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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글 서울대 병 걸렸던 사람을 만난 이야기

crucialzint
2024-04-17 09:08:32 1287 7 4

이건 코쟁이 이야기가 아니다.

고3때 학원 수학강사 이야기다.

이 사람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왔다.

연대 문과계열 탑.

(문과인데 왜 수학강사를 하냐고 반문할 수 있는데,

자기 수능봤을땐 문이과 구분이 약했고, 과외하면서 문이과 다 가르치게 되었다고 썰을 대강들음.

참고로 나는 고3때 문과였음.)


이미 대학이 개쩐다. 물론 코쟁이는 "서울대가 아니면 대학이 아니다"라는 기조땜에 대학이 아니라고 볼 수 있겠지만

어찌되었든 우리나라에서 서울대 바로 아래 대학이라고 불리는 대학의 탑 학과다.


그럼 이 사람이 대학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는게 당연해보이지만, 오히려 그 반대였다.

수업때 맨날 입버릇처럼 하는 이야기가 "그때 서울대를 못가서 인생이 꼬였다"

사연은 97수능으로 거슬러올라간다. 

그 당시에는 변호사가 정말 쩌는 직업이라(지금도 물론 쩔지만 그때는 더 쩔었다)

2학년때까지 이과맨이었지만 고3때 서울대 법대를 목표로 공부를 하게 되었다고.

원래 공부를 잘했던 사람이었는지, 불수능이라 불린 그 수능에서 상위 0.몇퍼에 들었다고 한다.

본인피셜 "서울대 모든 학과 프리패스점수"였다고. 그런데, 법학과만큼은 간당간당했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자기는 법대아니면 바라보지 않았기에 법대를 넣었고

연대는 가장 높다는 정치외교를 넣었다.

그런데 서울대 법학을 떨어지고 결국 연대를 가게 되었다.


그런데 입학후에 '서울대가 아니다'라는 것에 피해를 받았다고 함.

우선 집이 매우 가난했는데, 연세대 학비가 많이 비싸다고 한다.(지금도 대학중에서 등록금이 높은 편)

본인 피셜 "누군가 서울대학비 싸다고 알려만 줬어도 서울대 넣었지..."라며 한탄한다.

(근데 이걸 고3때 담임들이 안 알려줬다는 것도 좀 이상하긴한데, 여튼 본인이 그렇게 주장을 하니 그렇다고 넘기자)

학비를 충당하기 위해 과외를 뛰었는데, 거기서 차별을 많이 받았다고.

한 달 과외비로 (약 20년전)20선을 불러서 너무 적은거 같다고 말하자 학부모가

"서울대생도 25주는데 연세대라면 그 이하를 받는게 당연한거 아닌가요??"라면서 가슴에 스크레치를 받았다고 한다.

이후에 서울대생들 볼때마다, '내가 입학했을 당시에 나보다 수능성적 낮은 놈들인데 서울대 타이틀로 잘먹고 잘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나?

예를들면 서울대 경영을 볼때 '내가 쟤보다 수능잘봤는데'생각이 들지만 사람들은 그 사람을 더 머리좋다고 쳐줬다고.

심지어 서울대 '농기계공학과'나온 애들은 농짜를 약하게 말하면서 기계공학과 나왔다고 뻥치면서 

자기는 서울대생이야 하면서 나대는 꼴을 보면서 자괴감을 느꼈다고.


그럼 여기서 눈치빠른 돈통들은 "그렇게 미련남았으면 반수를 하지"라고 물을텐데

본인이 반수를 했었다고 밝혔다. 결과는 또 비슷한 성적이 나와서 법대는 못 썼다고. 

(그러면 서울대 경영 등등 다른 학과를 가면 되지 않았겠냐고 반문할 수 있는데

본인이 '서울대 법대'만 봐라봤기 때문)


이런 부분 때문에 맨날 수업시간에 '학벌이 인생에 전부다' '무조건 대학레벨 높은데가 좋다' 이런 말을 하고

(실제로 했던 말)'서울권 애매한 곳 갈바에 원세대를 가서 본교 편입을 준비해라. 그러면 평생 연대생이라고 꿀빨 수 있다'

이런 말을 하면서 '나는 서울대를 못나왔기 때문에 인생이 불행하다'라는 식의 말을 엄청나게 했다.


물론 인생이 꼬인 것도 맞고 풍탄이 심한 것도 많은데, 졸업한지 10년도 더 넘은 사람이

계속 예전일 때문에 애들한테 신세한탄한다는게 그 당시에도 그렇게 좋아보이지 않았다.

처음이야 와...힘드셨겠네요 했다가 저 썰만 한 4~5번 듣다보니 어느순간 공감이 안되더라.

그리고 정작 자기도 '고대놈들 괜히 연세대와서 기웃거리는 꼬라지봐라. 공부해서 연세대 못온 애들'이러면서 대놓고 남을 깔보는 말도 많이 한다.

중간에 학원 그만 둔 애들은 '쟤네 봐라. 나중에 망한다'라면서 저주와 험담을 내는것도 자주했다.

본인은 남들에게 '서울대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무시를 당했다는데, 왜 정작 자기는 다른 사람들을 저렇게 험담하는걸까?


10여년이 지나고 다시 그 사람이 떠올랐다.

개인으로 봤을때에는 안타까운 사연일 수 있다.

하지만 이미 학교를 졸업한지 오래되었고 돌이킬 수 없는거에 집착하는게 맞는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코쟁이도 11수라는 고난을 겪었지만 유쾌하게 서울대병 이야기를 풀어내는가하면

서울대 관련 드립만으로도 영상각 달달하게 뽑아내면서 월 천을 벌고있다.

만약 코쟁이가 "아오~~~~내가 서울대만 나왔어도 이딴 방송 안하고 잘먹고 잘살텐데"하면서 신세한탄만 했다면

지금 60억 돈통들의 사랑을 받는 인방계의 황제가 되었을까?

글 작성자인 나는 서울대 생도, 연세대 생도 아니다.

숭실대 전자공학과를 나온 돈통이다.

어디가서 대학 어디 나왔냐 물으면 '숭실대 전자과 나왔습니다'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한다.

숭실대가 엄청 개쩌는 대학이라서가 아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애매한 대학이라는 걸 4년동안 몰랐어?생각없이 학교다녔네'라고 이야기를 할 수 있다.(작년에 예전 학원 원장과 이야기했더니 실제로 들은 말)

그럼에도 왜 출신학교를 당당하게 이야기하는가?

"이 대학을 다니는 시간동안 좋은 사람 만났고 좋은 경험도 많이 했다. 특히 거기서 만난 사람들이랑은 지금도 연락을 주고 받곤한다. 그러니 이 대학출신인게 부끄럽지 않다"라는 의미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학벌은 예전보다는 약해졌다곤해도 여전히 중요한 부분인 건 맞다.

하지만 거기에 매몰되어서 살 건지 아닌지는 본인이 판단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갑자기 예전 생각이 나서 왕 진지하게 글을 적었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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