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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말대잔치 시를 써봤는데 라멜님이 읽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아스라치
2017-11-01 01:30:22 777 0 0

산문시라 길긴 하지만 라멜님 목소리로 한번 꼭 들어보고 싶어요 흐규흐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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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음(心音)



<어느 술자리에서>

“뭔가를 좋아한다는 건, 정말 그게 좋아서 좋아하는걸까.”

그건 어떤 특별한 날도 아닌 아무 날, 어떤 특별한 이유도 없이 모인 아무 술자리에서, 어떤 의미도 없이 문득 튀어나온 아무 화제였다. 술이 들어가면 사람들이 으레 그러하듯 머릿속에 떠오른 말이 되는대로 튀어나오지 않겠는가. 발단은 가게에 틀어져 있던 TV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나온 만담이었다. 뭔가 느낌이 왔는지, 같이 술을 마시던 동기인 여자애가 그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그 여자 동기의 말은 이런 것이었다.

“동생들은 대개 위에 형제가 하는 걸 따라하잖아? 그런거지.”

그렇게 따라한 ‘취향’은 과연 진짜 취향일까― 그런 얘기였다. 나는 전 세계에 있는 모든 동생들에게 너무한 발언이라고 생각했지만 굳이 말하진 않았다. 같이 술을 마시던 친구들은 각자 술기운에 입을 맡겨 이런저런 주장과 논거를 제시해댔지만, 결국 그 끝은 잠자리 몽상처럼 건배!와 함께 덧없이 사라질 뿐이었다.


<자취방에서>

그랬을텐데, 비틀거리며 자취방에 도착해 다리에 힘이 풀려 고꾸라지듯, 그리고 등에 업어 데려온 그 여자 동기를 내동댕이치듯 하며 쓰러진 순간, 그 질문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마치 그게 우주의 거대한 진리라도 되는 것 마냥, 술기운이 오른 머리엔 오로지 그 질문에 대한 생각만이 가득했다. 그 압박감―에,

속이 어지러워져 나는 내 속의 모든 것을 토해냈다. 저 속 깊숙히 숨어있던 기억 또한 기회를 놓치지 않고 튀어나와 제 멋대로 스크린에 영사를 시작했다. 쓰리, 투, 원.

‘니가 그림을 업으로 삼겠다 정한 것도, 결국 하느님 아버지의 뜻이란다.’

네가 선택한거라 생각하지 마라, 라고… 그런 역한 이야기를 어머니는 말하곤 했다. 나는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어떤 정체모를 점액이 몸 안에 들이차는 듯한 느낌이 들어, 심장을 쥐어짜내고 싶었었다.

정말 그런 것이라면, 어머니의 말대로― 저 여자 동기의 말대로 내 행동 하나하나, 내 생각 하나하나가 내 의지에 상관없이 정해지는 것이라면, 그것들이 모여 이뤄진 ‘나’라는 존재에는 대체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넌 뭘 좋아하니?”

라고 물어보는 그 여자 동기의 눈에 어떤 답안의 청사진조차 보여줄 수 없었다.

나는 그것이 슬퍼서, 답답해서, 모든 것을 토해낸 지금에야말로 그 대답을 해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일단은

토사물 속에서 내 심장을 꺼내, 깨끗이 씻기로 했다.


알코올이… 필요할거라 생각해, 몽롱한 와중에도 냉장고 속 캔맥주를 따서 심장을 뽀득뽀득 씻어냈다.

두근두근. 물기를 수건으로 닦아내며 들린 그 두 번의 심음(心音)이, 기분 좋다고 느껴진건 아마 이 심장이 내 심장이기 때문이리라. 그러면서도 나는 내 밖으로 튀어나온 이 심장이

마치 나와 하나인 동시에

다른 인격체인 것처럼 느껴졌다.

지금 이 순간이라면, 무안함이나 부끄러움, 어떤 체면이라던가 불안함 등에 방해받지 않은채로, 나는 내 진심(心)을 알 수 있지 않을까, 했다.


<심장과의 대화>

너 혹시, 파인애플 좋아하니? 두근두근두근. 하하… 캔맥주보단 좋아하는구나. 두근. 더 좋아해?

그래… 혹시, 체리맛 젤리는 어떻게 생각해? 픽. 그런 맥빠지는 소리를… 그건 나도 싫더라.

―와 같은 실없는 이야기를, 간간이 차가 지나가는 도로변을 찬찬히 걷는다던가, 두근. 라메리는 바보야! 라던가, 두근두근두근두근. 수업시간 중 노트에 끄적이는 낙서라던가, 두근두근두근. 잠자기 전 앵앵대는 모기라던가, 픽.픽픽픽.픽. 아라카와의 만화 강철의 연금술사라던가, 두근. 생강차라던가, 픽. 굉장히 달아 끈적이는 초코케익이라던가, 두근두근. 타르타르 소스가 뿌려진 연어덮밥을 크게 한입 삼키는 거라던가―

나도 그거 좋아해.

곯아떨어진 줄 알았던 그 여자 동기는 어느새 내 앞에 서서 그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심장을 내려다보며 수다를 떨던 내 시선은 목소리를 따라갔고, 그제서야

나는

그녀의 눈동자가 밝은 갈색이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두근두근. 나는 심장을 사이에 두고 그녀와 마주 앉아 이야기를 했다. 월-E나, 따뜻한 커피에 대한 이야기를, 마카롱의 식감과 우원재의 노래에 대한 이야기를, 단군신화의 호랑이와 아담과 이브의 자식 카인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는

이렇게 마음 가는대로 대화를 해본 적이 언제일까 하는 생각에 허탈한 웃음을 짓고,

‘내 선택에는 나의 의미가 담겨있어요 어머니.’ 하고 생각했습니다.

눈을 감은 다음,

나는 양 손으로 내 가슴을 열어 그녀에게 심장을 넣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토니 스타크 같아.”

쿡쿡 웃으며 그렇게 말하는 그녀는 언제 꺼내놨는지 모를 자신의 심장을, 내 가슴 속으로 쑥 하고 집어넣었습니다. 그런 그녀를 따라하듯 나도 내 심장을 집어들어,

열린 그녀의 가슴 속으로 넣어주었습니다. 간지러워,

쉬이 자리를 찾지 못해 이곳저곳 건드려 그녀가 그렇게 말했지만, 결국 제 자리를 찾고는,

두근두근, 세차게 뛰는 심장의 고동소리를 듣습니다.

두근두근.

그 소리는 지금까지 들었던 어떤 심장의 소리보다도

가장 나다운 심음(心音)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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