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게임중독님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방송을 멈춰야할 것 같습니다. '어? 며칠 전까지만 해도 잘 놀다가 이게 무슨 일이지?' 싶다면 그게 정상입니다. 마지막 방송은 7월 13일 수요일 오후 8시입니다.
상의도 없이 모든 걸 혼자 결정하고 통보하는 식으로 된 것 같아서 미안합니다. 제가 해온 모든 생각들을 여러분께 공유하고 싶어도, 아시다시피, 24시간 넘게 들으셔도 모자랄 만큼 제가 생각이 많지 않습니까.
그동안 참 즐거웠습니다. 몇 번 누차 말했듯이 저는 남친도 없었고 친구들과의 관계도 애매하고 가족들과도 거리감을 느끼고, 세상에 오직 강아지와 나밖에 없는 외톨이였습니다. 항상 외로웠고 아무도 나를 이해해주지 못한다는 기분에 23년을 시달렸어요. 그나마 작은 세계를 공유해주던 강아지조차도 나는 여전히 20대인데 먼저 늙어가고 있었습니다. 다른 강아지가 생을 마감하는 영상을 보거나 그런 상상이라도 하자면 두려워서 펑펑 울기 부기지수였고, 얘가 사료를 먹다가 켁켁거리면 심장이 땅으로 곤두박칠을 쳤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방송을 시작한 뒤, 누구도 소중하게 여기지 않던 저의 시간들을 기꺼이 좋아해주던 님들을 만났습니다. 비유하자면 저는 그동안 이 지구라는 행성 속에서 어떤 제대로 된 인간관계도 없이 불안하게 떠다니는 외계인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이제는 제대로 중력을 받아서 지면 위에 서있게 된 기분입니다. 이제는 나도 이곳에 엄연하게 거주하는 지구인A라고.
그래서 사실 현실을 직시하지 않았습니다. 이 모든 게 무리라고, 주어진 하루가 24시간이라면 제게 주어진 모든 일들을 해나가기에 명백히 부족한데도 계속 방송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방송이 없으면 님들을 만나지 못하고 저는 또다시 외계인이 되버릴 테니까요. 그래서 쓰던 소설들을 멈추고, 그림수업은 계속 빼먹고, 4점대를 유지하던 학점은 곤두박질을 치는 지금에도 방송을 접자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이제라도 엎지른 물을 조금이라도 주워담기 위해선 말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런 삶을 지속할 순 없어요. 이미 상당히 많은 것들을 망쳐버리고 포기하고 손해본 뒤였지만 남은 것들이라도 그러모아야 할 것 같습니다. 우선은 건강부터 시작해서, 다시 제대로 일하고, 그림을 그려야겠습니다. 그리고 최종목표는… 다들 아시죠? 강남에 입성하는 부자가 되겠습니다!!
영원히 작별이라는 말은 아닙니다. 롤 다이아 찍으면 진짜 복귀하겠습니다 가끔 만화를 업로드할 수도 있고, 쌓이는 이야기들을 가끔 풀어나갈 수도 있겠지요. 언제까지고 여러분을 붙잡아둘 순 없으니 어디서라도 행복하라고 정을 떼드리긴 하겠습니다.
그동안 다들 많이 고생하신 것 알고 있습니다. 나는 니들이 나를 위해 해온 작고 큰 모든 것들을 전부 알고 있다 이제 우리들 방송에 쓰던 에너지와 시간에 다른 걸 하시면서도 가끔 이때를 상기하시면 좋겠습니다.
며칠 동안 생각 좀 정리하다가 13일에 얼굴 비추고 뵙겠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나 여러가지는 그때 끝내도록 합시다.
뭐든지 마지막은 있는 법이고 방송에도 마지막은 분명히 있겠지만 그게 이런 식으로는 아니었으면 했습니다. 언제나 건강하시고, 하는 일 다 잘 되고, 모든 것에 최선을 다하길 바라며 마지막으로 1년에 한 번씩 건강검진 받으십시오. 10년 넘게 방송하자는 말 지키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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