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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콩 지 】 최근 방송의 이유에 대한 이야기

Broadcaster 채의
2020-10-24 03:41:13 131 6 7


방송이 자주 켜지지 않고 잦아진 휴방에 대한,

그 이유를 자세히 적은 글입니다.

요약하자면 제 마음이 많이 어지러워 그런 것이니

긴 글이 부담스러우시다면 읽지 않으셔도 무방합니다. :D


=====================================


0.

어떤 말을 해야할지, 정말 해도 되는지 복잡한 생각들이 들어서

저번 공지에 따로 글을 작성하겠다 해놓고 글이 늦어 죄송합니다. :(

제목을 쓰면서부터도 글이 막혀 제대로 된 글을 쓸 수 있을지 의문이네요.ㅠ

이미 잠에 들었어도 늦은 새벽이지만, 지금이 아니면 또 미룰 것 같아

길고 깊은 새벽이 되더라도 저의 긴 이야기를 늘어놓고자 해요.

그럼 한 번 방송을 처음 시작했던 그 때로 돌아가볼게요.


1.

방송을 매일같이 키기 시작한 건 2017년 1월 25일,

제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이자 대학생이 되기도 전이었어요.

왜인지 고등학생 때는 방송을 할 수 없다 생각해

성인이 되어 방송을 시작했지만, 참 어린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저는 방송이 너무 즐겁고 재미있어보여 큰 생각 없이

멘땅에 헤딩을 하듯 아무 준비 없이 시작했답니다.

그럼에도 저는 혼란이 가득했던 트위치의 과도기에 방송을 시작해

비교적 다른 방송들이 적었기에 성공적인 시작을 할 수 있었어요.

세상을 다 가진 것 처럼, 막상 그리 큰 성공도 아니었음에도

저는 제 짧은 20년 인생에서 제일 커다란 행복을 맛봤었죠.


2.

지금 생각해보면 준비 없던 시작, 결국 처음부터 잘못되었던 것 같아요.

제 처음 방송 컨텐츠는 그저 롤과 시참 둘 뿐이었고,

그건 방송에 그리 좋은 컨텐츠는 아니였어요.

그때문에 저는 많은 걸 포기할 결심 끝에 컨텐츠를 바꿔갔지만,

대학 입학과 함께 방송 시간도 줄어들어서인지

많은 시청자들이 떠나가게 만들었어요.

그리고 결심을 했음에도 사라지는 시청자들에 저는 큰 상실감을 느꼈죠.


3.

그러나 전에는 떠나가는 사람만큼 시간이 흐르면

새로 찾아오는 인연이 있기 마련이었어요.

성장은 없을지언정 어느 정도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죠.

하지만 예전과 지금은 많은 것이 달라졌네요.

전에는 제가 방송을 열심히 했던 것도 맞아요.

객관적으로 봤을 때 열심히 했다고는 생각이 들지 않지만,

지금의 저보다는 분명 많은 것을 시도했었으니까요.

그래서인지 항상 걱정이 될 정도로 끊기는 채팅은 없었고

그 결과 방송을 키는 데 있어 아무 걱정이 없었죠.


4.

이제는 여러분이 보시던 방송 그대로예요.

지금의 저는 수많은 실패의 경험으로 마음의 병을 얻었답니다.

저는 아직도 기억해요. 부모님이 하시던 '네가 어떻게 하냐.'는 말을.

그게 원인인지 어렸을 때부터 자존감은 평균적으로 낮았던 것 같은데

제가 저를 정상이라고 느꼈던 마지막 순간을 떠올리면

저도 나름 자신감이 있던 사람이긴 했더라구요.

고등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저는 공부를 하면 성적을 낼 수 있고,

나름의 좋은 대학도 갈 수 있는, 꾸미면 예쁠 수도 있는 사람이었어요.

하지만 대학 입학과 방송 생활이 합쳐저 끝없는 구덩이가 생겨났어요.


5.

사실상 여러분들은 이해하지 못할지도 몰라요.

저는 완벽을 추구하기에 기대치가 높고,

그만큼 실망과 좌절도 큰 사람이라 이렇게 된 것이기도 하죠.

저희 과는 과제가 많아 매우 바쁜 학교 생활을 하기도 했지만,

가장 바빴던 1학년 때에도 1일 1방을 하던

제가 방송을 자주 못키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시청자와 동시에 채팅이 줄어 방송 시작 버튼을 누르는 데

두려움이 생겼기 때문이었어요.

방송을 시작함과 동시에 아무런 채팅도 없는 그 정적이

저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무섭게 느껴졌답니다.


6.

그 모든 것의 원인인 제가 저는 너무 싫었어요.

학교 생활도 열심히 해보았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고,

방송도 이것저것 도전해보아도 결과는 그닥이었어요.

결국, 저는 우울감이 극에 달해 올해 초 그 심각성을 깨달았어요.

