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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흐름 나는 빨리 망하려고 방송을 켰다.

Broadcaster 쓰라쓰라
2019-04-06 09:39:58 1770 35 3


나는 빨리 망하려고 방송을 켰고 오늘은 방송을 시작한지 87일째이다.


나는 가깝게 오래사귄 사람들과 잘 어울릴 수 있지만 그럼에도 그들과 함께할 때 묘하게 지치는건 사실이다.

아 오해하지 마라. 친구들을 좋아하고 같이 있으면 즐겁다. 지치는 것과는 별개다.

하지만 나는 포근한 베개에 머리를 박고 이미 아래에 빨간줄이 그어져있는 영상들 사이로 새로운 영상들을 

찾아보다 손목이 시큼해질 즈음 잠드는 것이 더 편하고 좋을 뿐이다. 아니. 그런 줄 알았다.


언제부턴가 나도 그들과 같아지고 싶다는 욕망. 그것이 막을 수 없이 커져가고 "에이.. 내가 무슨 방송이야.."라고하는 혼잣말.

내가 좋아하는 만큼 지금 시대에 개인 컨텐츠제작 활동이 얼마나 힘들고 치열한지 알았기 때문에...

재능있는 대장장이들이 심열을 기울여 망치질을 한 작품들이 수두룩한 곳이라는 것도 알았기 때문에...

그런 작품들 또한 빛을 보지 못한것들을 많이 봤기 때문에...

현실과 하고 싶은 것. 

사람들은 대부분 그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가며 살아간다. 나는 그러지 못했다. 미련했다.


고여버린 물이 썩듯 결국 고민만 하던 나는 무기력이라는 깊은 늪에 멍하니 잠겨있는 듯 했다.

전역하면서 세상 제일 행복하게 웃으며 "아 이제 군대도 아니니까 뭐든 열심히 해야지!"라고 내질렀던 외침은 

그때의 목소리조차 잘 기억이 나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두달정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곰팡이에 썩어버린 나무는 흰개미가 좀먹는다. 

무기력으로 썩어버린 나는 불안감에 좀먹혔다.

이대로 살면 안되겠다는 불안감이 끝으로 치닫자 현실이 보이지 않기 시작했다.

현실이 보이지 않자 과감해졌다. "그래 이러고 사느니 그냥 해보자. 빨리 망하자." 

나는 빨리 망하려고 방송을 켰다.


어린 시절의 문방구 앞에서 형들이 하던 오락기위에 100원짜리 하나 올려보지 못한 소심했던 내가 

그때 만약 그 자리에서 그 형들과 잘 어울리며 친해지고 싶었던 소망을 이루면 이런 기분일까.

하루하루 소박한 방송이지만 즐거웠고 조금씩 나를 알아주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내가 뭔가 일부가 되어가고 있다는 과분한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좋았다.


87일째 오늘 내가 평소에 정말 좋아하던 사람중 한명의 선의가 나에게 닿았다.

10~20을 오르락 내리락 했던 빨간 숫자는 순간 네자리까지 뛰어있었다.

평소에 못해보던 것들을 마음껏 했다. 다들 즐거워해주셨다. 그걸 보는 내가 더 즐거웠다.

방송을 끄고도 긴 여운이 남았고 이 글을 남긴다. 언젠가 그런 일상을 가진 사람을 꿈꾸며.


나는 그 꿈을 이루려고 방송을 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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