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1월 26일
『
어이.
- ……
야.
- ……
눈 감고 있어도 날 속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마라.
- ……
아무리 귀찮아도 우리 둘 다 여기에 있으면 딱히 할 일도 없지 않냐고.
- ……귀찮게.
다른 놈들은 다 의식이 없으니, 내 말동무가 될 사람은 너밖에 없다.
- 말동무? 누가 그딴 걸 해 준대?
어차피 너도 할 일 없는 건 마찬가지잖느냐.
- 누가 할 일이 없다는 거야? 귀찮게 굴지 말고 짜져 있어.
내 발톱보다도 자그마한 게, 기껏 대화가 통하나 물어봤는데 상당히 더럽게 말하는군.
- 뭐래? 아, 그보다도 어떻게 지금 대화하고 있는 건지나 말해.
그딴 성격을 가진 인간한테 알려줄 생각은 없다.
- 쯧……
네 이름은 펠리라는 이름이군. 아니, 엄밀히 따지면 원래 이름이 있지만.
- 뭐야? 그걸 어떻게 알아? 너 뭐하는 새끼야?
나 또한 요제프와 연관되어서 이 관에 들어있는 신세지. 언제든 깨고 나올 수 있지만 내 몸을 숨겨야 해서 말이다.
- 닥쳐, 어떻게 날 알고 있는지나 말해.
그건 이 짧지만 심심한 날들 속에서 내 말동무가 된다면 알려주도록 하지.
- 이 개새끼가……
개는 맞지만, 엄밀히 따지면 늑대다. '펜리르'라 부르도록.
』
자유 일지
이 몸은 아~주 편하다. 다리 수도 적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것도 있다. 그래서 이 몸(俺)이 아주 만족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지. 컴퓨터란 것을 켜고 영상을 보면서 노래를 듣고 춤을 추고…… 하, 참. 벌써부터 업무가 귀찮아지다니, 이래서야 안 된다고. 위험한 괴물들을 관찰하고 끄적이는 업무를 해야지. 뭐, 물론 요제프라는 여자는 관심가지지도 않고 그냥 알아서 잘 해보라는 투로 어젯밤에 갔다왔지만 말이야. 이 몸을 보고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까딱거리며 째려봤지만, 뭐 어쩔건데? 야나리라는 사람에게 몇 번 죽어도 목숨이 모자란 임무를 부여했으면, 겁에 질려서 짜져 있으라지. 무서워서 어제 보고서도 확인도 안하고 갔잖아, 기껏 출력까지 다 했는데. 한심한 년.
씁쓸한 감정을 남긴 채 오오무카데의 시체는 얼추 다 처리했다. 냄새는 어떻게 빠지질 않고 있지만. 하지만 괜찮다. 요제프도 딱히 눈치챈 것도 없어보이고, 그보다 안에 엄청나게 많은 요괴같은 것들이 득실득실한 채로 실험관 같은 것에 들어 있으니까. 문을 열고 들어오면 엄청나게 큰 관 속에 무언가 커다란 연기같은 괴물이 있고, 그 주변을 둘러싸듯 원통형 방에 다른 요괴들이 자동차 바퀴로 따지면 타이어에 해당되는 부분에 동그란 실험관 안에 나열되어 있다. 실험관은 이상한 액체로 가득 차 있다. 익숙하고, 또 익숙하니 못 알아챌 리가 없지. 유리는 '역시' 아무리 충격을 가해도 어지간한 강도에는 부서지지 않는 듯하다. 짜증났었는데 이제는 역으로 다행이 되었군! 자, 그러면 무엇을 먼저 관찰해 볼까. 역시 가장 가운데에, 들어오자마자 보이는 가장 큰, 엄청나게 커다란 저 늑대 요괴부터 적어봐야겠지. 아, 예전 작업자의 형식을 따라하는 게 더 효율적인 것 같으니, 앞으로는 두서없이 대충 쓰지 말아보자고.
대조군:F341
대조군 등급:Salus
실험군:F999->F341
실험군 등급:ex Imperium
-이상하게도 F999라 되어 있다. 다른 요괴들을 보면 400번대에서 500번대까지밖에 없는데?
-실험군 등급은 가장 윗 단계인 '통제 불능'이다. 이는 내가 정하는 게 아니라, 매뉴얼의 표를 읽는 방법을 통해서 내가 찾아낸 것이다.
-오오무카데가 없는 지금은 유일한 통제 불능 등급이다.
-뭔가 꾸물거리는 거대한 안개 모양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개과의 무언가 형태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여우? 아니면 늑대인가?
-다른 실험관 속 괴물들보다 크기가 어마무시하게 크다. 실험관 또한 무식하게 커서 둘레를 따라 달려도 얼마나 걸릴지 감이 안 잡힌다.
-가끔씩 흠칫하게 된다. 분명 눈으로 보이는 것은 잘 안 보이는데 가끔씩 의식하지 않으면 무언가 노려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자꾸 등을 돌리고 싶어진다. 도망가고 싶다는 뜻이다. 뭔가 다른 괴물들보다는 확실히 이질적이다. 요제프가 이런 걸 어떻게 여기에 쳐박아 놓은 거지?
-다른 괴물들에 비해 뭔가 특징적인 면모를 찾을 수가 없다. 그저 외관상 어마무시하게 거대한 안개같은 늑대같다고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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