나하나에도 의미 부여를 했던 만화였죠.



그 밖에도 디지몬에는 여러 호러적인 요소가 다수 포함되어있습니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저희에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는 요소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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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이를 충격에 빠뜨렸던 어둠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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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들의 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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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루트몬을 고문하는 묘티스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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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몬뿐만 아니라 '인간'마저 살해하는 묘티스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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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마의 숫자 666에 부활하는 묘티스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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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생의 나이에 거대한 낫에 위협받으며 인질극을 당하고 있는 나리.



- 공포 그 자체였던 디아블로몬



이런 여러 호러요소들은 작중 긴장감을 고도로 올려줬고,

다른 아동 만화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위기감을 고조시켜줬습니다.

당시 우리에겐 디지몬 어드벤처가 드라마이자 최고의 스릴러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차후 나온 테이머즈가 호러 요소로는 훨씬 심하지만, 그건 아이들이 이해하기 힘든 수준이었고,

어드벤처가 초등생들이 보기에 가장 적절한 스릴러 요소를 가미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엄청난 위기를 극복했을 때 오는 카타르시스, 쾌감은 다른 만화에선 느낄수 없는 것들이었죠.

이런 여러 서사적 장치들과 앞서 말했던 캐릭터들의 성격 설정은

디지몬 어드벤처를 만화 황금기에 살았던 저희들의 수많은 선택지 중에서도 최고의 만화로 자리잡게 만들어 준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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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이별하는 장면에도 의미가 깊습니다.

보통의 작품이라면 주인공들 중에서도 주인공인 태일이를 최종화에 앞세울거라 예상해볼 수 있습니다.

주인공들을 대표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상징성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디지몬 어드벤처의 최종화의 대미를 장식한건 미나와 팔몬이었습니다.

미나라는 캐릭터는 리키-나리 막내 라인들보다도 더 철부지 캐릭터로, 

작중에서 가장 큰 정신적인 성숙을 이룬 캐릭터라고 볼수도 있습니다.

팔몬 역시 파트너 디지몬들 중에서 가장 애처럼 구는 경향이 있었죠.

모험을 거치기 전의 둘이었다면, 이별을 납득하지 못하고 헤어지기 싫다고, 어떻게든 해결해보라며 떼를 썼을수도 있습니다.

배려가 없는 이기적인 순수함을 지니고 있던 예전 미나였다면 그랬겠죠.

하지만 이타적인 순수함을 지니게 된 미나는 크게 슬퍼하긴 했지만 어린 아이처럼 주저앉진 않았습니다.

어쩌면 서로간의 빈자리를 가장 크게 느낄수 있는 두 캐릭터를 마지막 엔딩에서 보여주며,

미나의 모자가 날아가는 것으로 대서사시가 마쳐집니다.

가장 아련하고, 안타까움이 가득하게 느껴지는 엔딩을 위한 세세한 장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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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몬들과 함께 세계를 공유하며 공생하는 엔딩이 아니라,

더 이상 볼 수 없는 분리된 세계에서 살아가며 이별을 유도한 엔딩은,

선택받은 아이들의 마지막 정신적 성숙 과정일까요.

마치 어린시절 철부지인 주인공들이 유년의 추억과는 이별을 하고

조금 더 성숙한 청소년, 성인으로  재출발하는 걸 암시하는 것 같습니다.

모험은 끝이 났지만,  아이들의 인생은 어드벤처에서의 모험을 기점으로 새롭게 시작한다는 의미를 말이죠.

모험에서 얻은 소중한 경험, 성숙한 정신을 지닌체로 언제까지나 그저 어린 시절의 비현실 속에서 살아갈 순 없으니까요.

추후 파워디지몬이 바로 방영하면서 감동코드가 깨지기도 했지만..

디지몬 어드벤처 스토리의 화룡점정을 찍는 엔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슬픈 새드엔딩도 아니고, 마냥 행복한 해피엔딩도 아닌, 아련한 이별의 엔딩을 만들어 줌으로써,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추억을 곱씹을때마다 그 시절이 생각나게 만들어주는, 트루 엔딩으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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