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다. 어둡다는 생각조차 부정하듯 시야를 가득 찬 캄캄함. 오직 그것 만이 육체인지 정신인지 모를 그의 모든 것을 지배한다. 이미 언제 쩍 일인지로 모를 흐릿한 기억이 그의 머리속을 스쳐 지나간다.
그날도 긴 밤을 지새워 겨우 일을 마쳤다. 이제 곧 떠오를 아침해와 함께 집에 돌아갈 예정이었다. 남들이 딱히 부러워할 만한 직업을 가진 건 아니었다. 그리고 남들보다 딱히 많이 벌 수 있는 직업도 아니었다. 그래도 하루하루 보람차게 보낼 수 있는 즐거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 맞다. 그는 ‘스트리머’이다.
캄캄한 이곳에서 그가 떠올릴 수 있는 마지막 기억은 여기서 끝난다. 마치 과음을 한 뒤 그날 어떻게 집에 들어왔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것처럼. 왜 그가 여기에 머물게 되었는지, 또 지금 이곳이 어디인지 조차 기억이 나지 않았다. 분명 밤새 방송을 한 뒤에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향했을 터인데, 어찌된 것인 지 더 이상 그는 피곤함 조차 느끼지 못했다. 더욱이 배고픔도 주변이 추운지 더운지조차 느끼지 못한다… 말도 안되는 터무니 없는 일이지만, 눈을 감고 있는지 뜨고 있는지 조차 아무것도 없는 캄캄한 시야 속에 분간이 되지 않았다.
‘ 않이! 이게 대체 뭔데! ‘
입술에 머물던 그의 말은 공허한 어둠속으로 사라져간다. 무료한 걸음이 그의 마음을 비춘다. 앞도 뒤도 없는 이곳에서 홀로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었다. 우울한 기분속에 그렇게 좋아하던 노랫말 한 소절 조차 나오지 않는다. 낮과 밤마저 자취를 감춰, 잠조차 잘 수 없는 몇일인지 몇 달인지 모를 시간이 지났을까. 괴롭다. 외로움을 넘어선 괴로움은 울부짖음을 부른다. 눈물이 흐를까 숨을 뱉아내도… 흐르지 않는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곳은 대체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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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 오랜만에 써봤더니 자꾸 막히네 ..... 씨부레
약 3화분량으로 끝낼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