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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기네스먹었을때 좇밥

Broadcaster 하비듬
2018-03-31 13:34:46 431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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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아는 형을 만났다. 둘 다 쥐뿔도 없는 주제에 힘들때마다 소주 한 잔씩 동생에게 사줬던 바보 같은 형이다. 이번에는 내가 제대로 보답해야지,라는 간질거리는 마음으로 형에게 필히 배고픈 상태로 약속시간에 나오라고 일렀다.

기분 좋은 술자리였다. 만남이 없는 시간동안 나는 취업을 해서 좇밥행세를 하고 있었고 형은 시작했던 사업이 망했다. 좇밥과 좇밥의 만남 속에 소주에 섞인 알콜이 흐르며 밤이 깊어갔다. 지글지글 익어가는 고기소리에 형과 나의 소리가 합해져 기름기 가득한 말들을 주고받았다. 나는 형에게 오랜만에 좇밥임을 느끼게 된 과정과 그리고 좇밥임을 오랜만에 느끼며 얻은 것들을 전했다.

정해진 길을 벗어나 살아가는 사람은 한 번의 실패에도 얼마나 좇밥이 되기 쉬운지 나는 잘 알고 있으니까, 형이 그렇게 되지 않길 원했다. 좇밥같은 시간들을 스스로가 받아들일 수 있는 기간만큼만 보내기를 바랬다. 아마도 그 이야기들은 형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하는 것이였는지도 모르겠다.

결국 그 날 형은 취했다. 시끄러운 술집에서 모두가 주말을 만끽하고 있을 때 형은 추한 몰골로 흐르는 눈물과 함께 세상이 무섭다고 했다. 아무렇지 않게 다독였지만 실은 그 무서움이 무엇인지 잘 알 것 같았다. 다들 이 무서움때문에 죽기도 하고 살기도 하는걸까. 뒤늦게서야 나도 그 무서움과 나란히 서버린 걸 느꼈다.

그 날밤, 내 몸 안에 서늘한 사슬 하나가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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