어떤 것도 이뤄낼 수 없는, 불행한 미래만이 날 기다리는

이 끔찍한 생각들을 당연시하던 제가

친구들을 만나며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고 느끼게 되었거든요.

그렇게 인터넷으로 학교 홈페이지며 이곳저곳에 있는

온갖 우울증 자가 테스트를 해보니 만점에 가까운 높은 수치로

전문 기관에 방문이 시급하다는 결과를 받아버렸답니다.


7.

테스트를 하면서, 결과를 보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그제야 저는 제가 참 불쌍했다는 걸 알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바로 심리상담센터를 찾아 지금까지 매주 다니며

열심히 치료에 힘을 쓰고 있답니다.

두 번째 상담 때 상담사 선생님께 여쭤보니 중증이라고 답해주셨어요.

하지만 상담을 받으면서 지금은 조금 변한 것 같기도 해요.

제가 방송에서 언급하던 '상담'과 '쌤'은 여기에서 등장한 것이에요.

매주 월요일마다 다녀오고 있습니다.

원래는 매번 상담을 갈 때(이때는 다른 요일)마다 펑펑 울고 와서

방송을 잘 못켰었는데 요즘엔 그런 일이 점차 줄어들고 있어서

또 모르겠긴 하지만, 아무튼 월요일마다 가고 있어요. :D


8.

그리고 한 가지 더,

저는 4학년 1학기까지 마친 지금 휴학 중에 있습니다.

제 우울증 증세가 가장 심했던 때가 올해 중순, 1학기 말이었는데

혼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마음에

도움을 받을 팀에 들어가 졸업 작품을 준비중이었어요.

하지만 폐를 끼치지 않아야 한다는 부담감과

해내지 못한다는 좌절감이 섞여 파국을 맞아

늦게라도 팀에서 나오게 되었고,

초과 학기를 다녀야 한다는 사실과

뒤늦은 시점에 혼자 졸업 작품을 완성할 수 없을 것을 고려해

부모님과 상의 끝에 휴학을 결정했습니다.

(현재 한 학기 휴학 후 2021년 2학기까지 학교를 다닐 예정입니다.)


9.

졸업 작품을 준비하던 시간을 지옥처럼 느끼고 있고,

그 끝에 정말 극단적인 생각까지 들었을 정도로

굉장한 압박을 받았었기에 휴학이 부럽다는 말은

최대한 삼가주셨으면 좋겠어요. :)

어려운 입장이 되어보니 다양한 사람들이 보이더라구요.

제가 생각해도 폭력적인 언행을 저 역시 자주 해왔던 것 같은데

불편함을 느끼셨을 모든 분들께 이 기회를 통해 사과를 드리며

저 역시 여러분들의 입장을 잘 모르기에

넓은 마음으로 말을 받아들이고, 항상 거슬리지 않게

편안히 들리는 말을 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D


10.

또한 방송을 못켰던 이유가 시간의 문제가 아닌

심리의 문제였기 때문에 휴학을 했음에도

여전히 방송을 자주 켜지는 못하고 있어요.

그리고 전업이 되고 싶었던 희망을 버리고 그저 취미로 삼으며

방송보다는 저를 우선시 생각하는 삶을 살기로 했어요.

여러분들께 이해를 강요하기 보다는

이유를 설명은 드려야 할 것 같아서 드리는 말이니

앞선 이야기들을 너무 부담스럽게 듣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전처럼 해맑게 밝고 재미있는 방송이 되긴 어렵더라도

저는 편안하고 힐링이 되는 방송을 하고 싶습니다.


11.

참 남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고 싶어하더라구요 제가.

너무 힘이드는데도 제가 방송을 접지 않고 계속하는 이유는

저에게 보고싶다고 말해주는 사람들이 있고,

저 역시 그런 모두가 즐겁고 행복하길 바라기 때문이에요.

제 방송이 그런 힘이 있다고는 믿지 못하지만,

여러분들이 그렇다니까 그냥 그렇게 가끔이라도 키고 있더라구요.

그리고 힘들지 않은 사람이 없는 세상이니

요즘 저처럼 힘드신 분들이 많이 보이는데

아직 저는 해답을 찾지 못해 방법을 알려줄 수 없어 안타까웠어요.

제가 꼭 그 답을 찾아 여러분들께도 힘이 되어주고 싶어요.


12.

하지만 아직도 저는 한없이 지쳐있어서

앞으로의 방송도 장담할 수는 없어요.

그래도 여러분들을 쉬이 잊지 않겠다고 약속할게요.

항상 예쁜 말들을 나눠주는 여러분들에 비해

부족한 사람이라 늘 죄송하고,

그만큼 감사한 마음을 갖고 그에 걸맞는

사랑받을만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

제가 입버릇처럼 행복하라고 말하던 말은

다 저에게 너무 절실하게 필요한 말이었더라구요.

여러분들도 자신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면

스스로에게 꼭 그 말로 위로해줬으면 좋겠어요. :D



두서없는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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