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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우소 악덕 상사(?)랑 맞서 싸웠습니다

빨간매미
2019-07-19 01:12:42 193 5 0

3월쯤부터 친구 소개로 조그만 마트에 카운터 아르바이트 자리를 하나 구했습니다. 사실 객관적으로 보면 여기만한 꿀 알바도 많지는 않을 거에요. 마트인 만큼 바쁜 날은 진짜 바쁘지만 장사가 그렇게까지 흥하는 곳은 아닌지라 한가한 날은 최저시급 받는 것도 죄송할 정도로 시간만 때우는데다 손님들도 가끔 진상손님을 제외하곤 다 착하신지라... 여튼 근무 여건이 꽤나 널널한 꿀알바긴 합니다만, 4개월 동안 절 힘들게 하는 문제가 하나 있었네요.


원래 직종 자체가 서비스업이다보니 직원분들이 살짝 날카로운 감은 있습니다. 신경질적으로 내뱉으시는 말들에 가끔씩 상처받기도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감안하고 멘탈 관리를 하고 있는데, 과일팔이 팀장은 유독 심하더라구요. 매사 퉁명스레 내뱉는 말은 기본에, 경험이 쌓이기 전부터 조그만 실수에도 화내고, 저를 정말 많이 부려먹어요. 사소한 심부름부터, 과일박스 옮기고, 외부 과일 판매대 마감하는 등의 자기 업무까지 다 떠넘기고 본인은 손대지도 않아서 저 혼자 할때가 상당히 많았지만, 저는 알바가 처음이라 어디까지가 적정선인지 잘 몰라서 그냥 호구잡히는 심정으로 시키는 대로만 열심히 했습니다. 솔직히 내가 손님 상대로 서비스업하러 왔지 직원 상대로 하러 왔나 라는 의문이 자주 들긴 했지만 정말 불평 한마디 안하고 웃는 모습만 연기하면서 시키는 대로 다 했어요...


그렇게 시간만 보내다가 얼마 전 같이 알바하는 친구랑 얘기를 하다가 진상을 알아버렸네요. 이 친구는 알바 경험도 꽤 많은데다 사장님 딸이랑 친구인지라 백이 어느정도 있어서 팀장이 말을 좀 험하게 한다 싶으면 바로 대들어서 얕보이진 않았나 본데, 저는 맨날 시키는 대로 다 하고 뭔 말을 들어도 웃는 걸로 흘려넘겼다 보니 그냥 아까 말한 대로 호구잡혔던게 맞았나 봐요. 저한테 업무 더 빡세게 떠넘기고, 말 더 험하게 하고, 되도 않는 트집 잡아가면서 괴롭히니까 아닌 척 해도 그동안 속이 많이 곪았었습니다. 마트 밖에서의 성격도 좀 날카로워졌구요.


거기다 이 팀장. 저한테 일 떠넘길 때부터 알아보긴 했지만 본인 일도 제대로 안하면서 저한테 트집잡았던 거더라구요. 저보고 제시간보다 5~10분 일찍 오라던 사람이 정작 본인은 근무시간 제대로 안지키고 마무리도 제대로 안하고 퇴근시간보다 2시간 일찍 도망친다던가, 알바의 일이라면서 당연한 듯 시켰던 일들이 알고 보니 죄다 본인 업무였다던가... 거기다 평소 말하는 꼬라지를 보면 서비스업 때문이 아니라 본래 성격이 그런 듯 하고, 최근에 본인 어머니 2층에서 추락사하신 걸 나이드신 손님께 말 그대로 자랑한 걸 보면서 역겨워 죽을 뻔 했습니다. 지 입으로도 지가 분조장이라 그러대요. 천성이니 이해하랍디다. 그게 사회생활이라면서 가르쳐주고 있는 거라고. 정작 본인은 이 조그만 마트에서도 파벌 갈라서 정치중이데요... 결국 도저히 답이 없는 인간말종이라 결론내렸어요.


