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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고민/일상 테오에게

jamit50
2018-03-12 00:10:30 774 0 0

글이 너무 길어서 차라리 읽는게 낫다면 늘짱이 판다해서 스킵해도 되요! 혹시나 해서 신청곡은 starry starry night(맞춤법 맞나..ㄷㄷ) 입니다!


삶은 소중히 여겨야 할 값진 것


입이번에 네가 다녀간 것이 얼마나 기븐 일이었는지 말해 주고 싶어서 급히 편지를 쓴다.

꽤 오랫동안 만나지도, 예전처럼 편지를 띄우지도 못했지. 죽은듯 무심하게 지내는 것보다 이렇게 가깝게 지내는 게 얼마나 좋으냐. 정말 죽게 될 때까지는 말이다.

 우리가 함꼐 보낸 시간은 우리 두사람 모두 아직은 산 자의 땅에 있다는 걸 확인시켜 주었다. 너와 함꼐 산책을 하니 예전의 감정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았다. 삶은 좋은 것이고 소중히  여겨야 할 값진 것이라는 느낌 말이다.

 근래 내 생활이 더 보잘것없어지면서 삶 자체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비관적인 생각에 젖어들기도 했다. 그러나 너와 함께 보낸 시간 덕분에  그런 생각을 떨쳐버리고 유쾌한 기분을 되찾을 수 있었다. 

 우리가 살아가야 할 이유를 알게 되고, 자신이 무의미하고 소모적인 존재가 아니라 무언가 도움이 될 수도 있는 존재임을 깨닫게 되는 것은, 다른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사랑을 느낄 때인 것 같다. 

일하는 것이 금지된 채 독방에서 지내는 죄수는 시간이 흐르면, 특히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나버리면, 오랫동안 굶주린 사람과 비슷한 고통을 겪게 된다. 내가 펌프나 가로등의 기둥처럼 돌이나 철로 만들어지지 않은 이상 다른 모든 사람들이 그렇듯 다정하고 애정 어린 관계나 친밀한 우정이 필요하다. 아무리 세련되고 예의바른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런 애정이나 우정 없이는 살아갈 수 없으며, 무언가 공허하고 결핍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네가 이번에 나를 찾아준 것이 참으로 고마웠기 때문이다. 

 우리 사이가 소원해지기를 원하지 않는 만큼 당분간 집에 머무르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은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다. 아무래도 여기 있는 게 나을 것 같다. 모두 내 잘못이고, 내가 사물을 바로 보지 않는다는 네 말이 옳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로서는 힘들고 꺼림칙한 선택이지만, 며칠은 에텐(고향)에 가 있을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우리 두 사람이 더 친해졌으면 한다. 내가 정말로 너나 식구들에게 폐만 끼치고 부담이 된다면, 그래서 나를 스스로 침입자로 여기거나 불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해야 한다면, 나는 차라리 이 지상에서 사라지는게 더 나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길을 방해하지 않도록 물러서는 편이 나을 것 같다.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나는 슬픔에 잠겨 절망과 씨름해야 할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힘들지만, 너와 나 사이에 그리고 우리 집에 나로인해 그토록 많은 불화와 고통과 슬픔이 있어왔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더 힘들다. 그게 정말이라면 더 이상 살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나를 우울하게 만드는 이런 생각을 품고 오랜  시간을 지내다 보면 다른 생각도 떠오른다. '이것은 끔찍하고 소름끼치는 꿈에 불과하고, 시간이 흐르면 상황을 더 분명하게 이해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이러한 내 생각이 옳아서 상황이 나빠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좋아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람들은 지보를 계속해서 믿는 것이 미신에 사로잡힌 짓이라고 여기겠지.

 겨울이 지독하게 추우면 여름이 오든 말든 상관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부정적인 것이 긍정적인 것을 압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받아들이든 받아드링지 않든 냉혹한 날씨는 결국 끝나게 되어 있고, 화창한 아침이 찾아오면 바람이 바뀌면서 해빙기가 올 것이다. 그래서 늘 변하게 마련인 우리 마음과 날씨를 생각해 볼 때, 상황이 좋아질 수도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된다.

 네가 떠난 후 밤거리를 걸어다니다 집으로 돌아와 초상화를 그렸다. 잘 있어라.

-1879년 10월 15일-

이 편지는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빈센트 반 고흐가 동생인 테오도르 반 고흐에게 보내는 편지내용이에요.

지난 가을 힘들 때 러빙빈센트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고, 마지막에 나오는 편지 구절들이 너무나 먹먹하고 맘에 와닿아서 책까지 사버렷어요. ㅋㅋ 두번째 페이지에 이 내용이 나오죠. (오늘 책 처음 폈어요!!! ㅋㅋ)

이 당시 고흐는 제대로 된 직장을 가지지 못하고 이리저리 전전하며 몸과 마음이 힘들었어요. 게다가 그런 자신을 지켜보며 힘들어 한 가족을 생각하는 고흐의 마음을 상상해보면..   그래도 비극적인 말년과 다르게 이 당시에는 힘들어도 희망을 놓치 않는 모습이 보여서, 많이 안타깝더라구요.

고흐가 미술을 시작하게 된 것도 이런 고난들로부터의 탈출하기 위해서겠죠. 

뭔가 일탈이라는 주제와 맞는 것 같기도 하고..(아리송)

급하게 써서 마무리가 빈약하네여.. 지송.. 그냥 글을 읽고 느낀 그 마음이 중요한 거니까!!! 그런거니까!!!!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네요. 음..모두 안뇽!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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