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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거리 [라디오사연] 나의 특별한 어머니

유라닝
2020-04-09 05:45:57 373 3 0

안녕하세요. 평소 블개님의 방송을 조용하게 시청하고 있는 27살의 여성입니다.

게임같은걸 잘 모르기에 다른분들처럼 참여를 하거나 훈수를 하거나 하지는 못하지만

그저 방송을 틀어두고 일상 생활을 하거나 심심하고 할일이 없을때 벗을 삼아서 즐겨본답니다^^


오늘은 블개님께서 사연라디오 같은것을 하신다기에 용기를 내서 사연을 써보려고 합니다.

지금 저의 하루가 있기까지 어떤 지난 날들이 있었는지 친구들에게 말해주듯이 이야기 하고 싶어서요~


유복하지는 않지만 단란하다고 생각했던 조부모, 부모님 슬하의 대가족에서 1남 1녀의 막내로 태어난 저는

다른 사람들처럼 부자는 아니라도 돈독하게 또 가족의 사랑과 정을 받으면서 살아갈 줄 알았습니다.

원래 내리사랑이라고 막내가 더 응석을 많이 부리는 법이잖아요~


하지만 저희 가정은 조금 달랐습니다. 갓 태어난 저는 알지 못했지만 할아버지, 할머니가 반대한 결혼

아이가 생겨서 어쩔 수 없이 함께 살게된 부부 그게 저희 아버지와 어머니셨습니다.

당연히 부부의 애정이라는 것은 찾아볼 수도 없거니와 아이들에게도 사랑을 주지 않으셨고

자꾸 집을 나가서 밖으로 밖으로 나도는 아버지 때문에 혼자서 아이 둘을 부양하고 키워야 하는

어머니는 점점 지치셨고 그걸 모르는 철부지들은 매일같이 사고를 치고 어머니의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었죠.


그렇게 참고참다 터져버린 어머니는 어린 아이들을 구타하기 시작했습니다. 겨우 초4와 유치원생인 아이들을요.

하지만 막내였던 저는 처음 겪는 아픔과 공포에 겁을 먹고 세상에서 입을 닫듯이 울음소리와 잃고 참는법을 배웠습니다.

그렇게 유치원생이었던 제가 초등학교 3학년이 되었을 무렵.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더니 집안이 텅텅 비어있더군요.

저는 무슨일인지 몰라서 가만히 앉아있다가 중학생이던 친오빠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몇시간 뒤 오빠가 돌아와 집안의 상황을 확인하고, 안방에 들어가서 하얀 종이를 보더니 가지고 나와서

조부모님께 집전화로 연락을 하게되었고 저는 옆에서 오빠 옷자락만 잡고 통화 내용을 듣고 있었죠.


"엄마가 없어졌어요. 엄마를 찾지말아라. 라는 편지를 써놓고 집에 있는 물건들이 전부 사라졌어요"

오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렇게 엄마라는 존재가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된 아버지는 불같이 화를내면서 어떻게 애들을 버리고 나가냐고 길길이 날뛰셨고

할머니는 저와 오빠를 끌어안고 "이 불쌍한것을 우짜면 좋노" 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하지만 그때의 저는 무슨 일인지 어리둥절하면서 화내는 아빠 우는 할머니를 보고만 있었죠.


그날 텅빈집에 아이들만 재울 수 없다는 생각해 조부모님집으로 저희 둘은 향하게 되었고,

목욕탕에서 씻고 들어가자면서 제 손을 이끄는 할머니를 따라 들어갔습니다.

옷을 벗고 탕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할머니께서 다급히 저를 부르셨습니다.


"아가 너 등이 왜이래 누가 이랬어?"


저는 제 등이 보이지 않으니 알수 없었죠. 그런데 할머니는 또 우시기 시작했습니다.

울고있는 할머니주위로 많은 사람들이 모였고 하나둘 수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알고보니 제 날개뼈 양쪽에 어른 주먹만한 피멍이 들어 있었다네요. 저는 안보여서;;

아마 어머니께 맞아서 넘어진 곳이 침대의 나무 프레임 부분이라서 등을 부딫히면서 멍이 들었던것 같습니다,

그렇게 우여곡절 많게 목욕을 하고 조부모님 댁으로 들어가서 잠을 청했습니다.


그 후로 몇년, 저는 초6 오빠는 고1이 되었습니다. 저희들은 여전히 조부모님 곁에 살고 있었죠.

머리가 크고 많은 것을 배우면서 알게 된것은 아버지 조차도 저희를 돌보지 않고 내팽겨치는구나. 라는

생각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방어적인 성격이 되었고, 친구들과의 교류도 온전치 못하고

성격 또한 내성적이고 뒤틀려 버리게 되었습니다. 소위 은따라고 하던가요? 대놓고 따돌리거나

괴롭힘을 주는것은 아닌데 은근히~ 무리에 섞이지 못하고 맴도는 아이가 되어버린거죠~


그러던 어느날 제가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방안에 들어가 있는데 배가 아파오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복통이겠거니 싶어서 소화제를 먹고 화장실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고

진통제를 먹고 한숨자야겠다는 생각에 억지로 이불을 둘러 싸매고 잠을 청했습니다.

