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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연 않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렇게 된 거라니까;

겨울잠冬眠
2017-08-22 02:10:52 120 0 2

오랜만이에요 여러분!

겨울잠입니다.

가벼운 사연입니다. 편하게 들어주세요.


이제 일본에 산지 어언 6개월째 입니다. 일본은 한창 방학 시즌이라 저도 집에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면서 한가로운 잉여트수짓을 보내고 있죠.

9월이 되고, 슬슬 집에 한번 들려볼까- 하던 참에 고등학교 친구들한테 연락을 해봤어요. 아 물론 카톡으로요 국제전화를 누가 받겠어요허허

그렇게 한창 연락을 주고 받으니 문득 떠오르는 일화가 있어서 자판을 두드려 봅니다.

때는 6개월 전. 딱 대학 합격 발표가 나고 한창 유학비자 수속으로 정신 없을 때였죠. 부동산이다 학교다 해서 이리저리 일본인들에게 치이고 있을 때라서, 하루에 한두 시간 정도는 전화통 붙잡고 일본어로 떠들고 있었네요. 메일도 엄청 주고받고. 집에 일본어 할 줄 아는 사람이 저 밖에 없어서(친척 중에도 없음) 진짜 저 혼자 전화걸고 서류 정리하고 작성하고 그랬습니다. 어머니 아버지도 도와주고 싶지만 도와줄 수 없어서 미안하다고까지 말씀하실 정도로, 저는 제 자금을 대주실 부모님과 부동산&학교의 실전화기 역할을 하다가 지쳐있던 상황이었죠. 

그리고 일본어학원에서 마지막까지 남아서(국•공립 대학은 와세다게이오 같은 시립대보다 입시가 늦고, 한국인들은 인지도 문제때문에 그나마 알려진 와세다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다)일본어 면접이랑 논술 준비하느라 선생님께 너 이제 선생질 해도 되겠다 소리까지 들을 정도로 일본어패치가 단단히 되어있던 상태였습니다.

그 상태로 일본 출발 D-5.

이제 언제 돌아올 지 모르는데 역시 혼자 고군분투하는 저를 가장 많이 응원해주신 고등학교 은사님들을 뵙고 가야지라는 생각에 친구 하나를 옆에 끼고 모교 교무실에 쳐들어갔습니다. 

저 "일본 유학 결정됐어요! 다음주 입국이에요!! 응원해주셔서 진짜 감사했어요ㅠㅠ"

선생님A "아냐, 우리 동면이는 일본에 잘 어울리니까 가서도 생활 잘할거야."

읭? 일본이랑 잘 어울린다는 게 무슨 소리죠??? 아직 저 여기 와서 일본어 한마디도 안 했는데요;;;; 딱히 얼굴도 일본풍은 아니라 대학 붙고나서 일본애들이 넌 외국인인 줄 딱 알았어 이러던데??

그렇게 이야기를 마치고, 우연찮게 고1 담임선생님과 만나게 되었습니다. 제가 일본 유학을 결심하게 된 건 고2다보니 유학 간다고 말씀드리니 깜짝 놀라시더라구요. 그러면서 하시던 말이

담임쌤(남자) "어쩐지 말투가 완전 바뀌었더라, 일본어 공부 열심히 했나본데? 말투까지 바뀔 정도면 많이 늘었겠다"

나 "아니!!!! 난 순수하게 내가 하던데로 한국말 쓴건데요..."

친구 "음.. 그러게 좀 뭔가 억양이 생겼다고 해야하나.."

나 "우리 집안이 전라도 집안이라(어머니 전주 아버지 서울이나 맞벌이라 3대째 전라도에 사셨던 외할머니와 가깝게 살고있음) 우리집 어투가 좀 사투리스럽지?!?!(당황)"

친구 "뭔가 일본 웃긴예능 동영상에서 많이 본 억양임ㅇㅇ"

빼박을 박아줍니다. 이냔이

일본이랑 잘 어울린다는 게 이런 곳에서 느껴졌던 것인가...그날 집에가서 부모님께 여쭤보니

부모님"ㅇㅇ 니 톤 올라갔다"

그 당시 꽤나 쇼크였지만, 그 억양때문에 일본가서도 적응 잘할 거라는 담임선생님의 말씀은 적중했습니다. 일본인들과 대화를 해도 "일본에 오래 살았냐"라던지"일본 친척 있냐"등등. 외국인에겐 칭찬이죠. 게다가 일본 라디오&애니로 다져진 엄청난 오따끄 리스닝을 발휘해 이젠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사람과도 농담따먹기가 가능한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등가교환이 지배하는 이 세상에 좋은 효과만 있을 리가 없죠. 역효과가 발생하기 시작한 건 오랜만에 어머니와 영상통화 중에 일어났습니다.

나 "그러니까 유토리 있게 바라바라로 하는 게 좋다니까"

이건 조금 나이가 있으신 분들은  뭐 평상시에도 많이 쓰시는 말이죠. 유토리는 여유를, 바라바라는 따로따로를 의미합니다. 이정도는 어머니도 자주쓰시는 말이라 소통에는 문제 없었죠. 헌데 그게 정도를 넘어, 이제는 그 상황에 적절한 일본어는 떠오르는데 한국어가 떠오르지 않는 기묘한 상황이 자주 일어나더라구요.

어머니 "그 안에 뭐가 들어있다구?"

나 "음...와카메(미역)"

어머니 "뭐라고?"

나 "아- 그러니까 아 이게 뭐였지 음- 잠만 사전 좀"

*실제 있던 일*

황급히 사전을 켜 뜻을 확인하고 나서야 아 한국인인 내가 미역 두 글자 생각이 안나서 일한사전을 켜다니 리얼 한국인 맞냐;;라는 자괴감까지 들더군요... 외국에 오래살고 볼일입니다.

하여튼 요번에 한국가면 어떤 취급 당할 지 눈에 빤-하네요.. 도쿄바나나라도 잔뜩 사가서 친구새끼덜 입을 쳐 막아버리던가 해야지^^

외국 유학생의 두서없는 넋두리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일본은 슬슬 가을 기미가 보이는 것 싶더니 계속 덥네요. 건강관리 조심하시고 그럼 20000

아 신청곡은 fhana 의 青空のラプソディ(푸른 하늘의 랩소디)입니다.

뮤직비디오 https://youtu.be/maKok2RItxM

라이브 https://youtu.be/tKep7KzAfhc

이분이 CD먹고 사시는 분이라 빠른 곡인데도 음정이 크게 흔들리지 않아요! 갓갓곡

 첫 음 듣고 킹도랜드가 먼저 떠오른다면 당신은 트수^^7


p.s.

한국어의 일본어 침범도 자주 일어납니다. 일본인한테 대놓고 "진짜로"라고 또렷하게 말해버렸죠; 심지어 걘 한국어 안녕하세요 밖에 모르던 앤데;; 그래도 신속하게 다시 고쳐말해서 넘어갔지만 그 애도 얼마나 당황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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