쨌든 그 친구랑 이것저것 얘기해보면서, 조치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그래서 그 친구가 사장님과 점장님께 말씀드리고, 그 팀장이랑 그 파벌(?) 사람들이랑 한바탕 하고 나서 알려주는게, 안그래도 일 못하고 성격 문제있어서 8월 중순쯤 잘릴 거라고, 본인이 말해놨으니 팀장이 일 못시킬거라고, 시키더라도 점장님이 막아주실 거라고 하니까 조금만 버티자고 하는데, 힘없는 절 대신해서 나서주니 참 고마울 뿐이었죠.


그렇게 일이 끝나는 듯 했는데... 그 일 직후에만 주춤했을 뿐 슬금슬금 점장님 눈 피해서 다시 뭔가를 시키더라구요? 너무 당당하길래 얼떨떨하면서도 이게 맞나 생각하다가, 다시 이것저것 시키는게 예전이랑 다를 게 없더라구요. 그래도 처음엔 시킬 거면 같이 해달라고 했는데, 과일박스 총량이 100kg이 넘는데도 일거리가 많으면 도와주겠답디다. 너무 뻔뻔한게 이젠 친구한테 부탁하기 전에 제가 인간적으로 도저히 못참겠어서 한마디 하면서 결국 4개월만에 처음으로 대들었습니다.


나름 쌓인게 많아서 마구 쏘아붙였는데, 제대로 된 반박도 못하고 지딴엔 어이없었는지 웃다가 할말이 없었는지 대화를 지맘대로 끊어버리더라구요. 거기서 끝낼 순 없어서 계속 자극하니까 다시 화내긴 하던데, 그와중에 제가 친구랑 저랑 왜 차별대우하냐고, 제가 호구로 보였냐고 하니까 걔는 일을 알아서 잘 하고 저는 안하는 티가 난다나? 친구가 일을 잘 하는 건 알아도 저도 제 역할인 카운터 내에서 충분히 적극적인 편이거든요? 담배 수량 체크, 술 채워넣기, 마트 빗자루질, 걸레질, 복권 발행, 채소 무게 달아서 가격표 뽑기, 한가할 때 옆 카운터 계산 도와주기 등등 카운터 계산 외에도 충분히 많은 일을 제가 찾아서 하는 편인데, 평소에는 청소할때 왜 하냐고 성질내던 양반이 이제와서 적극성 타령이데요.  그동안 말하는 꼬라지로 보아 객관적인 적극성이 아니라 지한테 도움되는 적극성을 바라는 치인건 알고 있었지만, 제가 한 것들, 해준 것들은 싹 다 까먹고 절 게으른 사람 취급하니까 정말 어이가 없더라구요. 그렇게 빡친 중에 어른한테 대든다고 꼰대질 하길래 나이를 허투로 처먹었냐고 딜박았습니다. 그 소리 들으니 제대로 빡쳤던 모양인데, 어른이 존경받을라면 나잇값을 하라고 말하니까 씩씩거리면서 노려보다가 포기하데요. 


손이 나갈 줄 알았는데, 제가 성격이 만만해 보였던거지 덩치는 좀 있는 편이라 싸우면 불리하다고 판단했는지, 일이 커지면 지가 또 부조리하게 시켜먹으려 했던게 드러날 것 같은지 생각외로 별일 없었습니다. 지 입으로 분조장이라길래 자칫하면 몸싸움이 날 가능성까지 감안하긴 했는데... 뭐 뒤에서 씩씩거리면서 쟤가 이렇게 또라이ㅅㄲ일줄 몰랐다고 중얼거리기만 하데요. 쨌든 한바탕 쏟아내고 나니 어느정도 후련하긴 한데, 그 와중에 반박이랍시고 했던 말들이 또 제 어이를 털어가서 곱씹다 보면 다시 화나기도 하네요.



제가 봐도 너무 장문이지만 읽어주셨다면 감사합니다. 누가 보든 말든 앓고 있던 얘기 털어놓는 자체만으로 좀 풀리네요. 8월 중순 그 문젯거리들이 해고당하는 게 먼저일지, 아니면 제가 그 전에 못 참아서 알바를 때려치우는 것이 먼저일지는 모르겠지만 아직은 끝나지 않은 얘기라... 앞으로 일이 잘 풀리길 기도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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