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혁준 0

오랜만에 갑자기 삘이 와서 한편 써봅니다

비트코인 값이 다시 오른다 해서 쓰는 게 절대 아닙니다

한타러쉬. 역배당. 이런거 많이 들어봤죠?

역배당이란 사람들이 다들 확률 높은 쪽으로 몰려드는 와중에

일부러 확률이 낮은 곳을 노렸다가,

이게 성공해서 엄청난 개이득을 챙기는 것을 말하죠

다들 우리나라 조선의 태종은 잘 아실 겁니다

킬방원이라는 밈 때문에 아마 제일 잘 아는 왕이 아닐까 싶어요

이방원은 아버지가 나라를 건국하는데 큰 공을 세웠지만

정몽주를 암살하는 등 아버지와 정도전의 눈 밖에 나버린 탓에 

후계자로 선택받지 못하고 끈 떨어진 갓 신세가 됩니다

이때 하륜이란 사람은 이방원의 진가를 알아보고

여기에 자신의 운명을 걸고 올인

결국 이방원이 왕자의 난을 일으키는 데에 아주 큰 공을 세우고

태종의 오른팔이 됨으로써 역배당을 성공시키고 맙니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역배당의 예지요.

근데 이건 그냥 서론일 뿐이고....

진짜 본게임은 같은 시기에 저 멀리 중국 명나라에서 벌어지고 있었죠

명나라를 건국한 태조 주원장에겐 여러 아들이 있었는데

그중 넷째아들인 주체는 어릴적부터 힘세고 똘똘하며 성격까지 단호하고 호탕한지라

아버지를 도와 전쟁에서도 큰 공을 세운 무인입니다

첫째아들이 병으로 죽자 주체를 후계로 세우려고까지 했지만

이건 유교질서를 정면으로 뒤흔드는 일이라

맏손자를 세울 수밖에 없었죠

이 손자는 주원장이 죽은뒤 2대 황제 건문제가 됩니다

주원장이야 맨손으로 시작해서 천하통일을 이룬 양반이지만

건문제는 그냥 물려받은 어린애잖아요?

그래서 강력한 제후들이나 힘센 삼촌들을 제압할 필요성을 느낍니다

그래서 다른 삼촌들을 하나둘씩 숙청하기 시작하는데....

정작 가장 강력한 연왕 주체에게는 손도 못댄 상황

게다가 건문제 본인도 마음이 약한 양반이라 모질게 짤라내지도 못하죠

똘똘한 연왕이 자기한테 올가미가 죄어오는걸 모를리 없습니다

황제 옆의 간신들을 쳐죽이자! 라는 명분으로 난을 일으킵니다

근데 연왕에겐 구석탱이 연나라 한개뿐인 반면

건문제에겐 중국대륙 전체의 물량이 쥐어져 있습니다

연왕군이 몇번이나 치명타를 가했지만

황제군은 금세 후속부대를 보내오고

황제군도 멍청이만 모여있는 게 아니다보니 난타전이 벌어지고

갈수록 불리해지는건 연왕이었습니다

결국 동창 전투에서 연왕 주체는 크게 패배하고

눈물을 쏟는 모습까지 보이고 말았습니다

이로써 역배당의 상황이 만들어졌습니다!

3년간 미친듯이 싸웠지만 세력차이는 처음 그대로.

간부들마저 쫄아서 '저...일단 후퇴해서 재정비하는게 어떠심?' 하는 상황

이때 역사에 길이 남을 한타 러쉬가 벌어지죠

황제군은 연왕군이 후퇴할거라 생각하고 군대를 재배치하는 중인데

연왕군은 주체의 강력한 통솔에 따라 목숨을 건 역러쉬에 나섭니다

황제군이 어버버 하는사이 최전선 2개 군단이 와르르 무너졌고

급하게 달려오던 구원병들도 빠르게 컷트!

황제군이 어수선한 틈에 크리티컬 제대로 터진 것이죠

원래대로라면 여기서 연왕군도 잠시 숨을 고르고 정비를 했어야 하는데

그랬다면 지난 3년이 또 반복되었을 겁니다

연왕은 한계에 달한 군대를 추슬러가며 계속 돌진하였고

중국남부 최대의 도시 양주마저 낌새가 심상치 않으니 곧 항복해버리고 맙니다.

황제는 전국에 동원령을 내리고 시간을 끌려고 하지만

연왕이 그걸 모를 리가 있을까요

겨우 1달만에 연왕의 정예병들은 수도 남경 앞까지 돌진해왔습니다

결국 남경마저 돌파당하고 말았습니다

이로써 3년간 지지고 볶던 전쟁은 겨우 2달만에 연왕의 승리로 끝나게 됩니다.

여담이지만 이때 건문제는 궁에 불을 지른 후 사라져서 영원히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연왕군은 시체조각이나 장신구 하나만이라도 찾으려고 기를 썻지만,

황후의 소사체만 발견되었을뿐 건문제는 흔적도 남지 않고 사라졌다는군요

압도적인 물량의 황제군이 왜 이렇게 무너졌는가?

가장 큰 이유는 우유부단한 황제 때문이겠죠

주원장이 숙청의 아이콘이라곤 해도 중국은 땅이 넓고 머릿수도 넓은 나라

황제 옆에는 유능한 장군들이 분명 있었습니다.

숙청을 할거면 독하게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점

연왕을 절대 죽이지 말라고 명령을 내려서 절호의 기회를 놓친 점

모두 황제가 저지른 실수지요

둘째는 상대인 연왕 주체의 능력이지요

뛰어난 군대 사령관이라는건 몇번이나 말해온 점이니 생략합시다.

반란군은 결국 반란군.

한번이라도 패전을 겪으면 공포에 질리고 배신자가 속출하기 마련입니다

근데 연왕군은 그런 경우에도 무너지지 않았다는게 포인트입니다.

게다가 연왕이 비상식적인 역러쉬를 결정했을때

하나같이 그 뒤를 따라 광란의 돌진까지

물론 역배당이 성공하는 건 극히 드문 경우입니다.

성공한 예가 유명한 것은 그만치 드물고 희귀하다는 것이죠.

허나 절망적인 상황에서 모든 것을 걸고 한타싸움을 벌여 천하를 뒤집는다

그야말로 남자의 로망이라고밖엔 표현할 수 없군요

전 쫄보라 비트코인 따위에는 편승하지 못하겠지만

여러분은 부디 역사에 남을 역배당에 성공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