할머니가 밥을 준비하시고 손녀를 부르러 왔는데 대답도 없고 말도 안하고 자나 싶어서

방해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그냥 가셨고, 늦은 새벽 또다시 찾아온 복통으로 잠에서 깬 저는

메스메슥거리는 속때문에 화장실로 가서 오바이트를 하였고 그걸 잠결에 들은 할머니가 찾아와

제 상태를 보시고 급히 병원으로 데리고 가셨습니다. 알고보니 급체와 위경련이 한꺼번에 와서

뱃속이 뒤죽박죽인 상태였더군요. 주사 한대 링거 한번이면 나을 일이었는데 제가 참고 있었던거죠.


집으로 돌아와서 할머니는 제 등을 툭툭 치시면서 화를 내셨습니다.

"아프면 아프다고 말을 해야지! 왜 참고 있어"

그렇게 말하면서 할머니가 우시기에 저도 따라 울게 되더군요.

"애면 애답게 아프면 소리내서 울고 어른한테 도와달라고 해야지 그걸 왜 참고있어!"

저는 할머니의 말에 대답하듯이 저의 트라우마가 되어 버린 말들을 뱉었습니다.

"시끄럽게 울면 할머니가 싫어할테니깐.. 때릴테니깐.. 소리내면 안돼"


할머니는 충격을 받으신건지 저를 끌어안고 계속 "불쌍한것" 이라는 말씀을 하시면서 

소리없이 눈물만 뚝뚝 흘리는 저를 다독였습니다.

그 후로는 큰 탈도 사건도 없이 편안한 하루하루가 이어졌고, 제가 원하던 풍족하지는 않지만

단란한 가정을 할머니가 이루어 주셨습니다. 저에게는 할머니이자 엄마니까요~


그런데 지난 2019년 2월 저희 할머니 아니 어머님은 병원에서 생을 마감하셨습니다.

한창 사회 초년생으로 일도 바쁘고, 혼자 자취를 하게 되면서 어느샌가 소홀해져 버린 가족...

할머니가 병원에 입원을 하셨다는 말을 들었지만 타지에서 일하고있던 제가 찾아가기에는

여건도 시간도 되지 않는다면서 못갈것같다는 말만 남긴채 바쁘다면 전화를 급히 끊게 되었고,

그 이후 제대로된 전화 한통 안부 한번 여쭈지 못한 상태로 일을 마치고 잠든 새벽 빗발치는 전화에

짜증이나서 소리를 끄고 잠을 청한 뒤 아침에서야 수십통에 달하는 부재중 목록을 보고 전화를 걸었습니다.


할머니가 숨을 거두기 전 딸들과 아들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호흡이 가빠서

앞도 제대로 분간하지 못하실때 "공주는 왔나" 라면서 저를 찾으셨다네요. 할머니께 저는 평생 공주였거든요.

하지만 저는 그런줄도 모르고 귀찮다는 이유로 목소리 한번 들려주려 걸었던 전화를 무시했고 할머니는

그대로 제 얼굴도 목소리도 못듣고 떠나셨습니다.이런 불효녀가 어디 있을까요. 회사에 사정을 이야기하고

급하게 부랴부랴 본가쪽으로 내려갔지만 이미 많이 늦은 뒤였죠. 할머니의 영정 사진을 보면서 미안하다고

죄송하다고 못난 딸이라서 미안하다는 말 밖에 못했습니다. 3일상이 치뤄지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왔고

눈물보이고 걱정을 하고 자리를 떠났고 잘 참던 저는 마지막 발인이 시작되자 갑자기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할머니가 늘 말씀하시던 소리내서 우는 법, 힘들때 힘들다고 말 하는 법을 다시 배우게 되었습니다.

마지막까지 사랑만 주시고 가신 저의 할머니이자 엄마에게 사랑한다는 말한마디 못한게 마음에 걸리지만

사실 우리 부모님들은 이미 다 아실꺼라 생각해요. 하지만 말하지 않으면 전해지지 않는 것도 있는 법!

여러분은 저처럼 때를 놓치지 말고 앞으로는 부끄럽고 남사스러워도 사랑한다는 말 후회없이 남기시길 바랍니다.


27살 먹고 아직도 엉엉 서럽게 애처럼 우는 여자의 사연은 여기까지입니다.

글을 쓰면서도 어찌나 울었던지 ㅋㅋ 머리가 띵하네요 ㅜㅜ 수분이 부족하니깐 뭐라도 마셔야겠어요~


식청곡은 [왁스 - 엄마의 일기] 입니다. 엄~청나게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아이들을 구타했다는 대목이 자극적인 내용일까봐 좀 그렇긴하지만... 그래도 올려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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